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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Aug 20. 2023

주눅들지 말자

2023.06.28.수요일

불면의 밤을 두 번이나 보내고 수요일이 되었다. 공부를 시작한지 어느덧 3일째가 된다. 혹은 아직 3일밖에 안되었다. 정신이 혼란스럽다. 잠은 제대로 못자고 영어는 여전히 들리지 않는다. 숙제는 겨우 했지만 모르고 넘어간 내용이 마음에 걸리고 시간은 너무 부족하고 미치겠다.

아침 일찍 일어나 도시락을 싸가지고 학원으로 향했다. 어제 저녁에 간단한 샌드위치를 만들어 두어서 아침에는 그것을 통에 담아가지고 나왔다.


일찌감치 1교시인 Grammar 교실에 가서 숙제를 다시 검토했다. 학생들이 하나 둘 들어오고 이제 좀 익숙해진 학생들과는 가벼운 인사를 나누었다. 그런데 교사가 들어오는데 어제와 다른 사람이다. 어제 뭐라뭐라 한참 얘기한 것이 자기가 내일부터 다음주까지 휴가 기간이라는 얘기였단다. 그랬구나. 생각해보니까 vacition, hoiliday 어쩌고 한 것 같다. 나는 그게 이번 주말부터 월요일까지 이어지는 긴 연휴 얘기인줄 알았다. 근데 지금 상황에서는 누가 오건 내 귀에는 영어가 들리지 않아서 마찬가지일 것이다. 좀 전에 이름을 소개했나본데 어느 단어가 이름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그나마 숙제 해왔냐, 파트너와 확인하라는 얘기는 알아들었다. homework, partner... 언제쯤 되어야 문장이 들릴지 모르겠다.

그래도 어제 231, 232page의 숙제를 열심히 해 간 덕분에 파트너와 확인할 때 그럭저럭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리고 교사가 한 명씩 돌아가면서 답을 읽어보도록 한다. 세계 각국에서 모인 사람들이라 발음이 제각각이다. 무슨 말인지 발음을 못알아듣겠다. 아마 그들에게도 내 발음이 잘 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나마 천천히 말하니까 귀를 쫑끗 세우면 무슨 말인지 짐작은 간다. 교사는 한 명 한 명 발음을 교정하기도 하고 틀린 부분은 바로 잡아 칠판에 쓰기도 하였다. 확인해 보니까 나는 3인칭 단수일 때 동사에 -s를 붙이는 것을 습관적으로 빼먹고 있다. 아주 기본적인 것인데 자꾸 잊는다.

숙제를 다 확인한 후 234쪽을 펼치란다. 그런데 다음 순간 나는 또다시 멘붕에 빠졌다. 여기도 숙제였단다. 뭐라고? 난 못들었는데? 아니, 못알아들었는데? 234쪽 본문을 읽어오고 235쪽 문제도 풀어오라고 했단다. 심지어 어제밤에 U가 나에게 카톡으로 숙제를 알고 있냐고 해서 나는 알고 있다고 당당하게 답했다. 그때 어느 page인지 정확히 확인할 껄...

한번 당황하면 정신을 못차리는 나는 어쩔 줄을 몰라서 허둥지둥댔다. 안돼. 정신차려. 허겁지겁 본문을 살펴보는데 도무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의 특성에 대한 것 같은데 너무 당황하니까 갑자기 happy가 뭐지?...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파트너와 확인하라는데 뭐, 나는 확인할 것도 없다. 급히 파트너의 답을 확인하여 표시하고 억지로라도 본문을 읽어보려고 했지만 교사의 영어 설명이 쏟아져 들어와 집중할 수가 없다. 본문은 나중에 집에 가서 확인하기로 하고 교사의 말을 어떻게든 알아들어 보려고 귀를 기울여보았다. 본문 내용에 대해 뭐라고 설명하는 것 같은데 못알아듣겠다.

