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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Jun 12. 2024

신나는 날들

2023.10.30.월요일

문법 수업

오늘은 새로운 클래스가 시작되는 날이다. 나와 회화 수업을 같이 듣는 친구들이 문법 수업에서 레벨 업이 되어 올라왔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교사 M은 11월 7일에 중간 퀴즈, 11월 20일에 레벨 테스트가 있다고 일정을 알려주었다. 내가 떠나는 그 주가 테스트 주간이다. 

phrasal verbs 구동사를 배웠다. 일반적인 동사에 전치사나 부사가 함께 사용되면서 다양한 의미를 갖게 되는 동사들이다. 엄청 많은 구동사가 있는데 그 중에서 교사가 100개를 추려서 공부하라고 나눠주었다. 그리고 구동사 중에서 중간에 목적어를 끼어서 분리시켜 사용할 수 있는 것과 분리가 안되는 것이 있단다. 교사는 설명하면서 이걸 다 외울 수는 없다고 말한다. 자신들도 그냥 직감으로 알 뿐, 무슨 규칙이 있거나 암기 수단이 있는 것은 아니란다. 그냥 많이 읽고 듣고 하면서 익히란다. 그리고는 100개의 구동사의 의미를 내일까지 찾아오란다. 숙제란다. 허걱! 100개나 되는데? 대만친구 J가 반씩 나눠서 찾아보자고 한다. 그럴까? 하지만 아무래도 나는 전체를 다 찾을 것 같다. 직접 찾아서 예문도 읽고 그래야 공부가 된다. 




듣기 수업

여기도 새로운 클래스가 시작되어 새로운 학생들이 몇 명 들어왔다. 서로 이름과 국적을 말하고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새로운 단원을 시작했다. 학교에 대한 주제를 다루는데 교사는 각 나라마다 고등학교를 몇 년씩 다니는지 물었다. 초등학교 6년 후에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3년씩 나누어진 나라도 있고 그냥 쭈욱 고등학교라는 이름으로 6년을 다니는 나라도 있단다.

학교 시스템 이야기를 나눈 후에 방송을 듣고 문제를 풀었는데 이럴수가! 6문제를 모두 틀렸다. 시제와 복수형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서 다 틀렸다. 일종의 트릭이다. 예시문에 비슷한 내용의 다른 시제, 살짝 비튼 복수형 등이 함께 제시되어 있었다. 어쩌면 이렇게 한결같이 모든 함정에 빠지냐! 그동안 절반은 맞추었으므로 이제 조금씩 맞추는 문제가 늘어나리라 기대했건만 망했다. 



읽기와 쓰기 수업

이 수업은 교실과 교사가 바뀌었다. 내가 좋아하는 그 교사가 다른 코스를 맡게 되면서 좀 어리버리한 교사가 있는 교실로 많은 학생들이 옮기게 되었다. 다들 싫어하는 눈치다. 나는 그냥 이 교사가 좀 어리버리하지만 오버액션하는 교사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이 교실도 새로 구성되어서 서로 자기소개부터 했다. 그리고 새로운 단원을 시작했다. 

Body and Soul 신체와 정신. 첫번째 읽기 내용은 다이어트의 딜레마이다. 현대인들 중에 많은 사람들이 과체중이라서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를 결심한다. 다이어트 산업이 엄청 크고 유명인을 내세워 홍보도 한다. 하지만 요요 현상을 겪고 건강도 잃게 된다. 이게 딜레마다. 결국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하면서 건강을 지켜야 한다는 이야기다. 

연습문제로 핵심 내용 파악하기, 세부 내용 써보기 등을 했다. 그리고 이번달에 매주 금요일에 주간 쓰기 과제를 제출하라는 안내도 했다. 그래. 알았다. 마지막까지 빡세게 공부하게 생겼다. 



