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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May 08. 2024

문법수업에 대한 고민

2023.10.10.화요일

문법 수업

작은 시험을 보았다. 교사는 아주 쉬울 거라고 하면서 시험지를 나눠 주었지만 우리에게는 쉽지가 않다. 낑낑대면서 겨우겨우 풀었다. 몇 명 학생들은 빨리 풀고 교사에게 제출한다. 교사는 바로 채점을 시작했다. 나는 늘 그렇듯이 최선을 다했지만 너무 어렵다. 학생들이 대부분 제출한 것 같아서 나도 시험지를 제출했다. 그런데 교사가 채점을 하는 중간에 왜 학생들이 이렇게 많이 틀리냐고 놀란다. 아주 잘 본 학생은 3명 정도 되고 나머지 학생들은 25문제 중에서 16개 이하로 맞았단다. 그 순간 교사에게 말하고 싶었다. 네가 많은 설명을 해주지 않아서 그렇쟎아. 에휴! 그걸 영어로 어떻게 표현하냐? 

어쨌든 학생들 시험지를 채점해서 점수를 기록하고는 다시 돌려준다. 나도 15개 맞았다. 그나마 작문 문제에서 선방해서 그정도다. 교사는 단순 과거와 과거 완료의 차이를 설명한다. 아니, 그걸 이제야 설명하면 어쩌냐고요. 시험보기 전에 설명해주었어야지. 시험지의 답을 확인시켜 주는데 이번에도 후다닥 빠르게 말하고 넘어간다. 아무래도 그녀는 학생들의 수준에 대한 이해도가 너무 많이 떨어지는 것 같다. 

이 수업을 계속 들을지 고민이 된다. 몇 명의 학생은 아주 잘하는 것 같고 나머지는 잘 못하는 것 같은데 교사의 눈높이는 잘하는 학생들에게 맞추어져 있다. 내가 열나게 복습해서 겨우 따라가고 있지만 계속 이렇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사실 처음 S의 문법 수업을 들을 때에도 초기에는 따로 복습해서 겨우 따라갔다. 처음이라 나에게 적응기간이 필요한 것일까? 아니면 교사의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둘 다 일까? 어쨌든 이번 주에 좀 생각해보자.





듣기 수업

듣기 방송을 듣고 받아쓰기를 하는데 쉽지가 않다. 디테일을 자꾸 놓친다. 듣기도 잘 안들리고 스펠링도 어려운데다가 받아쓸 공간이 너무너무너무 작고 좁아서 더 어렵다. 난 글씨 자체가 큰 사람이라 공간이 넓어야 한다. 근데 이 좁은 공간에 다들 어떻게 문장들을 쓰는거지?

고통스러운 받아쓰기가 끝나고 방송을 들으면서 주어진 문장이 참인지 거짓인지 판단하는 문제를 풀었다. 받아쓰기보다는 낫지만 이것 역시 문제로 풀려니까 어렵다. 상황은 이해가 되었는데 주어진 문장의 해석에서 자꾸 실수를 한다. 명료하게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니까 참인지 거짓인지를 판단할 수가 없다. 이번에도 단어가 발목을 잡는다. 




읽기 수업

드디어 우리의 교사 A가 왔다. 그는 나를 보고 전에 듣기 수업에서 만났던 것을 기억하고 반가워한다. 나도 그가 무척 반갑다. 그는 학생들에게 자기 소개를 하고 우리에게도 자기 소개를 하도록 안내했다. 어느 정도 학생들 파악이 된 후 수업 진도를 확인한다. 그는 역시 잘 가르친다. 단어를 공부하기에 앞서 품사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문제를 풀기에 앞서 빈칸에 들어가야 할 품사가 무엇일지 유추하게 유도한다. 그리고 나서 단어를 찾아 품사를 고려해서 빈칸을 메꾸란다. 확실히 체계적이다. 앞으로의 수업이 더욱 기대가 된다.





