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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May 27. 2024

변화는 자연스러운 것

2023.10.19.목요일

오늘도 비가 내린다. 연속 5일째 밝은 하늘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게 진정한 Ranycouver(레이니쿠버: 비오는 밴쿠버)구나. 기온은 너무 쌀쌀하고 하늘은 어둡다. 햇볕이 너무 그립다.



문법 수업

오늘은 새로운 단원 진도를 나갔다. So, Too, Either, Nither에 대한 영상을 보면서 이론을 공부했다. 중간에 좀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손을 들어 질문을 하니까 설명해준다. 내가 질문하기 시작해서 그런지 다른 학생들도 연습문제에서 모르는 것이나 이상한 것을 교사에게 물어보기 시작했다. 뭔가 조금씩 수업에 변화가 있는 것 같다. 다만, 여전히 연습문제를 풀이할 때는 빠르게 나간다. 나는 중간까지 잘 따라가다가 헛갈리는 문제가 있어서 거기부터는 또 헤매었다. 이따가 복습해봐야겠다. 이론은 이해했으니까 침착하게 다시 확인하면 풀 수 있을 것이다. 



듣기 수업

여기도 새로운 단원 진도를 나갔다. 다들 비슷한 속도로 진도를 나간다. 짰냐? 새로운 단원은 911 혹은 119. 뭔가 비상 상황에 대한 내용과 단어들이 나올 것 같다. 외국에서 살려면 이런 것들을 잘 알고 있어야겠지? 오늘도 어김없이 방송을 듣고 푸는 문제는 반타작을 했다. 그런데 느낌으로는 반도 못맞춘 것 같다. 찍어서 맞춘 것이 있다. 뭔가 내가 거꾸로 이해한 문제들이 몇 개 있다. 듣기 방송을 다시 들어봐야겠다. 뭐가 잘못 되었는지 확인해야 같은 실수를 하지 않지. 이래저래 복습할 것들이 산더미다. 이번 주말에는 도서관에서 대대적인 복습을 해야겠다. 어차피 다음주는 모든 과목이 레벨 테스트다. 뭐, 나는 이번 달에 레벨 업을 했고 다음 달에는 학원이 끝나므로 더 이상 레벨 테스트는 의미가 없다. 하지만 뭐랄까, 이놈의 성질머리가 가만 두지 않는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지. 



쓰기와 읽기 수업

새로 진도 나간 본문에서 Key Vocabulary 핵심 단어를 찾고 아는 단어의 의미는 서로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확실히 멕시코 학생이 아는 단어가 많다. 자기네 나라 말로 비슷한 단어들이라면서 발음을 들려주는데 정말 비슷하다. 나랑 일본 학생은 그저 부러워할 따름이다. 부러워하면 지는 거다.

단어를 배우고 나서 본문 내용을 디테일하게 확인하는 문제를 푸는데 우리 어린 학생들이 몹시 싫어한다. 그들은 내용 확인 문제가 제일 재미없단다. 그래도 문제는 곧잘 푼다. 하기 싫어하고 자꾸 휴대폰을 보고 있지만 문제는 다 풀고 있다. 이들이 계속 딴짓을 하니까 교사가 자꾸 와서 확인하는데 문제를 다 푼 것을 보고는 차마 뭐라 하지 못한다. 그 심정을 내가 알지. 애들 심정도, 교사 심정도... 교사였다가 학생이 되니까 양쪽의 마음을 다 알겠다. 



점심

밥을 먹으면서 대만 친구 J의 인생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그녀는 유치원교사 보조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우선 듣고 나서 그 후에 유치원에서 일하면서 야간 프로그램을 들으려고 한다. 그러면 일하면서 마저 공부를 해서 유치원교사를 할 수 있게 된다. 그녀에게는 이것이 가장 나은 코스일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프로그램을 신청하기 위해서 지금 듣는 영어 코스를 일반 영어공부에서 전문 영어공부로 바꾸려고 한단다. 아, 그러면 나랑 같이 수업을 들을 날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겠구나. 



회화 수업

오늘은 프리젠테이션이 있는 날이다. 잠시 준비할 시간을 주어서 우리 그룹은 신나게 여행 계획을 마무리 짓고 발표 역할을 나누었다. 나는 교통편과 숙소에 대해 설명하고 각각의 일정은 친구들이 맡아서 발표했다. 우리가 선택한 지역은 비교적 밴쿠버 다운타운에서 가깝고 대중교통으로도 갈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교통 중심지의 저렴한 호스텔을 찾아내어서 경비를 절감했다. 대신 곤돌라도 타고 경비행기도 타면서 엑티비티를 즐기기로 했다. 그러고도 경비가 남아서 남는 돈은 좋은 일에 기부하겠다고 하면서 마무리 지었다.