한숨만 내쉬고 있는데 내용확인 문제를 하나씩 학생들에게 묻는다. 내 순서가 되자 슬쩍 파트너의 답을 얘기했는데 처음에는 맞는다고 했다가 갑자기 틀렸다고 한다. 그리고 뭐라뭐라 설명하는데 갑자기 귀에 확 들리는 부분이 있다. 10 percent. 나에게 주어진 질문은 'People always feel bad in reaction to bad events.'가 진실인가 거짓인가였다. 대부분 사람들은 나쁜 일에 안좋은 감정을 느끼겠지라고 생각하고 True라고 답했다. 처음에는 교사도 그렇다고 하다가 갑자기 본문을 보더니 아니란다. 그리고 Ten percent라는 말이 들렸다. 얼른 본문을 보니까 'Another 10 percent of happiness is situational-if bad thigs happen, people tend to feel bad..... '라는 부분이 있다. 그러니까 위의 문장은 False이다. 10 percent의 사람을 alwalys라고 할 수는 없다. 문득 이런 문제라면 내가 침착하기만 하면 풀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영어로 말하는게 안들려 당황하고 숙제도 안해와서 내용도 모르니까 허둥지둥댔지만 침착하게만 읽고 파악하면 나도 풀 수 있다. 갑자기 내가 너무 주눅들어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눅들지 말자. 좀더 자신감을 갖자. 좀더 적극적으로 대처하자.



정신을 차리고 나니까 236쪽을 펼치란다. grammar presentation. 문법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그제서야 24unit의 제목을 보았다. infitive after certain verbs 어떤 동사 뒤에 부정사... 지금은 부정사. 우리가 흔히 아는 to 부정사에 대해 배우는 기간인가보다. 그리고 부제가 happiness이다. 지금 나의 행복은 영어가 잘 들리는데 있다. 문법 설명이 죄다 영어로 되어 있는데 그다지 어렵지는 않다. 한국사람들, 일본사람들은 영어 문법을 잘한다고 들었다. 학교에서 주로 문법을 암기식으로 가르쳤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to 이후에는 동사의 기본형을 사용한다,  부정사는 어떤 동사의 뒤에 따라올 수 있다, 어떤 동사는 부정사가 오기 전에 목적어를 사용한다  등의 내용은 쉽게 이해가 되었다. 학창시절에 배운 것들이다. 다만 이 내용들이 지금 교사의 설명이 귀에 들어와서가 아니라 교재의 내용을 읽어서 이해했다는 것이 좀 아쉽다. 뭔가 다양한 방식으로 설명한 것 같은데 아직은 잘 들리지 않는다.

이번에는 238쪽을 펼치란다. 그러면서 뭐라뭐라 하는데 S(원래 이 수업 담당교사)가 어느 page를 진도나가라고 일일이 다 지시했나보다. 교사의 자리에 있는 컴퓨터 화면을 보여주면서 떠든다. 아, S가 보강 들어오는 교사들에게 어디어디를 어떻게 가르치라고 자세히 기록하고 갔나보다. 문득 S가 되게 좋은 교사인 것 같다. 238쪽 exercise1의 A는 긴 글에서 verb+infinitive와 verb+object+infinifive를 찾아서 표시하라는 문제이다. 내용은 이번에도 행복에 대한 것이다. 그럭저럭 해당되는 동사와 부정사를 찾을 수 있었다. 하긴 to만 찾으면 되니까 그 다음 object가 있는지 확인하는 정도라 어렵지 않다. 238부터 240까지 문제를 풀어오는 것이 숙제란다.


수업이 끝나고 U가 와서 지금은 어떠냐고 묻는다. 나는 얼른 숙제를 다시 확인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리라. 어제는 못알아들은 부분이 있어서 슥제를 놓쳤다고 했더니 자기도 처음에는 그랬다며 그건 여기 대부분의 학생들이 다 겪은 일이라고 위로해준다. 정말 U는 너무 친절하다. 그래서 어떻게 일본말도 잘하냐고 했더니 자기는 일본사람이란다. 앗! 나는 그녀가 한국사람인줄 알았다. 내가 착각해서 미안하다고 했더니 괜찮다며 자기는 한국어를 전공했고 한국에서 잠시 공부도 했단다. 그리고 자기가 여기 처음 와서 나처럼 힘들었을 때 한국 학생들이 정말 많이 도와주어서 버틸 수 있었단다. 그래서 자기도 새로 학생들이 오면 적극적으로 도와주려고 한단다. 나도 아마 안정되면 새로 온 학생들을 도와줄 수 있을 거란다. 내가 누구를 도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교사 말을 못 알아듣는데. 어쨌든 U는 너무 좋은 사람이다.


