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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Jun 05. 2024

자본주의의 병폐

2023.10.25.수요일

갑자기 확 추워졌다. 오늘 아침 기온은 3도 정도되는데 거의 겨울이다. 아직 롱패딩을 입을 시기는 아니지만 여기서 조금만 더 추워지면 드디어 롱패딩을 개시해야 할 것 같다. 



문법 수업

오늘은 어제에 이어서 동명사와 부정사를 배웠다. 교사가 나눠준 리스트를 참고하면서 푸니까 그런대로 풀만하다. 다만 그 리스트가 없으면 굉장히 어렵다. 어떻게든 문장을 자주 봐서 익숙해져야 한다. 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냥 익숙해져서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 

그리고 오늘 교사 M이 학생들을 잘 살피고 골고루 이름을 불러주고 있다. 우리가 연습문제를 푸는 사이에 어제 결석한 학생에게 따로 동명사와 부정사를 설명해주기도 했다. 아주 긍정적인 변화다. 나는 그녀의 변화가 무척 반갑다. 교사로서 이제 그녀도 한층 성장한 것 같다.

연습문제 풀기를 마치고는 지난번처럼 온라인 퀴즈를 풀자고 한다. 다들 좋아라 한다. 나를 비롯한 나이든 학생들은 의자를 앞쪽으로 가지고 나와서 앉았다. 후후. 나는 첫번째 게임은 초반에 잘 따라가다가 후반에 많이 틀렸다. 뒤로 갈수록 어려워졌다. 시간이 좀 남으니까 교사가 두번째 게임을 준비했다. 그런데 이게 엄청 어렵고 헛갈리는 내용이다. 문제 2개를 풀 때까지 모든 학생이 전멸해서 전원 0점을 기록했다. 교사가 놀라면서 너무 어려운 것을 골랐나보다고 다른 것으로 바꿀까 하는데 학생들이 그냥 계속하자고 했다. 다들 승부근성이 불타올랐다. 결국 세번째 문제부터 1명, 2명 맞추기 시작해서 겨우 게임을 끝낼 수 있었다. 지금까지 본 점수 중에서 가장 낮은 점수로 게임 종료되었다. 나는 그냥 참여한 것에 의미를 두자.



듣기 수업

듣기 문제를 풀었는데 망했다. 방송을 듣고 주어진 문장이 True 진실인지 혹은 False 거짓인지를 판단하는 문제였다. 그런데 나는 주어진 문장의 앞부분만 보고 판단해서 엄청 많이 틀렸다. 듣기 내용도 무척 어려웠지만 더 큰 문제는 덜렁댐이다. 제발 문장을 끝까지 듣고 읽자. 




읽기와 쓰기 수업

오늘은 쓰기 시험을 보았다. 주어진 주제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서 주제 문단 1개, 뒷받침 문단 2개, 결론 문단 1개로 구성하란다. 나는 어제 하나를 염두에 두고 대충 내용을 구상해두었다. 다만 이것을 내 힘으로 영작하려니까 무척 어렵다. 결국 스펠링은 엉망진창, 문법은 오류투성이의 글을 작성했다. 그런데 엉터리 영어인데도 할말이 많아서 시간이 부족했다. 이건 무슨 현상이지? 아는 단어도 별로 없고 문법에 맞는 문장을 쓰기도 어려운데 하고 싶은 말은 많다. 그래서 결국 시간을 꽉 채워서 겨우겨우 제출했다. 



점심시간

학생 라운지가 많이 한산해졌다. 이제는 방학 성수기가 끝나 많은 학생들이 떠나서 학원이 붐비지 않는다. 덕분에 여유롭게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전에는 자리가 없어서 이리저리 빈자리를 찾아다녀야했다. 그래도 그 시절이 그립다. 뭔가 시끌벅적 재밌었는데 지금은 좀 썰렁한 느낌이다. 내 마음이 그런걸까?



