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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May 29. 2024

대학동기 모임

2023.10.21.토요일

어제 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오늘 새벽 1시. 한국은 10월21일 오후 5시. 대학 동기들이 모처럼 모인다고 해서 잠을 안자고 기다렸다가 친구들과 영상통화를 했다. 그런데 나는 한국시간으로 오후 5시30분에 전화했는데 친구들은 30분만에 벌써 얼큰하게 취했다. 얘들아. 그 짧은 시간에 우찌 그리 많이 마셨노? 오랜만에 보고 싶은 친구들 얼굴도 보고 이야기도 나누니까 너무 좋다. 친구들은 타지에서 밥은 먹고 다니냐, 힘들지는 않냐, 아픈 데는 없냐며 걱정도 해주고 많이 즐기고 오라고 응원도 해주었다. 작은 화면으로 만나는 한계도 있고 소리도 종종 끊겨서 아쉬웠지만 그 와중에 나의 영상통화 화면까지 포함해서 단체 사진도 찍었다. 반가웠다. 친구들아. 내가 한국에 가면 또 보자.



새벽 통화의 후유증으로 간만에 늦잠을 제대로 잤다. 일어나서 방 청소를 하고 문법 공부를 했다. 그리고 밋업 한영 언어교환 모임에 나갔다. 이제는 2시간 정도 영어로 떠들어도 많이 피곤하지 않다. 아는 얼굴들도 많아서 공유하는 화제도 있어서 대화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런데 정말 사람이 많다. 캐나다인이 주최한 어제의 영어회화 모임에도 사람이 많았는데 오늘의 한영 언어교환 모임에도 사람이 많다. 요즘 밋업의 영어회화 모임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그만큼 다들 영어연습이 필요하거나 친구가 필요한 것이겠지. 어제 회화 모임에서 봤던 몇 명과는 더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오늘은 학원의 대만 친구 J도 함께 합류했다. 그녀는 나보다 영어를 잘하기 때문에 적응에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J와 나는 모임이 끝난 후에 함께 우리 집으로 걸어왔다. 월요일의 문법 레벨 테스트를 대비해서 복습을 했다. 우리가 식탁에 앉아서 문법 공부를 시작하니까 미국 친구 M이 자연스럽게 합류를 했다. 우리는 시제에서 어려운 것은 M에게 설명을 부탁했다. 확실히 원어민이 있으니까 좋다. 영어로 설명하는 것을 다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차분하게 어떤 의미인지 다시 물어보면서 공부했다. 문법 복습 후에 대만 친구 J는 밋업의 보드게임 모임에 갔다. 그녀는 보드게임을 좋아한다. 


일본 친구 K가 마침 귀가해서 우리의 수다 모임에 함께 했다. 오늘의 화제는 각자 자기가 살고 있는 도시를 소개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각 나라의 지방과 도시 체계를 거쳐 우리 학원의 새로운 교육과정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내가 다니는 영어 학원의 통합 교육과정을 설명하니까 다들 부정적 반응이다. 일본 친구 K는 작년에 우리 학원에 다녔던 선배다. 그녀는 자신이 이 학원을 선택한 이유가 각 영역별로 나누어 가르치기 때문에 자신의 레벨에 맞게 배울 수 있어서란다. 미국 친구 M은 가끔 자신들도 통합 수업을 하는데 '읽기와 쓰기, 문법'을 묶거나 '회화와 듣기'를 묶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메모를 적어주었다. 음 그런 방법도 있네. 월요일에 이 메모를 교사에게 보여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두 시간 정도 수다를 떨었더니 이제 좀 지친다. 밋업 모임까지 합치면 무려 4시간을 떠들었다. 에휴, 힘들만하다. 오늘은 일찍 자야한다. 왜냐하면 내일 새벽 5시40분에 집에서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내일은 조프리 레이크에 간다. 조프리 레이크는 벤쿠버에서 북쪽으로 3시간 정도 운전해서 가면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호수이다. 여름 시즌에 국립공원 측에서 주말 셔틀버스를 운행했다. 너무 많은 관광객이 찾기 때문에 입장권도 사야했다. 그런데 그 셔틀버스가 엄청 빨리 매진이 되어서 매번 놓쳤다. 학원의 많은 친구들이 조프리 레이크에 가고 싶어서 셔틀버스 예약에 도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결국 여름 시즌이 끝나고 셔틀버스가 더 이상 운행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아무래도 조프리 레이크는 인연이 닿지 않는가보다 하고 반쯤 포기했다. 차를 빌려서 가거나 투어를 신청해야 하는데 투어는 하이킹 시간을 너무 짧게 주어서 나에게 맞지 않고 차는 내가 운전할 생각이 없어서 애초에 옵션에 두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전에 밋업 모임에서 만난 홍콩 친구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조프리 레이크에 갈 수 있는 소모임을 만들었다. 결국 사이프러스 친구가 운전을 하기로 하고 차를 렌트했고 나를 포함해서 총 5명이 모였다. 렌트비는 십시일반으로 나누면 된다. 조프리 레이크에 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나는 자칫하면 순위에서 밀릴 수도 있었는데 홍콩 친구가 적극적으로 나서 주어서 마침내 같이 갈 수 있게 되었다. 이 홍콩 친구는 저번에 등대 공원과 작은 섬 공원에 함께 갔던 그 친구다. 고맙다. 친구야. 야호! 드디어 조프리 레이크에 간다.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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