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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Aug 26. 2023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 1

2023.06.30.금요일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이 제목은 사실 류시화 작가의 인도여행 책 제목이다. 그런데 이번 밴프 여행은 이 제목이 가장 어울리는 여행이었다. 그래서 과감하게 차용해 보았다. 설마 저작권에 걸리는 건 아니겠지? (문제가 되면 제목을 바꿔야겠다. 소심한 1인이라..)

캐나다로 출발하기 전, 나는 캐나다에서 가고 싶은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어느 시기에 가면 좋을지도 알아보았다. 1순위는 옐로나이프(오로라). 2순위는 밴프(캐나다 록키). 3순위는 프린스에드워드아일랜드(빨강머리앤). 4순위는 퀘백(도깨비 촬영지). 그리고 5순위 캐나다는 아니지만 캐나다에서 가면 좋은 나라로 '쿠바'여행도 추가. 그런데 캐나다는 생각보다 큰 나라다. 비행기를 이용하면 제일 가까운 밴프가 1시간, 옐로나이프는 2시간 30분,  퀘백은 4시간 50분, 프린스에드워드아일랜드는 7시간(직항 없음). 이러니 어디를 가려면 연휴를 이용하거나 뭔가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캐나다의 연휴는 어떻게 되는지 급히 찾아 보았다. 내가 공부를 시작한 첫번째 주말이 연휴다. 앗!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 갑자기 조급한 마음이 들어 폭풍 검색을 했다. 가장 가까운 밴프부터 가보자. 방법은 세 가지다. 밴쿠버에서 투어를 신청해서 갈 수도 있다. 그런데 대부분 버스 타고 하루를 간다. 첫날은 버스타고 가기, 다음날부터 구경. 그런데 나는 하이킹을 해야 하는데 그런 시간이 많이 주어지지는 않는 듯하다. 두번째 방법은 밴프 현지에서 투어를 신청하는 방법도 있다. 하이킹, 카야킹 등의 액티비티를 전문으로 하는 여행사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런데 내가 그들의 걸음을 따라갈 수 있을까 의문이다. 세번째 방법은 자유여행이다. 비행기표부터 갈 곳까지 모두 내가 세팅하고 알아서 움직여야 한다. 고민하다가 결국 자유여행으로 결정했다. 버스 타고 가기는 싫고 누군가의 발걸음에 맞추는 것은 자신이 없다. 그냥 내맘대로 다니자. 그게 내 스타일이다.

우선 숙소부터 알아보았다. 보아하니 밴프 시내는 숙소가 한정적이라 언제나 비싸다. 게다가 이때가 캐나다의 대표적인 연휴라서 자리도 없을 것 같았다. 아고다, 호텔스닷컴 등 그동안 이용했던 사이트를 총 동원해서 알아본 결과 유스호스텔의 도미토리룸(남녀혼성)이 그나마 밴프 시내에서 가장 저렴한 곳이었다. 그것도 1박에 대략 14만원정도다. 도미토리룸인데도 그 가격이다. 내가 지금까지 묵었던 도미토리룸 중에서 제일 비싸다. 하지만 어쩌랴, 그게 아니면 버스로 30분 정도 떨어진 캔모어라는 곳에 묵어야 하는데 여기도 비싸다. 그럴 바에는 시내가 낫다. 그래서 일단 숙소부터 잡았다. 금요일부터 월요일까지 3박인데 금, 토, 일 요금이 다 다르다. 대략 합쳐서 43만원 정도다. 

숙소를 잡고 나서는 비행기표를 구했다. 스카이스캐너와 익스피디아로 검색. 익스피디아에서 검색된 비행기 표 중에서 에어캐나다를 선택했다. 여러 후기에서 저가 항공을 이용했다가 비행기 연착, 심지어는 비행기 취소까지 경험한 사례들이 있었기 때문에 안전한 에어캐나다로 가야겠다. 물론 좀더 비싸다. 그러나 영어가 안되는데 연착이나 취소는 절대 안된다. 출발 시간은 금요일 수업이 끝난 직후 출발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돌아오는 비행기는 월요일 오후에 밴쿠버에 도착하는 것으로 정했다. 만약 학원이 금요일 오후 수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면 더 빠른 비행기를 선택했을 것이다. 아쉽다. 비행기 값은 약 38만원 정도 들었다. 최고 성수기 가격이다. 게다가 늦게 예약해서 더 비싸다. 

