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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May 16. 2024

K 드라마의 위력

2023.10.14.토요일

즐거운 토요일. 모처럼 늦잠을 잤다.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나서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수요일 일기부터 밀려있다. 지난 주에도 토요일 오전은 일기를 쓰느라 시간이 다 지나갔었다. 오늘도 그러겠다. 안되겠다. 이제부터 일기를 꼭 그날그날 써야겠다. 

일기를 쓰고 나서 밋업의 한영 언어교환 모임에 나갔다. 익숙해진 친구들과 그룹이 되어 즐겁게 떠들었다. 어떤 외국 친구가 자신의 생각을 한국 문장으로 길게 표현하고 싶어하길래 그의 생각을 영어로 듣고 그것을 한국말로 정리해 주었다. 이것이야말로 한영 언어교환이지. 전에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던 필리핀 친구와 또 같은 그룹이 되었다. 화제가 한국 드라마였는데 '커피 프린스', '응답하라 시리즈', '스카이 캐슬', '나의 아저씨' 등 많은 드라마가 언급되어서 놀랐다. 외국 사람들이 나보다 더 많은 한국 드라마를 보았다. K 드라마의 위력이 엄청나구나. 정말 신기하다.

다음 그룹에서 필리핀 친구를 또 만났다. 이런 저런 취미 이야기도 나누고 영어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그녀는 내가 다음 달에 떠나는 것을 아쉬워했다. 그녀는 나에게 밴쿠버의 겨울은 추우니까 내년 날씨 좋은 여름에 여기에 또 오란다. 정말 그럴까? 다시 이 모험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되면 이 밋업 모임에 꼭 와서 너희들을 만날께. 남아있는 날들에 더 열심히 참여해야겠다.

모임이 끝나고 나서 아까 만난 한국 사람과 함께 걷게 되었다. 그녀의 나이가 나와 비슷한 것 같다. 그녀는 나에게 시간이 되면 좀더 이야기를 나누자고 했다. 물론 영어로. 그런데 안타깝게도 나는 대만친구 J와 이 근처에서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그녀는 다음 주에는 꼭 같이 이야기를 더 나누자고 했다. 우리는 말이 잘 통할 것 같다.



대만친구 J와 근처의 달라라마(캐나다의 다이소)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그녀와 내가 서로 다른 달라라마에 가는 바람에 길이 엇갈렸다. 이 근처에만 달라라마가 세 개가 있다. 우리는 그냥 근처 전철역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전철역에서 만나서 함께 집으로 왔다. 

집에 도착하니까 미국 친구 M이 요리를 하고 있다. 인사를 나누고 우리는 식탁에 앉아 문법 공부를 시작했다. J가 제안해서 우리는 전에 공부했던 문법 교재에서 시제 부분을 함께 복습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기초가 흔들리니까 더 어려운 것 같다. 마침 집에 미국 친구 M이 있어서 모르는 것을 물어보기도 했다. 아무래도 M은 우리의 과외교사가 되어야 할 것 같다. 아니, 이미 과외교사가 되었다. 

오늘 6시는 M과 함께 하는 영어회화 모임이 있는데 앞집의 친구들이 메시지를 보내왔다. 오늘 자신이 못오는데 혹시 내일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M에게 물어보니까 내일도 별일 없어서 집에 있을 거니까 가능한단다. 내일 가능하다고 답을 보냈다. 이렇게 조율은 했지만 솔직히 나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을 싫어한다. 다음에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M이 자신이 만든 요리를 맛보겠냐고 해서 좋다고 했다. 대만친구 J와 나에게 각각 한그릇씩 떠 주어서 먹어 보니 맛있다. 감자를 주 재료로 한 일종의 스프다. 당근, 오이 등을 넣었는데 국물이 아주 맛있다. 무언가 독특한 향이 나는데 이게 뭐지 하니까 M이 자신의 향신료들을 보여준다. 총 8가지인데 보니까 소금, 후추가 그냥 소금 후추가 아니라 종류가 다르다. 이러니까 야채만 넣었는데도 아주 독특한 맛이 나는구나. 우리는 많은 향신료에 감탄했다.



공부를 마친 후 대만 친구 J가 지금 보드게임 모임에 갈 건데 같이 가겠냐고 묻는다. 아니. 나는 일기도 마저 써야 하고 숙제도 해야해. 게다가 오늘 영어 모임까지 다녀와서 너무 피곤해. 나의 나이도 좀 생각해줘.

J가 가고 나서 나는 M에게 아까 편의점에서 TooGoodToGo를 통해 사온 몇 가지 간식 중에 M이 알러지 반응 없이 먹을 수 있는 것이 있는지 물어 보았다. 마침 커다란 젤리를 그녀가 먹을 수 있다고 해서 그녀에게 선물로 주었다. 그녀가 먹을 수 있는 간식을 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 

M에게 나는 이제 다음달에 떠나는게 너무 슬프다고 했다. 그녀는 내가 많이 그리울 거라고 했다. 응. 나도 그래. 우리는 친구지? 그렇단다. 그래. 이 공간에서 다른 친구들은 대부분 방에서 잘 나오지 않는데 M과 나는 주로 거실과 부엌에서 자주 만난다. 가끔 일본 친구가 합류하기도 한다. 나는 참 궁금하다. 그들은 어떻게 그 좁은 방안에서 꼼짝도 안할 수가 있지? 답답하지 않을까? 어쨌든 M과 나는 언어가 잘 통하지 않지만 서로 많이 의지가 되고 있다. 보아하니까 그녀도 요리를 좋아하고 자신의 요리를 누가 먹어주는 것을 좋아한다. 나도 그렇다. 내가 한국으로 가도 가끔 인스타나 왓츠앱으로 안부를 전하자고 했다. 그녀는 인스타보다 왓츠앱을 더 많이 사용한단다. 그러면 나도 왓츠앱을 깔고 사용해봐야겠다. 세계의 친구들과 소통하려면 인스타와 왓츠앱은 필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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