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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Jun 02. 2024

To hit the books

2023.10.23.월요일

문법 수업

보강교사가 들어와서 시험을 진행했다. 윽. 문제가 어렵다. 아직 배우지 않은 곳까지 시험범위이기 때문에 더 어렵다. 알고 있는 문제라도 잘 풀어야지 마음 먹었지만 역시 시제는 너무 어렵다. 늘 그렇듯이 최선을 다했다. 내일 아마도 채점을 하겠지? 과연 몇 문제가 맞을지 나도 궁금하다. 




듣기 수업

교사가 우리에게 어느 정도 학원에 다녔는지 이 레벨은 얼마나 들었는지 묻는다. 이제서야 학생들의 수준 파악에 나선 듯하다. 많이 늦은 감이 있으나 지금이라도 이해하려 해서 다행이다. 듣기는 어차피 시험이 없는 과목이다. 중간중간 단어 퀴즈, 빈칸 메꾸기 등을 하는데 그걸로 성적을 낸다. 오늘도 숙어를 배웠다. 교사는 우리에게 이것을 외우려고 하기 보다는 친숙해지려고 노력하라고 한다. 알지. 엄청 많은 단어나 숙어를 어떻게 다 외우겠는가? 시험용으로는 잠시 머리 속에 구겨넣을 수는 있겠지만 내것이 되려면 사용해서 친숙해져야 한다. 많이 많이 사용하자. 그러려면 자꾸 말할 기회를 만들고 새로운 단어를 사용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늘 쓰던 단어만 자꾸 사용하려는 습관을 버리자.




쓰기와 읽기 수업

오늘은 보강교사가 들어왔다. 그는 일주일간 들어올 거란다. 이 보강교사는 지난 주 내내 보충수업에 들어왔던 교사다. 나에게 수업이 어땠는지 의견을 물어보았던 그 사람이다. 반갑게 인사했다. 쉬는 시간에 어쩌다가 친구들이 각국의 말로 자기 소개하는 문장을 이야기 나누게 되었다. 그래서 멕시코 말, 일본 말, 한국 말로 각자 자기 이름을 소개하는 것을 연습하면서 재밌어했다. 그런데 수업이 시작되자마자 교사가 멕시코 말, 일본 말, 한국 말 금지라고 말한다. 그는 여기에 영어를 배우러 왔는데 자기 나라 말을 하면 그 순간 한 시간의 노력이 허사가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로 자기 나라 말을 가르쳐주지 말란다. 무슨 의도인지는 알겠지만 쉬는 시간에 외국 친구들과 사귀면서 이 정도 인사말은 서로 배우는 것조차 안된다고 하다니 좀 너무 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사람이 자유롭게 토론하는 수업만 봐와서 이렇게 경직된 사고를 가지고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음. 역시 사람은 오래 겪어 봐야 아는 거구나.

어쨋든 수업이 시작되었다. 예전에 배웠던 단어를 다시 복습하고 본문의 내용 확인 질문에 대해 그룹별로 의견을 모아 보라고 했다. 우리 그룹은 말괄량이 아가씨들이 함께 해서 다소 소란스럽다. 하지만 그들은 내용을 다 파악하고 있고 영어로 또박또박 잘 말한다. 교사는 그룹별로 의견을 말하도록 골고루 시켜보고는 특이한 단어나 중요한 단어는 칠판에 써주면서 다시 한번 설명해주었다. 그리고 자신의 말을 이해했는지 몇 명의 학생들에게 확인한다. 그래. 이런 면은 좋다. 나에게도 수시로 이해했는지 묻는다. 이미 이 단원의 내용과 단어는 숙지했기 때문에 대부분 이해하고 있다. 다만 내일 레벨 테스트에서는 품사 변형 문제도 나올 텐데 걱정이다.



점심시간

오늘은 도시락을 싸오지 않았다. 대만 친구가 어제 밤에 문자를 보내서 혹시 월요일 도시락을 준비하지 않았다면 자기가 내 도시락을 준비하고 싶다고 했다. 내가 전에 보쌈도 해오고 카레도 주어서 너무 고맙단다. 호의를 거절하면 안될 것 같아서 받기로 했다. 그녀가 준비한 도시락은 고기와 야채 볶음과 빵이다. 와, 근사한 정찬이다. 고맙다고 하고 맛있게 잘 먹었다. 


우리는 오늘 문법 복습할 것이 없다. 그러나 내일은 읽기와 쓰기 시험이다. 각자 열나게 시험 공부를 했다. 중간 중간 서로 모르는 단어나 표현을 묻기도 하면서 공부를 했다. 그런데 대만 친구 J가 나에게 밋업의 다른 회화 모임이나 보드게임 모임에 더 나가자고 한다. 그녀는 내가 현재 나가고 있는 수요일, 금요일, 토요일을 제외한 다른 요일의 모임들을 제시하면서 생각해보란다. 나랑 함께 가고 싶어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나는 이제 떠날 때가 다가와서 더 이상 모임을 늘리고 싶지 않는데 어쩌냐. 아니면 마지막까지 하얗게 불태워봐?

J는 내가 여행 가는 날짜, 돌아오는 날짜, 한국으로 떠나는 날짜를 여러 차례 묻고는 자신의 달력에 저장했다. 벌써 헤어질 것이 걱정이다. 나도 그녀도 서로 의지가 많이 되는데 이제 내가 가고 나면 그녀가 많이 허전해할 것 같다. 그녀는 다음 주부터 프로그램이 다른 것으로 바뀐다. 아마도 우리가 문법 복습을 함께 하는 것은 이번 주로 끝일 듯하다. 하지만 같이 점심을 먹고 도서관에도 계속 같이 다니자고 한다. 밋업 모임도 함께 가고 토요일에도 우리 집에 와서 함께 공부하겠다고 한다. 그래그래. 헤어질 때 헤어지더라도 함께 열심히 공부해보자.



