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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May 12. 2024

쭈욱 힘차게 전진

2023.10.13.금요일

문법 수업

아침부터 무거운 마음으로 문법 교실로 향했다. 대만친구 J의 말대로 교사와 먼저 이야기를 나눈 후에 수업을 옮길지 말지 결정하는게 좋을 것이다. 이 대화가 어떤 결말을 가져올지 몰라서 조심스럽고 어렵다. 한국어로 말해도 이런 대화는 어려운 것인데 이걸 영어로 해야 한다. 

어제 보강교사가 수업을 했기 때문에 오늘 교사 M은 교실에 들어오자마자 보강교사가 남긴 메모를 확인한다. 그리고 이메일 등도 확인하면서 수업 준비하기에 너무 바빠 보인다. 지금은 그녀가 너무 바쁜 것 같아서 이따가 수업이 끝난 다음에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일단 어제 궁금증이 생긴 문장 하나를 영어를 잘하는 학생들에게 물어보았다. 현재 완료 진행과 현재 완료가 둘 다 가능한 문장이 있는데 차이가 뭔지 물었더니 일단 둘 다 문법적으로는 사용 가능한 문장인 것 같단다. 하지만 차이점은 자신들도 모르겠단다. 교사에게 물어보란다. 그래. 알았다. 교사 M은 부지런히 수업 진도들을 확인하고는 갑자기 어디론가 가버렸다. 이따가 수업이 끝난 후에 나의 고민을 이야기해야겠다.

그런데 수업이 시작되자마자 나는 그녀가 좀 변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늘부터 미래시제를 나가는데 아주 자세하게 그리고 천천히 설명을 한다. 그리고는 학생들에게 이해를 했는지 자주 묻는다. 어제 그녀는 교사미팅에 참석했다. 아무래도 그 교사미팅에서 수업 방법이나 학생들 상태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게 아닐까? 그냥 나의 짐작이다. 어제 나의 이전 문법 교사인 S의 교실에도 보강교사가 들어온 것을 보았다. 교사 S는 우리나라로 따지면 부장교사쯤 되어서 교사 미팅에 자주 참석한다. 아무래도 어제 교사미팅이 교사 M에게 영향을 미친게 아닐까 싶다. 어쨌든 그녀가 좀 변했다. 

단순 미래와 미래 진행에 대해 배운 후에 연습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전에는 시간을 짧게 주고는 다 풀었는지 확인하지 않고 진도를 나갔는데 오늘은 학생들 사이를 다니면서 어느 정도 풀었는지 확인한다. 그리고는 시간을 더 줄까라고 묻는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하니까 그러면 5분 후에 답을 맞추자고 한다. 시간 여유를 더 준 것은 좋다. 하지만 답을 확인하는 과정에서는 여전히 잘하는 학생들의 답을 듣고 후다닥 설명이 넘어가 버렸다. 그리고 어떤 문제는 쭈욱 뭔가 설명했는데 말이 너무 빠르다. 그래도 전보다는 많이 나아졌다. 문제의 답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전에는 학생들에게 답을 말하도록 시킨 후에 그래, 맞아라고만 말하고 다음 문제로 넘어갔다. 다른 학생의 발음도 잘 들리지 않고 목소리도 작아서 결국 나는 수업이 끝난 후에 잘하는 학생들의 답을 사진으로 찍어서 따로 확인해야했다. 그런데 오늘은 교사가 문제의 답을 다시 한번 또박또박 불러준다. 그리고는 아직 답을 다 못 적은 학생이 있는지, 아직 이해하지 못한 문제가 있는지 묻는다. 나는 얼른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문제를 질문했다. 그 문장의 구문 중에 어느 한 대목을 짚어준다. 음. 그것때문이구나.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수업이 끝나고 나서 대만친구 J가 교사에게 모르는 내용을 질문한다. 나도 모르는 부분이라 같이 설명을 들었다. 그리고 나서 나는 교사에게 나의 고민을 말하기 시작했다. '나는 너무 느린 학생이라 너의 수업에서 많은 부분을 놓친다. 나에게는 이 수업이 좀 어렵다.' 이런 말을 하는데 그녀의 반응이 좀 놀라웠다. '아니야. 너는 결코 느리지 않아. 나는 네가 아주 잘 따라오고 있어서 자랑스러워. 물론 너에게 시간이 좀더 필요할꺼야. 하지만 너는 이 학급에서 결코 뒤쳐지지 않아. 아주 잘하고 있어.' 내가 예상했던 반응과 달라서 당황했다. 회화 수업에 만난 일본 학생의 말대로라면 그녀의 반응은 '따라오기 어려우면 레벨 조절을 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반응이라 당황했다. '하지만 나는 너의 설명이 빨라서 따라가지 못해. 나에게는 더 많은 설명이 필요해.'라고 말했더니 교사 M은 나에게 걱정하지 말고 모르는 부분은 언제든지 자신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너는 이 교실에서 못하는 학생이 아니야. 나는 너를 지켜보고 있어서 알아.'라고 말했다. 결국 나는 '그래. 알았어. 고마워'라고 말하고 교실에서 나왔다. 