아직 예약할 것들이 많이 남았다. 비행기는 밴프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캘거리에 도착한다. 캘거리에서 밴프까지 가는 방법으로 공항에서 바로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리무진 버스들이 있다. 여러 업체들이 있는데 시간대가 비교적 많은 업체(밴프 에어포터)를 선택했다. 조금 비싸지만 그 버스는 내가 정한 숙소를 경유하는 노선이다. 숙소가 밴프의 메인 스트리트에 있어서 대부분의 버스들이 그 길을 지난다. 리무진 버스를 비행기 시간에 맞추어 왕복으로 예약했는데 비용은 약 16만원 들었다. 

다음은 곤돌라 예약. 우선 대표적으로 '밴프 곤돌라'를 이용해서 설퍼산이라는 곳에 올라는 것이 있다. 걸어서 올라갈 수도 있지만 그건 등산이다. 나는 가벼운 하이킹을 원한다. 곤돌라로 올라가자. 여기 전망대 레스토랑에서 밥 먹으면 좋다는데 예약해야 하기도 하고 너무 비싸서 패쓰!!!. 곤돌라 비용은 왕복 약 65,000원이다. 

또다른 곤돌라는 '선샤인 빌리지 곤돌라'. 여기는 아직 덜 알려진 곳이인데 이번 여행에서 내가 가장 기대하는 곳이다. 겨울에 스키장으로 아주 인기있는 곳인데 6월 말부터 8월 초까지만 야생화가 가득한 하이킹 코스가 열린다. 딱 내가 가는 그 시기다. 여기도 왕복 65,000원정도. 그러니까 곤돌라 비용만 합쳐서 13만원이 들었다. 뭔가 했다하면 10만원이 넘는다. 정말 비싸다.

다음은 밴프 교통 비용. 여기도 버스가 다닌다. 로밍 퍼블릭 버스라고 해서 밴프 시내를 중심으로 해서 근처의 캔모어, 밴프 곤돌라가 있는 설퍼산, 유명한 관광지인 루이스 호수 등등 여러 노선이 있는 버스다. 이용 방법은 세 가지이다. 첫째, 정확한 날짜와 시간을 예약하는 방법, 둘째, 자유이용권인 슈퍼패스를 예약하는 방법, 셋째, 현장에서 표를 사는 방법. 그런데 여러 후기를 읽어보니까 시간을 예약한 사람이 우선 탑승하기 때문에 사람이 많은 시기에는 패스이용자나 현장구매자는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못탈 수도 있단다. 그래서 나는 가급적 시간을 정해서 예약하기로 마음 먹었다. 

내가 가고 싶은 곳은 루이스 호수와 모레인 호수다. 다들 극찬을 한 호수인데 모레인 호수가 더 깊숙한 곳에 있어서 더 한적하고 좋단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올해부터 모레인 호수는 개인 차량은 아예 진입 금지이고 지금 로밍버스도 모레인까지 운행하지 않는단다. 대신 국립공원 셔틀버스를 예약해서 이용하란다. (또 다른 방법은 투어를 이용하는 거였다. 이때 판단을 잘해서 투어를 신청했어야 할까?) 문제는 이놈의 셔틀버스가 이미 예약이 다 찼다는 것이다. 미친 듯이 검색해보니까 전날 열리는 표가 있다고 하는데 불안하지만 일단 그것을 노려보기로 마음 먹었다. 급한대로 루이스 호수로 가는 로밍버스표부터 예약했다. 그것도 오전은 이미 다 예약이 끝났고 오후만 남았다. 다행히 해가 늦게 지므로 오후에 가더라도 저녁까지 볼 수 있다. 모레인 호수는 루이스 호수를 거쳐서 가야만 한다. 따라서 일단 루이스 호수의 왕복 버스를 예약한 후, 모레인 호수를 왕복할 수 있는 셔틀을 전날 오픈 될때 잽싸게 예약하려고 했다. (결론은 실패했다.) 루이스 호수 왕복 버스비는 약 22,000원 정도 했다. 