다음 시간은 listening 시간이다. 이제는 담당교사가 구분되기 시작했다. 처음 받았던 종이에 교사의 이름이 써 있었는데 아예 볼 생각도 못했다. listening 교사는 W이다. 유쾌하게 인사하면서 들어온 후 학생들 출석을 확인하는데 대부분 이름을 외웠고 새로운 학생들만 한번 더 확인하는 눈치다. 특히 학생들 이름을 맞는 발음으로 불러주려고 애쓴다. 사실 몇몇 이름은 발음이 좀 어렵다. 한국이름도 그렇고 브라질이나 멕시코쪽 이름도 그렇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나는 영어 닉네임을 만들어 왔는데 대부분 그냥 본명을 부른다. 나는 그게 그 사람을 존중해주는 것 같아서 좋다고 본다.

오늘도 숙제를 파트너와 맞춰보고 교사가 답을 확인해주면서 보충 설명을 한다. 이 교사의 패턴을 어느 정도 알겠다. 월요일과 화요일에 반복해서 들었던 단어들이 있어서 그럭저럭 풀 수 있었다. 여전히 틀리는 것들도 있지만 그래도 첫날보다는 낫다. 특히 어떤 설명은 교사의 말이 약간 들리기도 한다. plenty of fluid는 drink a lot of water라고 설명하는게 들렸다. 조금 들린다. 아주 조금이지만....

72쪽을 펼치란다. 또다시 듣기가 있음을 직감하고 얼른 문제를 훑어보았다. 모르는 단어를 물어보란다. 학생들이 몇 개의 단어를 질문한다. 교사가 설명하는데 말이 너무 빠르다. 잘 모르겠다. 아까는 좀 들렸는데, 다시 또 실망이다. listening이 시작되니까 또 절망. 잠시 후 본문 스트립트 종이를 나눠준다. 이번에도 빈칸 메꾸기다. 빈칸의 길이가 길지는 않지만 도무지 뭔말인지 들리지 않는다. 대충 눈치로 몇자 끄적거려 보고 파트너와 맞춰보았다. 뭐 도찐개찐이다. 그래도 파트너는 나보다는 스펠링은 좀더 많이 아는 것 같다. 얼른 보고 고친다. 교사가 이번에도 칠판에 빈칸의 내용을 써준다.

내용을 확인 후에 다시 listening. 듣기로 내용 파악은 아직은 불가능하다. 스크립트를 보면서 대충 몇 문제를 찍어보았다. 처음에 spanish explorers가 나와서 무슨 모험얘기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라 건강에 대한 것이다. spanish explorers가 젊어지는 샘을 찾아나섰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youth and good health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그런데 어떤 문제의 답은 나라에 따라 다를 수도 있는 것 같다. 'where can you get health information?' 우리나라는 건강에 대한 정보는 병원(hospitar)이나 스포츠시설 같은 곳에서 얻지 않나? 그런데 여기는 clinics가 있어서 거기서 건강에 대한 정보를 얻는단다. hospitar은 종합병원이고 clinic는 작은병원인데 여기서는 아프면 무조건 clinic에 가야 한단다. 문제의 답을 하나하나 확인하면서 부연 설명도 하는데 어떤 것은 단어로 눈치를 챌 수 있었다. 문제를 다 푼 후 오늘은 숙제가 없단다. 다같이 환호한다. 역시 마음은 다 같다.



Reading and Writing 시간이다. 원래 교사는 'C'인데 휴가 중이라 보강교사가 수업하고 있는 수업이다. 보강교사는 시험을 많이 본다. 오늘은 writing test이다. 책상 위를 깨끗하게 치우고 필기도구만 남겨둔다. 어느 나라나 시험은 다 비슷하다. 그런데 writing test 전에 어제 우리가 본 reading test의 답안지를 나눠주고 스스로 채점하도록 한다. 그래. 이미 경험했지. 그런데 이 교사는 자기 것을 자기가 채점하도록 한다. 다른 색깔로 표시하란다. 채점은 역시 빨간펜이지. 그럭저럭 반은 좀 넘게 맞았다. 물론 맞은 것 중에 절반은 찍은 것이다. 맞은 개수까지 표시한 후 걷어간다.