대만친구 J가 계속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함께 나왔다. 복도에서 J는 이 수업이 좀 힘들지만 그래도 공부가 많이 되고 모르는 것은 언제든지 교사에게 물어보면 그녀는 잘 설명해준다고 했다. 그리고 자기가 듣기로 학원의 정책 상 수업 옮기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한다. 사실 오늘 정도의 수업이라면 나도 계속 들을 생각이 있다. 그래. 수업을 옮기지 말고 여기서 잘해보자. 더 이상 흔들리지 말고 전진하자. 이렇게 문법 수업 고민은 일단락 짓기로 했다. 



듣기 수업

오늘은 게임을 했다. 저번에 문법 시간에 했던 바로 그 게임이다. Kahoot라는 사이트에 휴대폰으로 접속해야 하는데 전에는 중간에 사진을 찍느라 튕겨서 참여하지 못했다. 오늘은 접속하고 나서 딴짓하지 않고 잘 유지해서 게임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교실은 크기가 작아서 화면의 글씨가 작아도 내가 읽을 수 있다. 듣기 내용을 듣고는 정답을 골라 누른다. 듣기는 대부분 한번만 들려주기 때문에 주의깊게 들어야 한다. 답의 문장들도 헛갈린다. 특히 시간 표현이 아주 헛갈린다. 각 문제가 끝날 때마다 참여자의 순위가 나온다. 그래도 뒤쳐지지 않고 부지런히 따라가서 2등 혹은 3등을 유지했다. 막판에 좀 어려운 문제가 있어서 4등으로 밀려났지만 나는 아주 만족스럽다.




작문 수업

어제 내준 숙제를 걷어간다. 우리 그룹에서 2명의 학생이 쉬는 시간에 숙제를 하느라 바쁘다. 자연스럽게 고정된 자리에 앉게 되었다. 우리 그룹에는 1명의 일본 친구, 2명의 멕시코 친구가 있다. 나까지 4명이다. 다들 어린 학생들인데 수업시간에 자꾸 딴짓을 한다. 수다를 떨기도 하고 휴대폰도 자주 본다. 에휴. 애기들이다. 하지만 다들 영어는 나보다 잘한다. 게다가 그들은 딴짓하다가도 교사가 문제를 내면 잘 맞춘다. 내가 지켜본 바로 이들은 수다도 떨고 딴짓도 하지만 교사의 말은 듣고 있다. 그래서 토론을 하라고 하면 곧잘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다.

교사가 harsh(혹독한): strict(엄격한); severe(극심한)이라는 단어를 설명하면서 자신은 평소에는 엄격한 교사는 아니지만 수업시간 중에 휴대폰을 보거나 수다를 떠는 딴짓을 하는 학생에게는 엄격해질 수 있다고 슬쩍 경고를 날린다. 우리 그룹의 아가들이 움찔하면서 서로 눈짓을 주고 받는다. 하.하. 교사도 학생들도 다 귀엽다.

오늘도 토론을 하고 나서 샘플이 되는 글을 읽었다. 숙제는 많지만 이 수업은 아주 만족스럽다. 다만 아직까지 이 교사의 작문에 대한 피드백은 받아보지 못했다. 지난 주에 제출한 작문 과제물에 대해 지금쯤은 피드백을 주어야 하지 않을까? 혹시 지난주 보강교사가 우리 과제물을 전달하지 않은 것일까? 잘 모르겠다. 일단 오늘 걷어간 과제에 대해 어떤 피드백을 해줄지 지켜봐야겠다.  




