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람 Jun 06. 2024

어려운 결정

2023.10.26.목요일

문법 수업

오늘은  누군가에게 시키는 의미를 가진 사역동사 make, have, let와 준사역동사 get, help에 대해 배웠다. 유투브 영상의 문법 설명을 들었는데 신기하게도 귀에 쏙쏙 들어온다. 대충 아는 내용들이기도 하거니와 영상 속 교사의 발음과 속도가 적당했기 때문이다. 교사 M도 가급적 천천히 또박또박 말하려고 애쓰는게 느껴지지만 중간부터는 말의 속도가 빨라지고 어려운 단어를 많이 사용해서 어렵다. 그래도 처음보다는 M의 말에 조금은 귀가 트이는 것 같다. 

연습문제를 풀었는데 그럭저럭 따라갈 수 있었다. 중간에 틀린 문제가 나와도 당황하지 않아도 된다. 교사가 중간중간 이해했는지 확인하기도 하고 다른 학생이 손을 들고 질문하기도 해서 대부분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 이제 이 수업이 안정기에 접어든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모든 문제를 다 맞춘 것은 아니다. 덜렁대다가 바보같이 해석해서 틀린 문제도 있다. 그런데 나만 그런게 아니다. 해당 문제의 답을 교사가 말하자 '뭐라고?'라는 반응이 여러명에게서 나왔다. 다들 비슷한 지점에서 틀렸다. 이런 걸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



듣기 수업

오늘도 듣기 방송을 듣고 빈칸 메꾸기를 했다. 어제보다는 좀 나은 것 같지만 역시 받아쓰기는 너무 어렵다. 옆에 앉은 일본 친구와 고개를 내저으면서 너무 어렵다고 한탄했다. 아니 굉장히 짧은 구간인 것 같은데 언제 이렇게 많은 단어를 말했는지 참 불가사의하다. 

다음은 단어들을 주어진 그림과 매칭시키는 활동을 했다. 그런데 그림 매칭 활동에서 늘 느끼는 것이지만 단어보다 그림이 더 어려운 경우가 많다. 가령 'exit 비상구'는 의미를 다 안다. 그런데 그림에서 엉뚱하게도 불어로 비상구라고 쓰인 그림이 나왔다. 게다가 글씨만 확대해서 그게 문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다. 교사 역시 비상구 그림이 어디 있냐고 물을 정도였다. 어떤 그림은 이게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운 것도 있다. 이런 종류의 문제는 출제자가 자기 기준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그림을 객관적이고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읽기와 쓰기 수업

오늘은 어제 내가 요청한대로 화요일 레벨 테스트에 대한 리뷰를 했다. 각자 자기 답안지와 시험지를 받고 그룹별로 토론도 하고 교사에게 질문도 했다. 어떤 문제는 품사 때문에 헛갈린 것도 있고 어떤 문제는 문장 구조가 아주 복잡해서 해석을 잘못한 것도 있다. 그래도 이 수업은 84점으로 나쁜 성적은 아니다. 늘 그렇듯이 문법이 제일 점수가 낮다.



점심시간

밥을 먹고 대만 친구 J와 함께 문법 복습을 했다. 사역동사와 준사역동사에 대해 다시 문제를 풀어보면서 서로 헛갈린 문제를 확인하고 같이 의미를 다시 풀이해 보았다. 식사 후 대부분의 학생들이 발음 수업에 들어갔다. 그런데 일부 브라질, 멕시코 학생들이 수업에 들어가지 않고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자기네 나라 말로 떠들고 놀다가 교사에게 크게 혼났다. 영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 음악을 크게 틀어서 교실 수업을 방해한 것, 수업에 들어가지 않은 것을 조목조목 짚으면서 교사가 꾸짖었다. 한바탕 혼난 학생들이 쭈빗쭈빗 교실로 끌려 들어갔다. 후.후.후. 아주 흔한 학교의 풍경이다. 



회화 수업

오늘은 인터뷰 시험이 있다. 교사 R은 나머지 학생들에게 게임을 하라고 했다. 우리는 우노게임(원카드)을 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조용히 게임을 했으나 점점 열기가 달아올라서 난리가 났다. 아니, 원카드게임이 이렇게 재밌는 거였어? 한두명의 학생에게 카드가 왕창 몰리기도 하고 서로 우승을 방해하려고 견제하고 난리다. 우리가 너무 신나게 노니까 교사 R도 우노게임을 이렇게 즐겁게 하는 학생들은 처음 봤다고 했다. 여기 친구들은 다들 귀엽고 발랄하고 흥이 넘친다. 

