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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Jun 11. 2024

친구들과 점심

2023.10.29.일요일

오늘 일정은 친구들과 점심 먹는 것뿐이다.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일어나서 쿠바 여행 일정을 짰다. 쿠바의 인터넷 사정이 열악하다는 점을 감안해서 시외버스표와 숙소를 여기서 예약하고 그 출력물을 가지고 갈 예정이다. 따라서 내가 가려는 도시를 연결하는 시외버스의 시간과 동선을 고려하여 일정을 확정지었다. 이제는 버스표와 숙소를 예약할 차례다. 오늘은 예약의 날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여행 계획은 즐겁다. 신나게 검색하고 또 검색하면서 벌써 마음을 쿠바에 가 있다.

한국친구 E가 카톡으로 오늘 시간이 되면 잠깐 들러서 김치를 주고 가겠단다. 그녀는 한국에서 공수해온 귀한 젓갈과 재료들로 김치를 만들었는데 나에게 좀 나눠주겠단다. 이렇게 고마울수가! 이 친구는 저번에 맛있는 깍두기를 주었던 그 친구다. 너무 폐를 끼치는 것 같아서 망설였지만 이곳에서 집에서 담근 김치를 먹는 것은 아주 귀한 일이므로 넙죽 받았다. 그러고 보니까 여기 왔을 때 초기에도 또다른 한국 친구가 담근 김치를 주었다. 나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이다. 김치를 받아서 올라오는데 벌써 침이 고인다. 들어오자마자 김치를 썰어서 소분했다. 대만 친구 J가 한국음식을 매우 좋아해서 나눠줄 몫도 조금 덜어두었다. 




드디어 여행갔다가 어제밤 늦게 귀가한 일본 친구 K가 일어났다. 그녀에게 나의 대만 친구 J가 합류할 예정임을 알렸다. 그리고 우리는 어제 검색한 여러 식당 중에 비교적 가까운 곳에 가서 골고루 음식을 포장해오기로 했다. 미국친구가 밀에 대한 알러지가 있어서 쌀국수와 라이스가 가능한 국수집으로 갔다. 신중하게 의논한 끝에 쌀국수볶음, 해산물볶음밥, 닭과 야채 볶음을 시켰다. 국물은 대만친구 J가 닭고기 스프를 만들어오기로 해서 우리의 선택에서는 제외시켰다. 우리는 요리를 사오고 대만친구는 요리를 만들어왔다. 식탁위에 펼쳐 놓으니까 아주 근사하다. 

보기에만 근사한 것이 아니라 맛도 근사했다. 쌀국수는 나에게는 조금 짜게 느껴졌지만 그래도 맛있다. 고기는 언제나 진리다. 닭고기와 각종 야채 볶음도 훌륭하다. 하지만 나에게는 역시 해산물볶음밥이 최고다. 대만친구가 만들어온 치킨 스프도 근사하다. 그녀는 닭고기에다가 생강과 여러 야채를 넣고 1시간 정도 끓였단다. 우리나라의 삼계탕과 비슷한 건강식이다. 



미국, 일본, 대만, 한국 사람이 이렇게 한 자리에 앉아 식사를 하는 풍경은 흔한 일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음식 이야기부터 각자 공부 이야기 등을 나누었다. 일본친구는 어제 다녀온 조프리 레이크 여행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미국친구가 아마존에서 많은 것을 주문하는데 학생 회원으로 가입해서 아주 좋은 조건으로 물건을 산다는 이야기를 했다. 갑자기 다들 아마존 어플을 열고 어떻게 자신도 학생 회원으로 바꿀지 찾아보기도 했다. 잘은 모르겠지만 학교 혹은 학원의 어떤 서류가 필요한가보다. 대만 친구가 내일 학원에 가서 알아보겠단다. 그녀는 여기서 장기간 살아야 하므로 학생 회원으로 바꾸면 여러모로 편할 것이다. 


거의 두 시간이 넘게 수다를 떨면서 밥을 먹고 나서 일본친구는 볼일을 보러 나가고 미국친구는 방으로 들어갔다. 대만친구는 우리집에서 좀더 공부하다가 가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다. 나는 그 옆에서 쿠바 여행의 예약을 마무리짓고 필요한 예약확인증을 다운받아 정리했다. 대만친구가 지금 공부하는 것은 IELTS라는  시험인데 영어권 나라에서 공부를 하거나 전문직업을 얻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다. 딱 보기에도 꽤 어려워보인다. 하지만 J는 이곳에서 유치원 교사를 하고 싶어 하므로 이 시험을 봐야만 한단다. 아직은 도전하기에 어렵지만 학원 과정을 모두 이수하고 나면 가능하지 않을까?

대만친구에게 한국친구가 준 김치를 조금 나누어 주었다. 그녀는 너무 좋아한다. 지금까지 내가 만든 한국음식을 정말 맛나게 먹어준 친구다. 그녀는 한국의 알싸한 매운 맛이 좋단다. 게다가 이 김치는 한국에서 공수해온 재료로 만들었다고 하니까 더 좋아라한다. 친구가 좋아하니까 나도 좋다. 대만친구가 가고 난 후 내일 학원에 가서 공부할 내용을 좀 들여다보았다. 내일부터는 다들 새로운 단원을 시작한다. 그러고 보니까 내가 떠나는 그 주가 11월달의 마지막 주간이다. 하하. 떠나기 전까지 시험을 보고 마지막 날에는 성적표를 받아들겠구나. 그때 부끄럽지 않도록 열심히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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