점심 시간

오늘도 대만친구 J와 함께 열나게 문법 복습을 했다. 그녀는 내일 우리 집에 와서 같이 공부하기로 했다. 이제는 그녀가 나의 베프다. 여기 와서 초기 나의 베프는 멕시코의 65세 R이었고 R이 자기 나라로 돌아간 후에는 브라질의 30대 회사원 L이었다. 이제 L도 자기 나라도 돌아가고 대만에서 워킹홀리데이로 온 30대의 J가 나의 베프다. 물론 나에게는 기숙사의 미국친구 M도 있고 밋업에도 수많은 친구들이 있다. 이렇게 좋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서 나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인 것 같다.




회화 수업

수업에 들어가니까 다들 들떠있다. 뭔가 했더니 이번달 마지막 날인 할로윈데이에 회화 수업 교실은 다들 할로윈 게임을 준비한단다. 그리고 한시간은 2층 교실 학생들이 3층 교실을 순회하면서 게임을 즐기고, 한시간은 3층 학생들이 2층으로 내려가서 게임을 즐긴단다. 그래서 각 교실은 지금 어떤 게임을 준비할지 의논하고 있단다. 게임을 준비하는 과정, 그리고 게임을 진행하는 과정이 모두 영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재미있으면서도 유익한 활동이다. 

어떤 게임을 할지 다들 아이디어를 짜고 있다. 어떤 학생이 인간 슬롯머신에 대해 설명한다. 재미는 있겠지만 누가 슬롯머신의 버튼이 되는지 등이 좀 애매하다. 어떤 학생이 미스테리 상자를 제안한다. 검은 상자에 무엇이 있는지 손만 넣어서 맞추는 게임. 그것도 재미있겠다. 하지만 교사 R은 좀더 극적인 것을 원하는 것 같다. 그녀의 큰 눈이 더 커지면서 뭔가 더 신나는 것을 생각해보자고 한다. 교사 R은 정말 장난꾸러기다. 어떤 때는 학생들보다 더 하다. 

칠레 친구가 자신의 친구들이랑 하던 게임이라면서 설명을 하는데 영어가 딸려서 몸짓 손짓으로 설명을 한다. 그러다가 답답한지 휴대폰으로 영상을 보여주겠다고 하는데 교사가 놉. 영어로 어떻게든 설명하란다. 보아하니까 촛불 열 개를 일렬로 세우고 불어서 꺼트리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단순하다. 그런데 각 촛불들 양쪽 옆에 두 개의 상자가 있다. 마지막으로 꺼진 촛불의 양쪽 옆에 있는 상자 중에 어느 것을 선택할지 결정한다. 두 상자 중에 하나는 좋은 것이 들어 있고 하나는 흉칙한 것이 들어 있다. 처음에는 그래그래 시큰둥하던 교사가 마지막 대목에서 눈을 번뜩이면서 좋아한다. 그래? 어느 상자를 고르는가가 재밌는 대목인거지? 

하지만 열 개의 촛불에는 20개의 상자가 필요해. 너무 많아. 그 순간 교사와 나는 동시에 5개라고 말했다.  나도 그 마음을 알지. 교사가 많은 부분을 준비해야 하는데 재밌는 게임이지만 실현하려면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 보아하니까 준비하는데 필요한 경비는 학원에서 제공한단다. 하지만 적당한 선에서 골라야 한다. 상자에 들어갈 것은 뭐가 좋을까? 좋은 것은? 할로윈 캔디부터 시작해서 연필, 열쇠고리 등이 제시되었다. 다음으로 흉칙한 것은? 교사가 두 손을 비비면서 눈을 번뜩인다. 뭐가 좋을까? 상자 안에 손을 넣었을 때 촉감이 끔찍한 것. 슬라임. 요즘 애들이 가지고 노는 끈적끈적하고 흐느적거리는 물질이다. 차가운 스파게티. 음. 그래 뭔지 모르는 상태에서 만지면 좀 싫겠다. 그밖에 바나나껍질, 껍질을 깐 포도 등 참 희한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왔다.