점심시간

대만친구 J와 점심을 먹는데 맞은편에 앉아서 밥을 먹던 친구가 어디서 왔냐고 묻는다. 우리는 각각 자기소개를 했다. 그 친구는 터키 사람인데 여기서 3년간 살았다가 2년간 자기 나라에 갔다가 다시 여기로 왔단다. 뭔가 한참 설명하는데 듣고 보니까 남편이 외교부에서 일을 한단다. 그래서 여기저기 왔다갔다 한단다. 자신은 터키에서는 체육교사였는데 여기서는 일을 하지 않는단다. 참 다양한 사람들을 이곳에서 만난다. 

밥을 먹고 나서 나는 대만친구 J에게 밴브릿지의 사무실 위치를 알려주었다. J가 요며칠 계속해서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고 이것저것 알아보고 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유학원에서 도와주어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J의 대만 유학원은 질문을 하면 그냥 간단한 답만 줄 뿐 도움이 되지 않는단다. J는 자신의 첫 숙소부터 시작해서 은행계좌까지 전부 자신의 힘으로 해결해야했다면서 자신의 유학원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나의 유학원을 신뢰하냐고 물었다. 나는 100% 신뢰하지. 내가 밴브릿지에서 기숙사를 잡아준 것부터 은행계좌, 캐나다전화개통까지 모두 해주었다고 자랑하니까 J가 엄청 부러워하면서 혹시 자신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묻는다. 글쎄. 가능할까 싶어서 테드님에게 대만친구를 도와줄 수 있는지 일단 카톡으로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감사하게도 도와줄 수 있다면서 상담해줄테니까 한번 찾아오라고 했다. J가 상담받을 시간에 나는 회화수업이 있어서 사무실 앞까지 같이 갔다가 나는 수업을 받으러 돌아왔다.



회화 수업

여기에도 새로운 학생들이 합류했다. 우리는 내일 있을 할로윈 게임을 준비했다. 전에 의논한대로 촛불을 불어서 끄고 마지막 촛불의 위치에 있는 두 개의 상자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게임을 준비했다. 여기서 핵심은 두 개의 상자 중에 하나는 좋은 선물이, 하나는 나쁜 선물이 들어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룹을 지어서 역할을 나누어 맡았다. 게임 룰을 안내하는 팀, 상자를 꾸미는 팀, 선물을 포장하는 팀 등으로 역할분담을 했다. 나는 상자를 꾸미는 역할을 맡았다. 상자는 할로윈의 대표적 상징물인 Jack O Lantern 잭 오 랜턴(호박 랜턴)을 그렸다. 다양한 모양의 호박 랜턴을 그렸다. 역시 이런 작업은 재밌다. 마지막으로 촛불을 어느 정도 간격으로 놓아야 할지 실험해 보았다. 다들 신나게 준비를 했다. 교사는 승리는 우리의 것이라고 장담을 한다. 가장 재밌는 게임을 만든 교실이 우승을 해서 피자를 받는단다. 다들 승부욕에 불타오른다. 역시 우리 회화수업 학생들과 교사는 승부욕이 강하다. 




수업이 끝나고 보통 때라면 보충수업을 듣겠지만 오늘은 아니다. 할로윈 이벤트 중 하나인 Pumpkin carving 호박 조각(잭 오 랜턴 만들기)에 참여했다. 4명이 팀을 이루어 신청할 수 있어서 우리는 한국 친구들과 대만 친구와 한팀을 이루었다. 우리의 팀명은 TaKo 타코. 뜻은 Taiwan 대만의 Ta, Korea 한국의 Ko를 합친 것이다. 

우리는 신나서 호박 조각의 사진들을 검색해서 하나를 선택하고는 조각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컨셉은 호박 부엉이다. 호박이 생각보다 크고 두꺼워서 조각하는데 애를 먹었지만 재밌었다. 뭔가 이것저것 꾸미는 것도 가능하다고 해서 우리의 호박 부엉이에게 귀도 만들어주고 손과 발도 만들어 주었다. 나름 무척 귀엽게 꾸몄다. 다들 제각각 재밌는 호박 조각을 만들었다. 우리처럼 귀여운 것도 있고 할로윈답게 무시무시한 것들도 있다.

내일 각 조각에 대해 투표를 해서 순위를 정한단다. 12시에 2층에서 진행한단다. 내일 점심시간에 2층은 난리가 나겠군.  