점심시간

밥을 먹고 나서 대만 친구 J와 함께 문법 수업 시험지를 다시 풀어보면서 확인했다. 그녀와 내가 동시에 헛갈리는 것이 있어서 밥을 함께 먹는 다른 친구들에게도 물어보았다. 그녀들도 어려워하지만 그래도 우리보다는 낫다. 몇 가지는 주변의 힌트, 시간표현을 놓쳐서 틀렸다. 좀더 세밀하게 확인하면서 풀었으면 몇 문제는 더 맞추었을 것 같다. 





회화 수업

주말에 있던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밋업의 사교 모임에서 주최한 추수 감사절 저녁식사 모임에 갔었다고 얘기했다. 교사 R이 아주 흥미로워 좀더 자세히 얘기해보라고 한다. 그래서 그 주최자가 이 이벤트는 해외에서 공부하는 우리같은 학생을 위해 만든 것이라는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자 교사는 일본 학생 K에게 이런 모임에 갔어야지 한다. 상황을 들어보니까 일본 학생 K는 홈스테이를 하는데 그 집에서 추수 감사절 저녁을 먹으면서 그를 제외시켰단다. 그래서 추수감사절날 혼자 쓸쓸하게 지냈단다. 저런 불쌍하다. 교사 R은 학생들에게 밋업같은 모임에 가라고 열심히 권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데에 있다면서 나에게 어떻게 밋업 모임에 조인하는지 다른 학생들에게 설명해주라고 한다. 그래서 어플을 보여주면서 자신에게 맞는 모임을 찾아서 신청 버튼만 누르면 된다고 알려주었다. 

주말 이야기를 쭈욱 듣고 나서 지난 금요일에 발표를 하지 못한 학생들 3명의 발표를 들었다. 나의 파트너인 칠레 친구 A도 발표를 했다. 그녀는 프리젠테이션을 블로그 형태로 꾸며서 나를 소개해주었다. 블로그 형태로 꾸민 이유는 내가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어서란다. 나의 여행, 가족 등에 대해 잘 소개해주었다. 내가 보기에 오늘 발표 중에 내 친구 발표가 제일 잘한 것 같다.


발표가 끝난 후 다음 단원으로 넘어갔다. 우리는 자신의 나라에서 이곳 캐나다로 꼭 가져오고 싶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떤 친구는 자신의 애착 베게를 가져 오고 싶단다. 어떤 친구는 자신의 목욕 욕조를, 어떤 친구는 코인노래방을 가져오고 싶단다. 나는 내 컴퓨터를 가져오고 싶다고 했다. 지금 노트북이 있지만 이것으로는 디아블로 4 게임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내 컴퓨터가 필요하다. 정말 집에 가면 며칠간 디아블로 4만 할까 생각 중이다. 




보충 수업

오늘도 보충수업에 참여했다. 오늘의 주제는 What`s your favourit? 내가 좋아하는 것이다. 좋아하는 음식, 색깔, 음악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파트너와 짝을 지어서 대화를 나누다가 중간부터는 다함께 대화를 나누었다.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말하고 그 이유를 말해야 해서 이것저것 아는 단어를 총동원했다. 다들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니까 눈들이 반짝반짝 빛난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 친구, 음악, 차, 사람 등. 좋아하는 것들과 그 이유를 말하다보니까 그것들의 소중함을 더 확실히 느끼게 된다. 




수업을 모두 마치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도서관에서 숙제와 문법 복습을 했다. 그리고 집으로 걸어오는데 어느 집 앞에서 느닷없이 거미가 내려와서 깜짝 놀랬다. 보니까 어느 집이 할로윈을 위해 집앞을 꾸미고 집앞의 나무에 줄을 매달아서 사람들이 지나갈 때 거미를 쓰윽 떨어뜨리고 있다. 정말 너네들은 할로윈에 진심이구나. 정성이 대단하다. 




이렇게 오늘 하루도 지나갔다. 이제 나에게는 7주의 공부기간이 남아있다. 하루하루가 너무 소중하고 아쉽다. 물론 집에 빨리 가고 싶은 마음도 있다. 내 책상, 내 컴퓨터, 내 냉장고가 그립다. 하지만 지금 여기, 이 시간은 다시는 경험하지 못할 특별한 시간이라 소중하다. 소중한 친구들, 소중한 생활들. 얼마 남지 않은 이곳의 시간을 최대한 많이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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