그리고 이제 본격적인 writing. 세 가지 주제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 그런데 몇 개의 단어들이 확신이 들지 않아서 결국 아는 단어가 있는 주제를 선택했다. 문제는 막상 쓰려고 하니까 내가 아는 단어가 매우 한정적이라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그 중에서도 스펠링을 아는 단어는 더 적다는 것이다. 결국 아는 단어 몇 개로 돌려막기를 하는 수밖에 없다. 그나마 교사가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던 교재의 내용이 좀 도움이 되었다. 첫 문장은 주제문. 그 다음은 그 이유를 두세 가지 설명하는데 좀더 상세하기 설명. 그리고 마지막 문장은 한번 더 주제문을 달리 표현하기. 문단 구조는 대충 잡을 수 있는데 단어가 딸린다. 어차피 이번 test는 나에게는 의미가 없다. 난 이번주에 시작했다고!!! 그럭저럭 써서 완성했는데 시간이 남는다. 슬쩍 보니까 다들 엄청 길게 열심히 쓰고 있다. 멍때리고 있기 창피해서 다시 검토하면서 뭔가 열심히 고민하는 척했다. 그런데 다시 보니까 끼워 넣을 내용이 생기긴한다. 한 문장 더 추가. 그래도 참 빈약하다. 근데 교사가 중간에 뭐라뭐라하고 문을 여는데 아무래도 다 쓴 사람은 제출하고 나라가는 것 같은데 확신이 들지 않는다. 이게 다 교사의 말을 한마디도 못알아들어서다. 이 교사는 특히 말이 빠르다. 만약 제출하고 나가라는 것이 아니라면 여기서 나가면 그게 뭔 상황이 될까 싶어서 그냥 누군가 나갈때까지 기다리기로 한다. 시간이 다 되니까 교사가 뭐라뭐라 한다. 한명 두명 교사에게 답안지를 낸다. 나도 살짝 기다렸다가 제출하고 나왔다. 정말 교사의 말이 들려야한다. 그게 시급하다.


점심시간에 학생 라운지에서 한국분들에게 생활용품 사는 곳에 대한 정보를 들었다. 아주 큰 마트는 시내에서 벗어난 곳에 있다. 한국음식이나 한국용품은 시내의 H마트나 한남마트에서 살 수 있다. 이런 저런 유용한 정보를 한국말로 들을 수 있어서 너무 좋다. 물론 영어 공부를 하려면 한국사람들을 멀리해야 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 매우 힘든 상태라 이렇게라도 한국말을 듣지 않으면 미칠 것 같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다들 수업에 들어갔다. 나는 오늘부터 1시 수업이 아니라 2시부터 시작되는 Communications 수업을 듣는다. 1시가 되자 학생 라운지가 거의 비어서 아주 조용해진다. 좋다. 한쪽에 자리잡고 앉아서 오늘 받은 숙제를 했다. 먼저 숙제부터 하자. 그리고 나서 다음 진도 나갈 부분을 미리 읽어보자. 그래야 수업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서 시간이 되면 복습도 해야지. 근데 복습까지 할 시간은 없을 듯하다. 늘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생각보다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아직 숙제를 다 못했는데.


Communications 수업이다. Pronunciation 수업과 같은 교사인 C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제 배운 내용으로 퀴즈를 풀고 나에게는 어떤 종이를 준다. supermarkets이라는 주제로 관련된 단어들이 있고 그것을 옆의 문장에 빈칸메꾸기를 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bakery, fresh, receipt 등 대부분 아는 단어다. 그런데 몇 개의 단어는 확실하게는 모르겠다. 교사가 설명해주는데 아주 약간 알 것 같기도 하다. C는 몸동작을 많이 해서 아주 쉽게 설명해주려고 하는 교사다. groceries는 식료품, best before는 유통기한이란다. 그럭저럭 단어를 파악하고 나기까 빈칸 메꾸기를 하란다. 다 하고 나니까 옆자리 학생에게 답을 맞춰주란다. 다 맞았다. 오예!!!