다음은 게임 이름과 홍보 문구 정하기. 게임 이름은 뭐가 좋을까? Blow bright가 제일 많이 언급되었지만 교사는 만족스럽지 않는가보다. Blow bright and try luck. 너무 길다. 나는 Blow의 운율을 살리고 싶은데 아는 단어가 별로 없다. Blow slow follow 대충 이런 단어들을 중얼거리니까 칠레 친구가 아주 신나서 교사에게 blow slow fllow 이런 걸로 만들자고 한다. 뜻이 뭔가 대충 이어져야 하는데 그건 뭐 단어를 많이 아는 친구들이나 교사가 찾아보겠지.



수업이 끝나고 나서 한국친구 E와 함께 집으로 갔다. 그녀가 용기를 내서 금요일의 밋업 모임에 나와 함께 참여해보기로 했다. 그 모임은 우리 집 근처의 카페에서 열린다. 시간이 좀 애매하게 남아서 우리집에 가서 공부하다가 가기로 했다. 그런데 집으로 향하는 길에서 우리 앞집에 사는 대만친구들을 만났다. 그들은 다른 친구들과 함께 집으로 가고 있었다. 한국친구 E는 이들 중 한 명과 회화 수업을 함께 듣는다. 다들 반갑게 인사하면서 자연스럽게 함께 수다를 떨면서 집으로 향했다. 마침 대만친구들에게 물어볼 것이 있었다. 그들은 어제 할로윈 파티에 왔었는데 중간에 나갔다. 왜 게임에 참여하지 않고 그냥 갔는지 물어봤다. 그랬더니 그들이 내 앞자리에 앉았던 브라질 사람이 자신들과 함께 사는 학생인데 그녀와 대판 싸웠단다. 그 브라질 사람이 늦은 밤시간에 너무 큰 소리로 자신의 가족들과 통화를 하거나 음악을 크게 틀어서 듣는 바람에 자신들이 잠을 잘 못잔단다. 그래서 참다못해 소리를 좀 줄여달라고 했더니 오히려 화를 내더란다. 그리고 영어로 뭐라뭐라 화를 내는데 이들의 영어가 딸려서 잘 싸우지 못했단다. 저런! 정말 무례한 사람이구나. 안그래도 대만 친구들이 몇번 하소연했었다. 자신들의 집에 사는 어떤 사람들은 너무 시끄럽고 어떤 사람은 싱크대와 냉장고를 너무 더럽히고 치우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이 브라질 사람 외에도 일본 사람이 밤에 갑자기 쿵쿵 벽을 치는 등 이상한 행동을 해서 너무 힘들단다. 이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지? 기숙사 측에 말해야 하나? 잘 모르겠다. 힘들어서 어쩌냐. 이런 저런 대화를 하면서 집에 왔다.



집에 와서 한국 친구와 각자 숙제를 좀 하다가 한국말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세밀하게 설명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도저히 우리 둘 다 이것을 영어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동안 몇 가지 서로 궁금했던 것도 물어보고 앞으로 어떻게 공부하면 좋을지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따가 가서 만나게 될 회화 모임의 성격과 거기 사람들에 대한 정보도 공유했다. 그녀는 나와 지금까지 두달 정도 함께 했는데 나의 영어 실력이 최근 몇주동안 확 올라간 것 같다고 한다. 정말? 며칠 전에 어떤 한국분도 나에게 같은 말을 했다. 그런가? 나는 살짝 공부의 정체기가 온 것 같아서 답답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좀 실력이 나아진 것일까? 나는 잘 못느끼지만 그렇다면 정말 다행이다.


시간이 되어 밋업 모임에 나갔다. 역시 주최자가 반갑게 인사를 한다. 그는 나에게 주말에 하이킹을 다녀왔냐고 묻는다. 지난 주말에 그가 추천해준 두 개의 공원에 갔었다. 나는 아주 신나게 두 개의 공원에 갔었고 거기서 seal도 보았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가 나의 문장에서 a가 빠졌다고 a seal로 수정해준다. 그래서 내가 three seals를 보았다고 말했다. 그가 아주 흡족해 한다. 내가 한국친구 E를 소개하면서 여기에 처음 참여한다고 했더니 친절하게 설명을 해준다. 여기서 편하게 어느 자리든 앉아서 대화하다가 다른 테이블로 옮겨도 된다, 남자는 여자에게 함부로 연락처를 물으면 안된다, 하지만 여자는 남자들의 연락처를 받아도 된다, 만약 네가 원하면 그들에게 연락할 수 있다, 혹시 문제가 생기거나 어려움이 있으면 언제든지 나에게 말해라 등을 쉬운 말로 설명해주었다. 역시 그는 언제나 젠틀하다.