교사는 그룹의 발표가 끝날 때마다 칭찬을 가득하고 나서 문법에서 자주 하는 실수를 짚어 주었다. 여행 계획이라서 미래 시제를 사용하는데 다들 시제 표현은 골고루 잘 사용했다. 다만 부정사나 동명사를 써야 할 자리에 일반 동사를 사용하거나 전치사를 잘못 사용하는 실수들이 많았다. 그래. 잘 살펴서 표현해야겠다. 사실 지금은 발표 준비 시간을 주어서 어느 정도는 사전도 찾아보았기 때문에 실수가 적은 편이다. 다음 주에는 즉석에서 말하기를 하겠단다. 윽! 그건 좀...



보충 수업

어제 예고한 대로 보강교사는 사랑과 우정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고 하면서 단어와 질문을 제시했다. 그런데 질문이 좀 어렵다. 사랑을 믿는가? 사랑은 누군가와 자신의 인생을 나누는 것인가? 부모가 자식에게 결혼 상대를 정해주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등등이다. 아무래도 이 교사는 여기 학생들이 영어 초급자들임을 잠시 잊은 듯하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다들 영어를 더듬더듬하면서도 토의가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교사는 인간의 관계가 변화하는 것에 따라 단어를 가르쳐 주었다. 처음에는 stranger 낯선 사람에서 시작한다. 그러다가 몇 번 오가면서 안면을 익히는 정도가 되는데 acquaintance 아는 사람이 된다. 그러다가 friend 친구가 되고 best friend 가장 친한 친구가 된다. 여기서 더 발전하면서 partner 동반자 혹은 성별에 따라 boy friend 남자친구 , girl friend 여자 친구가 된다. 그리고 이들이 결혼을 약속하면 fiance 약혼자가 된다. 그리고 결혼을 하면 spouse(배우자) 즉 wife, husband 아내, 남편이 된다. 그런데 여기서 더 나아가면? 어떤 경우에는 separated 결별 혹은 divorce 이혼하게 되고 ex-wife, ex-husband가 된단다. 그리고 이들이 다시 낯선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다들 으잉? 하니까 교사는 웃으면서 그냥 농담이란다. 나는 농담이 아니라 진실일 수도 있다고 했다. 이혼하면 남보다 못하다고 하잖아. 그런데 이 말을 영어로 표현하기가 어려워서 많이 싸우고 이혼하면 적이 된다고 했다. 다들 웃으면서 그럴 거라고 했다. 농담삼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지만 교사는 사람의 관계는 이렇게 계속 변화하는 것이고 변화는 나쁜 것이 아니라고 마무리했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변화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고 보니까 어제도 비슷한 말을 한 것 같은데.. 아닌가? 뭔가 데자뷰같은 느낌이 든다. 어쨌든 한시간이 언제 지났는지 모르게 시간이 후딱 갔다. 



보충이 끝나고 나서 대만친구 J와 함께 도서관에 가서 숙제를 했다. 숙제까지만 겨우 마치고 집으로 오면서 장을 봐왔다. 오늘은 보쌈을 만들 예정이다. 갑자기 뜬금없는 보쌈! 같이 밥을 먹는 한국 친구들이 지나가는 말로 삼겹살이 너무 먹고 싶다고 했다. 나는 이상한 성격이라서 누가 뭘 먹고 싶다고 하면 만들어주고 싶다. 물론 아무나 말한다고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이 친구들은 문법 수업에서 내가 놓친 것이 있을 때마다 물어보는 친구들이다. 그동안의 신세도 갚을 겸해서 보쌈을 만들기로 마음 먹었다. 삼겹살은 점심도시락으로 구현하기에는 무리이므로 보쌈으로 바꾸었다. 

집에 와서 고기를 삶았다. 고기는 수육용 삼겹살이고 고기를 삶을 때 블랙커피 가루와 된장을 듬뿍 넣어서 잡내를 잡았다. 집에서라면 이것저것 더 넣었겠지만 어쩔 수 없다. 저번에 식당에서 가져온 먹고 남은 소주가 아주 요긴하게 사용되었다. 소주는 고기 잡내를 잡는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간단하게 된장, 고추장, 양파, 참기름으로 쌈장도 만들었다. 원래 나의 쌈장에는 다진마늘, 파, 깨 등이 들어가는데 없어서 이들은 생략했다. 아까 마트에서 사온 무말랭이무침과 미국 친구가 어제 사온 김치를 곁들일 예정이다. 그리고 상추. 우리나라 상추와는 다르지만 뭐 어쨌든 그럭저럭 쌈을 싸먹을만하다. 밥도 새로 했다. 이제 냄비밥은 식은죽먹기다. 이렇게 한바탕 요리를 하고 있는데 미국 친구가 왔다. 그녀에게 혹시 된장을 먹을 수 있는지 확인해보니까 거기에 밀가루 성분이 들어가서 먹지 못한단다. 음, 이번 요리도 이 친구에게 주지 못하겠네. 다른 것을 또 궁리해봐야겠다. 

이렇게 요리를 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했다. 사실 지금 문법 복습도 해야하고 내일 듣기 수업 발표도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것들은 하기가 싫고 이렇게 요리하는게 더 좋다. 공부는 역시 재미가 없다. 그런데 이 재미없는 공부를 왜 하겠다고 굳이 여기까지 왔을까? 내가 생각해도 나 자신은 참 웃긴 사람이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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