한참 게임에 몰두하다가 내 인터뷰 순서가 되어 교사 앞에 앉았다. 질문은 이미 다 아는 것들이다. 캐나다와 한국에서의 생활이 어떤 점에서 다른지 말하란다. 우선은 가볍게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아침을 안 먹는데 여기서는 먹는다. 나는 항상 배가 고프다. 영어를 배우고 말하는 것이 너무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또 다른 점은 나의 원래 성격은 수줍음이 많고 남들에게 말을 안하는 성격인데 여기 와서는 낯선 사람과도 열심히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밋업 모임에 가서 처음 보는 사람들과도 한참 떠들어댄다. 신기하다. 

교사는 해외 생활이 너의 원래 성격이 나오도록 한 것일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런가? 잘 모르겠다. 다들 내가 해외 여행도 많이 다니고 친구도 워낙 많아서 내 성격이 외향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아니다. 나는 극히 내성적인 사람이다. 그런데 직업과 상황이 나의 성격을 조금씩 바꾸어 왔다. 게다가 지금 여기에 와서는 완전 여기저기 나대는 성격이 되어 버렸다. 어린 친구들과 함께 다니면서 적극적으로 게임에도 참여하고 같이 놀러다니고 있다. 게다가 밋업 모임도 열심히 찾아다니고 있다. 여기서는 참으로 외향적인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

교사는 나의 말에서 습관적으로 뒤바꾸어 말하는 문법과 자주 틀리는 발음을 교정해주었다. 주로 한국 사람들이 많이 틀리는 내용이란다. 하지만 그 외에는 아주 유창하게 잘 말하고 시제도 제법 정확하게 사용했다고 칭찬도 해주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다시 게임에 참여해서 신나게 놀았다. 한시간이 정말 후딱 지나갔다.



보충 수업

오늘도 보강교사가 들어와서 함께 관용어구에 대한 복습도 하고 여행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오늘은 한국 친구 E와 나 둘 뿐이다. 거의 개인 과외 받듯이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관용어구는 낯선 것이 많아서 좀 어려웠지만 여행에 대한 이야기는 즐거웠다. 




오늘은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집으로 바로 왔다. 이유는 인터뷰 일정 때문이다. 며칠 전 점심시간에 디지털 마케팅 과정에 대한 홍보가 있어서 호기심으로 시험을 신청했었다. 어제 1차로 온라인 시험을 봤는데 문법, 읽기 등의 구성된 시험이었다. 내가 듣는 ESL과정보다 한 단계 높은 것이라서 솔직히 시험에 통과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고 본 것이다. 그런데 오늘 이메일을 확인해보니까 1차 시험에 통과를 했다고 2차 인터뷰를 보란다. 헉! 뭐라고? 갑자기 뭔가 머리 속이 복잡해졌다. 

디지털 마케팅 과정은 원래 코업이라고 해서 취업에 연결된 장기 프로그램이다. 다만 이 과정을 모듈 형식으로 해서 한달씩 들을 수도 있게 허용하고 있다. 이 과정을 들을 생각은? 새로운 방식으로 영어 공부를 하면 어떨까 생각도 들지만 이 과정이 내 영어 공부의 목적에 맞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일단 집에 와서 노트북으로 메일의 링크를 확인해 보았다. 온라인 인터뷰를 신청해야 하는데 시간 약속을 잡아야 한단다. 그런데 이번 주는 시간이 모두 찼다. 다음 주부터 과정이 시작되는데 나는 아무래도 너무 늦게 시험을 봐서 일정이 맞지 않는다. 일단 메일로 인터뷰 가능 날짜가 맞지 않는 상황을 알렸다. 

그리고 생각을 해 보았다. 내가 지금 새로운 과정에 도전하지 않으려는 것이 현실에 안주하려는 마음은 아닌지... 그런 점도 조금은 있다. 이 학원에 이제 익숙해졌고 레벨 업을 해서 한달이 지나면서 겨우 안정이 되어 가고 있다. 그런데 새로운 과정을 시작하면 적응하다가 한달이 다 지날 것이다. 안정될만한 시기에 학원을 떠나야 한다. 게다가 디지털 마케팅은 내가 전혀 생각해보지 않는 분야다. 취업할 것도 아닌데 이쪽 공부가 필요할까 싶다. 아니 새로운 분야라서 새로운 도전일 수도 있나?

이것저것 너무 많이 생각했더니 머리가 아프다. 그냥 현재 듣고 있는 과정으로 마무리해야겠다. 남은 기간 여기서의 마무리를 잘 하고 가자. 4주간 더 열심히 수업을 듣고 더 열심히 친구들과 놀고 더 열심히 밋업 모임에 나가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본주의의 병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