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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Aug 25. 2023

롤러코스터 일주일

2023.06.30.금요일

약간 흥분상태로 잠을 제대로 못잤으나 기분은 좋다. 놀러가는 날이다. 게다가 오늘 오후 수업이 없으니까 도시락을 싸지 않아도 된다. 신난다. 


1교시 grammar 수업 시간. 오늘은 자리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신중하게 앉았다. 역시 예상대로 그 똑똑한 일본 여학생 옆에 일본 남학생이 앉는다. 그래. 이게 안정적인 그림이다. 앞으로는 상황 파악을 하면서 자리를 선택해야겠다. 내 옆자리에도 일본 여학생인데 나보다 영어를 잘한다. 지난번에도 옆에 앉아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오늘도 잘 부탁한다. 

어제 숙제였던 부분을 읽어와서 내용 확인 문제는 비교적 수월하게 풀었다. 그리고 grammar presentation 설명은 미리 읽어왔다. 아직도 교사의 설명은 들리지 않는다. 언제쯤 귀가 트일까?  infinitives of purpose 목적의 부정사에 대해 배웠다. 뭔가 되게 길게 설명했는데 나는 듣지는 못하고 그냥 문장으로 이해했다. 

다음 페이지의 본문 내용은 어느 정도 이해했는데 infinitive of purpos, ajective 혹은 adverb+infitinive를 다 찾지는 못했다. 어떤 것은 알겠는데 어떤 것은 잘 모르겠다. 이것도 나중에 복습해야겠다. 주어진 연습 문제를 파트너와 함께 풀어보았는데 그런대로 내용을 추리해서 풀 만했다. 숙제로 해온 연습문제는 꽤 많이 틀렸다. 형태 바꾸는 것이 나에게는 아직 어렵다. 다시 절망이다. 머리로는 알고 있는 규칙인데 영어 문장으로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2교시 listening 시간. 다른 교사가 들어온다. 오늘 교사 W가 휴가라고 했단다. 난 못들었다. 아니 안들렸다. 보강 교사는 출석을 부르고 나서 종이를 나눠준다. 'your song'라는 old pop이다. 노래를 들으면서 빈칸을 메꾸란다. 그야말로 땜빵이다. 뭐 Elton Jhon의 노래로 귀에 익은 노래고 흥겹게 들으면서 빈칸을 메꾸었다. 아니 메꾸려고 노력했다. 어떤 단어는 들리지만 어떤 단어는 들리지 않는다. 그런데 교사가 빈칸을 확인해주고 나서 노래를 다시 들으니까 이상하게도 아까는 안들리던 단어들이 들린다. 정말 신기하다. 그렇게 한 시간이 지나갔다.



3교시 Reading and Writing 시간이다. 이 수업은 계속해서 시험만 봤던 수업이다. 오늘은 무얼하게 될까? 교재에서 23쪽을 펼치란다. 그리고 한 명이 한 문장씩 돌아가면서 읽으란다. Sarah가 Toronto의 학교에 다니게 되어 남자친구 Jim에게 고양이 Smiley를 맡겼다. Jim은 이제 그녀가 고양이를 키울 수 있는 장소로 이사를 가서 Smiley를 데려다 주려고 한다는 내용이다. Smiley는 Jim을 싫어해서 얼굴도 할퀴고 옷도 물어뜯고 가구도 상처내고 그랬단다. 드디어 비행기의 짐칸에 Smiley를 싣고 편하게 앉아있는데 갑자기 창밖에서 Smiley가 도망가고 두 명의 남자들이 그 뒤를 쫓아가는 것을 보게 된 Jim이 외쳤다. 'Smiley, You eveil cat. come back here' 여기서 얘기가 끝난다. 


교사는 빈 종이를 나눠주더니 그 다음의 이야기를 이어서 써보란다. 10~20sentences and finish the story. 단어만 좀 알면 내가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를 써 줄 수 있는데, 문제는 아는 단어가 너무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한정된 단어로 맞는지도 모르겠지만 이야기를 꾸며냈다. 내가 꾸민 이야기는 결국 Jim은 비행기에서 내렸고 자동차로 Sarah에게 가기로 했다. 고양이를 뒷자리에 놓았지만 계속 울어서 앞자리로 옮겼다. 너무 긴 시간 운전해서 피곤했다. 그때 사고가 났고 Jim과 Smiley의 영혼이 바뀌었다. 여기까지 억지로 썼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교사는 몇 명의 학생에게 발표를 시킨다. 나름대로 잘 하는 학생들이다. 행복한 결말도 있고 헤어진 결말도 있다. 몇 명 발표하고 나니까 수업이 끝났다. 




이렇게 오늘의 수업이 끝났다. 오후 수업은 없다. 다들 들뜬 표정으로 교실 문을 나선다. 나도 그렇다.


이렇게 정신없던 5일의 수업이 끝났다. 처음 3일은 징징거렸고 나머지 2일도 허둥지둥거렸지만 조금은 안정된 것 같다. 안정되었나? 피곤, 후회, 절망 사이 사이로 용기, 희망, 오기가 떠올랐다 가라앉았다 한다. 무슨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다. 아직도 교사의 말은 10~20%만, 그것도 단어 위주로 들린다. 학생들 사이의 말도 단어로 알아듣는다. 나의 speaking도 단어 나열 수준이다. 나는 이 어학연수를 왜 스스로 신청해서 이 고생을 하는 것일까? 과연 어학연수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정말 영어가 들릴 수 있을까? 지금은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다. 


일단 떠나자. 밴프로. 에라 모르겠다. 난 놀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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