한바탕 호박 조각을 한 후에 대만친구 J와 나는 도서관으로 향했다. J는 밴브릿지에서 너무 많은 정보와 조언을 해주어서 너무 행복하단다. 그동안 알고 싶었던 것들을 모두 속시원하게 설명해주었단다. 그러면서 밴브릿지처럼 좋은 유학원이 있어서 한국학생들은 너무 좋겠단다. 그녀의 밝은 표정을 보니까 나도 행복하고 또 뭔가 되게 뿌듯하다. 밴브릿지의 테드님은 역시 짱이다. 


도서관에서 우리는 문법 숙제인 100개의 구동사의 의미를 열심히 찾았다. 처음에는 영어로 그 의미와 예시문을 쓰는 작업을 했는데 너무 많아서 결국 그 방식은 포기했다. 그냥 간단하게 의미를 짐작할 수 있는 단어만 메모했다.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데 한국친구들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오늘 나는 그들과 함께 '밴쿠버 미스테리 어드벤처 게임'에 참가할 것이다. 마침 그 게임의 모임 장소가 내가 있는 도서관 옆 건물이라서 그들과 도서관에서 만나기로 했다. 

이 게임은 밴쿠버 시내 곳곳을 다니면서 단서를 찾아서 퀴즈나 수수께끼를 푸는 게임이다. 특히 할로윈에 맞추어서 미스테리 귀신을 찾는 내용으로 진행된단다. 이런 종류의 게임은 처음 참여해본다. 정말 이곳에 와서 처음 해보는 경험들이 많다. 약속 장소에 가보니까 참가한 그룹들에게 힌트가 되거나 문제를 풀 때 필요한 물건들이 들어 있는 가방과 지도, 수수께끼 노트를 준다. 총 4팀이 참가했다. 그리고 2시간 내에 이곳으로 돌아와야만 한단다. 지도를 보고 첫번째 장소에 가 보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어렵다. 영어로 되어 있는 수수께끼라 우리에게는 더 어렵다. 가방 안에 들어 있는 엽서의 힌트와 주변 지형지물에 대한 수수께끼를 맞추어서 두 개를 합쳐서 문제의 답을 찾아야 한다. 한참 헤매었지만 결국은 답을 찾아냈다. 

조금은 요령을 터득해서 다음 장소로 가면서 미리 수수께끼 노트의 힌트들을 살펴보았다. 근처의 오래된 시계탑을 찾아서 그 앞의 안내문에서 답을 찾아내었다. 그밖에 시내의 여러 장소를 찾아다니면서 문제를 풀었다. 숫자를 조합해서 주소지를 찾아서 건물 이름을 찾기도 하고 건물의 외벽에 있는 그림와 일치하지 않는 카드를 찾는 것도 있었다. 어떤 것은 살짝 트릭으로 이미 제공된 가방 안에 있는 물건에서 답을 찾을 수 있는 것도 있었다. 그래도 익숙한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문제를 푸니까 뭔가 더 재밌는 것 같다.

두 시간이 후딱 가서 서둘러서 처음의 모임 장소로 갔다. 우리는 영어를 번역하면서 수수께끼를 풀어야해서 다른 팀보다 더 어려웠다. 결국 우승은 영어를 잘하는 그룹이 차지했다. 우승팀에게는 시내 도보 투어 상품권을 주었다. 우리는 그냥 참가상으로 초콜릿을 받았다. 솔직히 나는 우승팀의 시내 도보 투어 상품권보다는 초콜릿이 좋다. 이미 이곳 지리를 빠삭하게 아는 나에게 시내 도보 투어는 별로다. 어쩌면 우승을 못해서 정신승리를 위해 하는 생각일 수도 있다. 후후.



집에 와보니 꽤 늦은 시간이다. 숙제도 해야 하고 일기도 써야한다. 오늘도 참 다양하고 재밌는 일들이 많았구나. 처음으로 호박 조각도 해보았고, 시내 어드벤처 게임도 했다. 게다가 내일은 할로윈 게임도 하고 저녁에는 할로윈 파티에도 간다. 오늘도 내일도 신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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