학생들이 퀴즈를 풀고 나는 문제를 푸는 동안 교사가 계속 교실 밖을 들락날락했다. 뭔가 했더니 복도에 우리가 할 활동을 준비한 것이다. 다음 활동은 복도의 두 곳에 붙어있는 그림에서 서로 다른 부분을 찾는 틀린그림찾기다. 파트너를 두 명씩 맺어준다. 가급적 다른 언어 학생들끼리 묶으려고 하는 것 같다. 나의 파트너는 일본친구다. A와 B의 그림에서 서로 다른 부분을 찾는 것인데 8개가 있단다. 그런데 교사가 자기는 7가지 밖에 못 찾았단다. 우리에게 8개를 찾아보란다. 다같이 우루루 나갔다. 대략 학생들이 10여명 되어 복도가 북새통이 되었다. 그래도 움직이는 수업이 좋다. 계속 앉아있으니까 무릎이 아팠다. 신나서 왔다갔다 하면서 그림을 비교하는데 아주아주아주 작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어서 눈을 크게 뜨고 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커피그림이 있는데 그 아래 바닥에 커피콩의 갯수가 다르다거나 코딱지만한 캔의 그림에 M이 없다거나 그런 것들이다. 처음에는 파트너들끼리 확인하면서 다녔는데 나중에는 학생들이 다 같이 찾아서 정보를 공유했다. 나도 두 개 찾아서 알려줄 수 있었다. 그래. 뭔가 기여를 해야지. 계속 주워먹을 수는 없지. 그렇게 확인한 후에 교사가 답을 하나씩 들어본다. 교사가 알고 있는 7가지를 다 말하고 나서 남은 한가지를 물어서 우리는 제일 아래 Last line이 하나는 있고 하나는 없다고 했다. 그랬더니 교사가 눈을 크게 뜨고 비교해보니 뭐라뭐라 하면서 어깨를 으쓱한다. 아무래도 그것은 복사할 때 잘려서 그런 것인가 보다. 그렇다면 결국은 확실한 것은 여전히 7가지다.

한바탕 야단스러운 활동을 하고 나서 다시 종이를 나눠준다. Phrasal Vervs Relation to Clothes. 옷에 관련된 동사구에 대한 내용이다. 또 다시 여러 학생들을 섞어서 파트너를 바꾼다. 그리고 의논해서 문제를 풀어보란다. 어떤 단어는 알겠는데 어떤 단어는 모르겠다. take off는 옷을 벗다, put on은 옷을 입다, look for는 무엇을 찾다. 이런 단어들은 알고 있다. 다만 옆의 설명 중에 적당한 것을 찾는 것은 또다른 문제다. 그럭저럭 문제를 풀고 서로 의논했다. 이번 파트너는 브라질 친구인데 영어발음을 잘 못알아듣겠다. 그쪽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도 단어 한두 개로 겨우겨우 소통해서 문제를 풀었다. 교사가 확인해주는데 역시 몇 개는 예상과 달랐다. 아무래도 생활용어니까 복습해야겠다. 어느새 한 시간이 훌쩍 지났다. 역시 수업을 바꾸기를 잘했다.


정규수업은 다 끝났다. 오늘은 처음으로 extra grammar 수업을 들으러 간다. 같은 3층이다. 교사는 M이다. 처음 보는 교사이다. 학생들에게 하나씩 이름과 grammar level을 묻는다. 여기는 level 1~3학생들이 듣는 교실이다. 4~5는 다른 교실에서 진행된다. level 1부터 3까지 다양한 학생들이 모여있다.

오늘 수업은 past verbs에 대한 것이다. 동사의 과거형. regular verb는 '-ed'를 붙인다. irregular verb는 다양하게 변한다. 다 아는 내용이다. 다만 그것을 영어로 설명들으니까 귀를 쫑긋 세우고 들어야 한다. 말로 들을 때는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칠판에 판서를 하니까 무슨 말인지 알겠다. 아직 나는 듣기가 안된다. regular verb의 과거형은 발음이 세 가지 경우란다. [t], [d], [id]. 이것도 아는 내용이다. 그런데 [t], [d]와 달리 [id]는 발음할 때 원래의 발음보다 한 음절(?) 늘어난단다. 음절은 아닌데 영어로 뭐라고 했는데 놓쳤다. 어쨌든 이 수업은 차근차근 천천히 진행되어 좋다. 교사의 성품이 그런 것 같다. 찬찬하다. 발음교정도 열심히 해준다.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렇게 보충수업까지 마치고 부지런히 집으로 와서 씻고 숙제부터 했다. 오늘 숙제는 grammar만 있다. 하지만 숙제를 하고 나서 미리 예습까지 하려니까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 모르고 지나간 내용 복습도 해야 하고 일기도 써야 하는데 너무 피곤하다. 오늘은 잠을 좀 잘 수 있으려나. 아마도 내 의지와 상관없이 잠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온몸의 세포가 피곤하다고 외치고 있다. 이제 좀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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