이렇게 예약 및 예매한 비용을 합치면 1,122,000원이 들었다. 가서 먹는 것 등을 합친다면 약 150만원은 들 것 같다. 정말 비싸다. 예약하면서 내가 너무 조급한게 아닐까 의구심이 들었지만 이미 일은 저질렀다. 사고치는게 내 취미인가? 에라 모르겠다.


캐나다에 와서 잠시 관광객 모드였다가 공부를 시작한 첫주에 눈물콧물 빼면서 너무 힘들게 보냈다. 드디어 금요일 오전 수업이 끝났다. 너무 신난다. 얼른 집으로 와서 점심을 먹고 숙제부터 했다. 보나마나 갔다 와서는 피곤해서 숙제를 못할 것이다. 숙제를 완료하고 나서 어제 싸둔 짐을 다시 정비했다. 최대한 가볍게 가야 한다. 수화물을 부치지 않는 조건이므로 들고 탈 수 있을 정도의 짐으로 꾸렸다. 거기는 여기보다 춥다고 하므로 가을 점퍼와 긴 팔, 긴 바지를 챙겼다. 한국에서 가져온 압축팩이 아주 유용하다. 옷들을 거기에 넣고 공기를 빼니까 배낭에 쏘옥 들어간다. 공항까지 처음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가 본다. 집에서 공항가는 전철역인 예일타운역까지 걸어서 15분이다. 정말 집의 위치가 짱이다. 전철타고 20분이면 공항 도착이다.

드디어 캠퍼스카드를 이용한다. 공항까지 가면서 드디어 밴쿠버 다운타운을 벗어나 본다. 문득 내가 이 곳에서 일주일을 살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는 여행하러 온 것이 아니구나. 좀 색다른 느낌이다. 전철은 3칸 정도로 생각보다 아담했다. 처음에는 중간에 앉았는데 앞쪽이 보여서 다가가 보니 무인으로 운행되고 있다. 앞자리가 최고 전망이 좋아서 벌써 한 가족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진작에 앞자리로 올껄 그랬다. 다음에는 앞자리에 앉아야지. 



공항에 도착하니 거기가 종점이라서 사람들이 다 내린다. 사람들에 휩쓸려서 걸어가면 그대로 공항으로 들어가게 된다. 공항 건물에 들어서니 바로 전광판이 있어서 내가 탈 비행기의 탑승구를 알려준다. 어제 에어캐나다 어플에서 나에게 채크인을 권해서 셀프 채크인을 했고 그래서 좌석번호도 받았다. 셀프 채크인을 했으니까 공항에서는 곧바로 탑승구를 찾아가면 된다. 비행기 출발 두시간쯤 전부터 탑승권을 바로 열어볼 수 있는 알람이 제시되고 있다. 어플을 다운받기를 잘한 것 같다. 다만 어플에서 보이는 탑승권에는 탑승구가 제시되지 않았는데 공항 입구에서 바로 확인이 가능하다. 

탑승구를 확인했지만 여기는 국제공항이라 국내선을 타는 곳을 잘 찾아가야 한다. 살짝 긴장해서 누군가에게 물어봐야지 했는데 별로 어렵지 않게 찾았다. 그냥 탑승구 번호만 찾아가면 되는 거였다. 탑승구 번호를 보고 공항 검색대 앞에 줄을 서 있는데 너무 밀려서 그런지(캐나다의 큰 연휴) 일부 사람들은 근처의 다른 검색대로 안내한다. 잽싸게 (이럴 때 눈치는 빠름) 그 대열에 끼어서 공항검색대를 빠르게 통과했다. 물도 없고 최대한 간소하게 여행 준비를 했기 때문에 뭐 걸릴 만한 것은 없다. 


가볍게 검색대를 통과한 후 마실 물을 사서 탑승구 앞에서 기다렸다. 기다리면서 간단한 스케치를 했다. 이게 얼마만의 스케치인가. 그동안 공부하느라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스케치북이나 색연필은 꺼내볼 틈도 없었고, 고프로도 전원을 켜볼 여유가 없었다. 너무 팍팍한 삶을 살았구나.