우리는 어디 앉을까 하다가 제일 커다란 테이블에 앉았다. 이미 몇 명의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들 중에 한국 사람은 없다. 오히려 잘된 걸까? 서로 자기 이름과 국적을 소개했다. 일본, 대만, 멕시코 등 다양하다. 여기서 뭐하는지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 등을 이야기했다. 나는 한국친구 E가 좀더 말할 기회를 주고 싶어서 그들에게 우리는 아직 영어가 서툴다, 내 친구는 여기가 처음이다, 나는 그녀에게 좀더 말할 기회를 주고 싶다고 의사표현을 했다. 그들은 영어가 서투른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얼마든지 천천히 말하라고 했다. 그래, 좋아. 용기를 내서 내 친구 E가 자기가 영어공부하는 것, 앞으로 목표 등을 이야기했다. 

그 사이에 사이프러스에서 온 D가 왔다. 내가 반갑게 인사하니까 자연스럽게 우리 테이블에 와서 앉는다. 그는 나에게 주말에 하이킹 잘 다녀왔냐고 묻는다. 우리는 지난주에도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래서 내가 주말에 하이킹을 갈 것을 알고 있었다. 내가 신나서 seal 영상을 보여주었다. 그는 주말에 자신의 사진들을 정리했단다. 나는 한국친구 E를 소개해주었다. 나는 가급적 나와 친해진 사람들에게 E를 소개해주려고 노력했다. 나는 다음달에 떠나는데 E가 여기에 혼자 와도 친숙하게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서로 인사를 나누는 사이에 멕시코 사람이 합류했는데 그는 자기 고향에 한국의 KIA 자동차 공장이 있어서 한국 사람도 많고 한국 음식점도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음식 이야기로 신나게 떠들었다. 역시 음식 이야기는 좋은 화제다. 나중에 인도 사람도 합류했는데 그는 올해 결혼했단다. 그러면서 또 화제는 결혼풍습으로 옮겨갔다. 이런 식으로 여러 화제를 오가면서 신나게 떠들었다. 여러번 만난 친구들이 많이 오가는데 가볍게 눈인사도 나누었다. 역시 꾸준히 나오니까 친숙한 사람들이 많아서 좋다.   

그러다가 몇 명은 자리를 떠나고 새로 온 사람들이 합류했다. 그중에는 이 밋업 모임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 합류했다. 그는 중국사람인데 이 밋업 모임이 10년 정도 된 아주 오래된 모임이란다. 오, 그래? 자신은 이 밋업 모임의 초창기에 참석했었고 한동안 다른 도시로 이동해서 못왔다가 최근에 다시 밴쿠버로 돌아와서 오늘 나온 거란다. 그러면서 밋업 모임의 의미로 화제가 옮겨갔다. 사이프러스 친구 D는 자기는 여기서 학원이나 학교를 다니는 것이 아니고 자기 직업은 주로 온라인으로 일하는 것이라 여기서 친구를 만들 기회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이 밋업 모임이 그나마 자신이 친구를 만드는 유일한 통로란다. 아, 그렇구나. 하긴 그렇겠다. 나도 학원 친구 외에는 밋업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래. 이 모임은 참 소중한 것이다. 


두 시간 정도 신나게 떠들고 나서 모임이 끝났다. 한국친구 E에게 어땠냐고 물으니 좀 정신없지만 좋았단다. 그래 다행이다. 나는 그녀가 잘 적응하기를 바란다. 비가 약간씩 내리기 시작해서 서둘러 집으로 왔다. 나는 오늘도 보람차게 하루를 보냈다. 문법 수업의 고민은 잘 마무리 되었고 무조건 전진이다. 밋업 모임도 쭈욱 직진이다. 게다가 오늘은 불금이다. 맥주 한캔으로 하루를 마무리하자. 물론 한캔으로 끝나지는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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