회화 수업

어제에 이어서 교사가 나눠준 인터뷰 질문들을 그룹별로 연습했다. 내일은 이 질문들 중에 몇 가지를 교사와 단독으로 인터뷰해야 한다. 이게 시험이다. 나는 아까 점심시간에 질문에 대해 좀 생각을 해가지고 들어와서 그런지 수월하게 말할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문법에 맞는 문장을 유창하게 말한 것은 아니다. 쪼가리 문장으로, 한정된 단어로 표현해야 해서 한계를 많이 느꼈다. 그래도 요즘은 몸짓으로 말하기가 많이 줄어든 것 같다. 내일 인터뷰를 잘하고 싶다. 




보충 수업

오늘도 보강교사가 들어와서 함께 문법 공부를 했다. 이 보강교사는 어제 나에게 문법 보충시간에 주로 무엇을 했는지 물어봤다. 그래서 나는 그동안 시제, 조건문 등을 배웠다고 했다. 오늘의 문법 수업은 시제를 다루겠다고 한다. 단순과거, 과거진행, 단순현재, 현재진행을 배우고 나서 미래를 배웠다. 그런데 미래시제를 구분하는 방법이 그동안 봤던 것과는 좀 다르다. 단순미래, 미래진행을 배울 줄 알았는데 will, be going to, present progressive, simple present의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즉, 형식으로 구분한 것이 아니라 기능으로 구분했다는 얘기다. 뭐 어쨌든 대충 아는 내용이라서 여유있게 들을 수 있었다.  


수업이 끝나고 나서 2층 데스크로 가서 보충수업의 원래 교사인 M이 왜 계속 안오는지 물었다. 직원은 그녀가 휴가를 갔다고 했다. 그래서 언제 오는지 물었더니 왜 질문하냐고 되묻는다. 왜냐하면 보충수업에 오는 모든 학생들이 나에게 왜 M이 안오고 보강교사가 계속 오는지 물어보기 때문이다. 내가 이 보충수업에서 가장 오래된 학생이라서 그렇다. 직원은 자기도 교사 스케쥴을 정확히 모르는데 내일 다시 오면 알아보고 알려주겠다고 했다. 그래. 내일 와서 확인하자. 지금 보강교사도 좋은 사람이지만 다들 M을 그리워한다. 나도 그녀가 그립다.



학원을 마치고 밋업(한영 언어교환 모임)에 갔다.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다. 익숙해진 친구들과는 농담도 하면서 재밌게 대화를 나누었다. 어떤 그룹에서는 한국말을 잘하는 외국인들과 함께 앉아서 그들에게 한국말을 가르쳐주기도 했다. 먹다, 먹이, 먹기, 먹는 것의 발음과 의미 차이를 설명해주었다. 제법 난이도가 있는 내용인데 열심히 공부하는 외국인들이라서 잘 이해한다. 그들은 한국말로 질문하고 나와 한국친구가 영어로 설명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언어교환이다. 오늘도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어서 좋았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주제는 영화나 게임의 CG를 만드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일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었다. 영어가 조금 어려웠지만 대충 알아들었다. 여기에는 참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데 주워듣는 이야기들이 흥미롭다. 아! 그리고 BC(밴쿠버가 속한 주)의 산업 순위에 대해 들었는데 1위가 농장, 2위가 영화, 3위가 마리화나, 4위가 관광이란다. 마약인 마리화나 사업이 3위라는 사실에 놀랐다. 이것을 합법화한 것에 대해 많은 캐나다 사람들이 분노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사업이 엄청난 수입원이기 때문에 BC주에서 이 정책을 바꾸지 않는 것이란다. 결국은 돈이 문제인 것이다. 이놈의 자본주의 사회. 돈 없이 살기 어렵지만 돈 때문에 인간이 망가지는 것은 나쁘다. 캐나다가 다문화 국가로 개방적이라서 좋지만 결국 여기도 자본주의의 병폐를 앓고 있는 곳이다. 




집에 오늘 길에 오랜만에 TooGoodToGo를 통해 음식을 사왔다. 단돈 8000원으로 커다란 도시락을 받았다. 밥과 고기, 야채가 곁들여진 건강 도시락이다. (근데 왜 사진을 찍지 않았지?) 양이 너무 많아서 세 군데의 도시락 통에 나누어 담았다. 한동안은 도시락 걱정을 안해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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