회화 시간

보강교사가 들어왔다. 그러고보니까 오늘은 모든 수업이 보강교사다. 정교사들이 죄다 회의에 투입되었나 보다. 새 교육과정 때문에 난리인 듯하다. 부디 좋은 방향으로 결론이 나기를 바란다.

우리는 그룹을 지어서 남녀의 관계에서 중요한 것에 대한 리스트 순위를 정했다. 가령 같은 취미가 좋은지 다른 취미가 좋은지, 같은 문화가 좋은지 다른 문화가 좋은지와 같은 것이다. 어린 친구들과 그룹이 되었는데 그들은 취미는 같은게 좋지만 문화는 조금 다른 것도 재밌을 것 같단다. 대신 너무 많이 다른 문화권은 힘들 것 같단다. 가령 멕시코나 브라질 문화는 자기들도 잘 이해가 안된단다. 그래. 그렇겠지. 재밌는 리스트도 있다. 서로 비슷한 돈벌이가 좋은지, 내 파트너가 돈은 많이 벌지만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이 좋은지 반대로 돈은 적게 벌지만 재밌는 직업이 좋은지를 묻는 것이었다. 어떤 친구는 내 파트너가 돈을 많이 번다면 스트레스가 많은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단다. 다른 친구는 그 반대의 경우가 더 낫단다. 음. 나는 서로 비슷한게 좋다. 그래야 서로서로 존중할 수 있잖아. 

그룹별로 작성한 순위를 돌아가면서 말했는데 약간씩 우선 순위에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 비슷한 것을 선택했다. 나중에는 각 그룹에서 새로 추가한 것도 말했는데 우리 그룹은 잠버릇, 몸매 등 특이한 것들을 많이 말했다. 나는 젊은이들의 의견을 존중한다. 그건 각자 취향일 뿐이다. 



보충 수업

오늘은 관용표현 보충수업이 있는 날이다. 교사가 여러 문장이 적힌 예시문을 나눠주었다. 거기에 있는 표현들 중에 지난 시간에 배운 표현과 같은 의미들이 있으므로 찾아서 바꾸어 보란다. 그런데 오늘따라 지난 주에 나눠준 종이를 집에 두고 왔다. 정말 가는 날이 장날이라는 말이 딱 맞다. 대부분 나는 고집스럽게 많은 것들을 들고 다니는데 하필이면 딱 그 종이만 집에서 복습하다가 놓고 왔다. 게다가 우리 그룹의 친구들이 모두 같은 처지다. 

마침 앞 그룹의 친구가 그 종이를 가지고 있다. 다들 친한 친구들이라 내가 사진을 좀 찍어서 보자고 했더니 그러란다. 그런데 거기에 아무 메모가 없어서 도움이 안될 거란다. 괜찮아. 나는 의미는 대충 알아. 정말 대부분의 내용이 다 기억이 난다. 우리 그룹의 친구들이 이것저것 의논하면서 답을 맞추고 있으려니까 교사가 아주 흐뭇하고 바라본다. 아주 잘 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앞 그룹의 친구들이 혼란스러워 하는 것도 알려주었다. 관용표현을 관련된 일화나 이미지와 함께 공부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기억이 난다. 다만, 페이퍼가 없이 외우라고 하면 그건 못한다. 

복습 후에 또 새로운 표현을 배웠다. 오늘도 재밌는 내용이 많다. 이미 아는 것들도 있고 처음 보는 것도 있다. To hit the book: to study. 열심히 공부하다는 의미란다. 나야 뭐 늘 hit the book하고 있지. 근데 지난번에는 To hit the sack은 잠을 자러 가다는 의미였는데 이번에 To hit the book은 열심히 공부하다는 의미다. 뭘 자꾸 때리냐? 

그밖에 To face the music: To accept criticism or punishment for something. 자신의 잘못된 행동의 결과를 받아들이고 책임을 진다는 의미란다. In a nutshell: briefly, in summary. 요약하면이라는 의미란다. 이런 의미들에 대해 배우고 여러 드라마나 영화에서 사용된 예시도 보았다. 어디서 이런 영상들을 잘도 찾아낸다 싶다. 



수업이 끝나고 대만 친구 J와 함께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했다. 내일 시험에 대비해서 단어를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내용 확인 문제는 대충 맞출 수 있는데 단어와 품사가 문제다.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대만 친구는 읽기와 쓰기가 나보다 높은 레벨이라서 단어가 더 어렵단다. 그녀의 책을 보니까 본문의 글씨가 내 책보다 더 작다. 내 책도 본문 글씨가 작아서 미치겠는데 그것보다 작은 글씨다. 휴우. 내가 다음 달에 끝나서 다행히 저 책으로 공부할 일은 없겠구나. 

집에 오는데 날씨가 너무 쌀쌀하다. 아니 쌀쌀한 정도를 지나서 춥다. 이번주부터 최저기온이 1~5도로 떨어진단다. 정말 지난 주와는 확연히 공기의 싸늘함이 다르다. 이럴 때 병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대만 친구와 나는 이제 정말 두꺼운 옷을 입고 다녀야 한다고 했다. 겨울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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