드디어 탑승 시작. 구역별로 탑승객을 부르기 때문에 우루루 미리 줄을 설 필요가 없다. 내 구역 차례가 될 때까지 앉아서 기다리면 된다. 비행기를 타자마자 화면을 보고 감탄을 했다. 한글 지원이 된다. 너무 좋다. 영화 한 편을 다 볼 수 있는 거리가 아니기 때문에 짧은 것을 찾아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비행시간은 제주도 가는 것 정도 걸린 듯하다. 한 50분 쯤. 중간에 음료 서비스를 하는데 어떤 것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간단한 주스같은 것은 무료다. 가볍게 주스 한잔 마신다. 



금새 캘거리 공항 도착했다. 그냥 사람들이 가는대로 나가면 된다. 국내선이라 그런지 특별히 무슨 절차가 없이 바로 공항 밖으로 나갈 수 있다. 일단 출구 번호 5~6 사이를 찾아갔다. 옆으로 긴 공항이라 오른쪽을 선택하는가, 왼쪽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다리품을 많이 팔 수도 있다. 다행히 잘 찍었다. 어렵지 않게 5~6 사이의 밴프 에어포터에 도착했다. 직원은 한국인이 드물어서 그런지 나를 보자마자 이름을 확인해 준다. 정말 한국인이 한 명도 없다. 10분 후에 버스에 탑승할 수 있단다. 내 짐을 짐칸에 싣겠냐고 묻길래 그냥 들고 타겠다고 했다. 버스는 제법 근사하게 생겼다. 얼핏 보면 무슨 트럭같다. 10분 후 직원의 안내에 따라 버스에 탑승했다. 



창밖으로 스치는 풍경이 낯설다. 좀 황량하기도 하고 뭔가 거칠어 보인다. 드디어 밴프에 간다. 어제밤에 잠을 제대로 못자서 버스 안에서 좀 졸았다. 고속도로를 지나 캔모어를 경유할 때쯤 깼다. 여기서 30분 정도 더 가면 밴프란다. 



버스는 정확히 숙소 앞에 섰다. 숙소 위치가 너무 좋다. 채크인을 하고 내가 3일간 묵을 방으로 갔다. 가보니까 내 자리가 2층 침대의 윗칸이다. 너무 높다. 그래서 얼른 데스트에 가서 아래칸으로 바꾸어 달라고 했다. 알겠다며 한참 화면을 보더니 이미 예약이 다 차서 바꿀 수 없단다. 아! 예약하면서 미리 아래칸으로 해달라고 할껄, 후회하면서 방으로 돌아왔다. 예전에도 유스호스텔에서 2층 침대에서 자본 적이 있어서 그 불편함을 잘 알고 있다. 왜 미리 아래칸 요청을 생각하지 못했을까? 너무 오랜만에 도미토리룸에 묵기 때문에 아예 그런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일단 짐을 정리하여 옷들은 작은 옷장에 넣었다. 작은 옷장은 대부분 자물쇠가 걸려있다. 나는 자물쇠를 가지고 다녀야 한다는 사실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래. 내가 너무 오랜만에 도미토리룸에 묵는거야. 아니면 도미토리룸에 묵기에는 너무 늙은걸까? 약간 슬픈 기분이 들었다. 짐을 다 정리하고 나니 너무 늦은 시간이라 무조건 잠부터 자야겠다. 때마침 누군가가 전체 등을 꺼버린다. 

그런데 몸이 피곤한 것에 비해 잠이 오지 않는다. 오늘 하루의 일들이 머리 속을 스쳐간다. 그래. 혼자서 여기까지 왔다. 손짓발짓과 생존영어를 사용하면서. 대부분 영어로 안내할 때 나는 영어를 잘 못하니까 천천히 쉽게 설명해달라고 요청했다. 꼭 필요한 단어들을 사용해서 그럭저럭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심지어는 채크인 시간이 늦을 듯하여 전화로 숙소에 내가 늦는데 채크인 괜찮은지도 물었다. 이 과정에서 사용한 단어들은 아주 간단한 것들이었고 알아들은 것도 간단한 영어 단어들이다. 여행을 위한 생존영어는 아직 살아있다. 

하지만, 나는 이 이상의 영어를 하고 싶은 거다. 그래서 어학연수를 온 것이다. 그래. 힘들지만 이번 여행은 잘 왔다. 내 목적도 상기키고 용기도 내고 힐링도 할 수 있다. 근데 잠은 왜 또 안오는거야.. 이것저것 너무 많은 생각이 떠오른다. 머리에도 스위치가 있다면 끄고 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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