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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Aug 30. 2023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 3

2023.07.02. 일요일 

이번에도 밤새 뒤척였다. 이쯤 되면 기절해야 하는데 정신이 너무 맑아진다. 이번에도 알람과 상관없이 일찍 일어났다. 아메리칸식 아침을 야무지게 먹고 바로 짐을 챙겨서 나왔다. 이번 여행에서 내가 가장 기대하고 있는 '선샤인 빌리지'에 가는 날이다. 곤돌라를 타고 올라서 리프트를 타고 또 올라가서 그 다음 천상의 하이킹 코스를 걷는다. 

선샤인 빌리지에 가는 무료셔틀 버스가 있는데 이것도 숙소의 바로 옆에 선다. 정말 숙소 위치가 끝내준다. 홈페이지에서 캡쳐한 버스 시간을 확인해서 나가니까 정말 버스가 온다. 나 외에도 사람들이 더 탄다. 나는 예약한 표를 보여주었고, 다른 사람들은 가서 표를 살 거라고 양해를 구한다. 버스로 50분 정도 가니까 선샤인 빌리지 곤돌라 타는 곳이다. 표를 살 사람들은 2층으로 간다. 나는 곧바로 승강장으로 돌격. 출력해간 표를 보여주고 바로 탑승했다. 

한국에서는 잘 타지도 않는 곤돌라를 어제, 오늘 연속으로 탄다. 그런데 너무 춥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가? 바람이 불어서 그런가? 몹시 춥다. 어깨가 움추러들 정도다. 그런데 앞에 뭔가 보인다. 승강장 같은 것이 있어서 뭐야 벌써 끝난거야 했는데 커브를 도는 곳이다. 맙소사 곤돌라가 좌회전을 한다.



추위에 오돌오돌 떨면서, 경치에 감탄을 하면서, 사진과 촬영을 하면서 어수선하게 올라갔다. 30분 정도 꽤 길게 올라간다. 근데 내려오는 곤돌라에 가족이 타고 있는 걸 보았다. 위에 호텔이 있다. 여기는 스키 시즌이면 북적대는 곳이다. 곤돌라에서 내리니까 안내원이 뭐라뭐라 말하는데 너무 빠르다. 천천히 쉽게 말해달라고 하니까 손짓발짓 동원해서 설명한다. 트레일에서 벗어나지 말아라, 동물들에게 먹을 것을 주지 말아라, 곰 스프레이가 필요하면 저 건물에서 빌릴 수 있다는 내용이다. 

안내지도를 받아들고 곰 스프레이 빌려주는 곳으로 갔다. 여기는 곰이 종종 나타난다고 한다. 점심을 같이 먹는 한국분들 중에 밴쿠버 근처 드라이브 갔다가 곰을 만난 적도 있다고 했다. 어떤 여행 후기에서는 곰 스프레이까지는 필요없고 호루라기나 딸랑거리는 종을 배낭에 매달고 다니면 된다고도 했다. 일단 혼자 하이킹을 하는 것이므로 무언가 대책은 필요할 것 같다. 곰 스프레이가 비싸면 딸랑이나 호루라기라도 사야지. 물어보니까 빌리는데 15,000원 정도 한다. 보증금도 있는데 그건 돌려받는 거니까 제외. 그 정도면 내 안전에 투자할만하다. 솔직히 궁금하기도 했다. 배낭에 매달수 있는 작은 가방에 스프레이가 담겨있는데 안전바를 뒤로 제끼고 물 분무기 뿜듯이 앞 레버를 당기란다. 아주 쉽다. 단, 곰의 얼굴 쪽으로 향하란다. 근데 곰이 나타나서 이걸 써야 하는 상황이라면 얼굴을 마주 볼 수 있을까? 

이번에는 리프트를 탄다. 곤돌라 승강장에서 위쪽의 호수까지 걸어서 올라갈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올라가는 것은 리프트를 타고 내려올 때 걸어서 내려올 생각이다. 아까 몹시 추웠던 것이 생각나서 좀 걱정이 되지만 그 사이 해가 좀 올라와서 생각보다 많이 춥지는 않다. 그런데 리프트는 스릴있지만 다소 위험하다. 여기서 무언가 떨어뜨리면... 상상하고 싶지 않다. 고프로 전용 배낭이라 어깨끈에 고정시킬 수 있어서 다행이다. 휴대폰은 뒤에 고리가 있어서 다행이다. 그리고 역시 만고의 진리. 높이 올라갈수록 경치는 끝내준다. 또다시 사진 찍으랴 영상 찍으랴 너무 분주하다. 


리프트 구간은 10분 정도로 비교적 짧다. 그런데 리프트에서 내릴 때쯤 되니까 바람이 사방에서 몰아친다. 산 꼭대기라서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여기 직원들도 추워서 발을 동동 구른다. 바람이 정말 미친 듯이, 사정없이, 사방에서 휘몰아쳐서 정신을 못차리겠다. 바람은 나의 단골 닉네임이고 대학 동기들 모임에서 나의 닉네임은 '미친 바람'이다. 그런데 여기 미친 바람이 불고 있다. 



일단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바람을 피해야 겠다. 여기가 꼭대기라 그런 것 같다. 급하게 내가 가려는 하이킹 코스, 3개의 호수를 둘러보는 길로 향했다. 록 아일 레이크 방향으로 가면 된다. 잘 닦여진 길을 조금 걸어 내려가니까 바람이 좀 덜 분다. 살 것 같다. 나무로 만든 전망데크가 있다. 그래. 이 경치다. 내가 기대했던 모습. 하늘 호수. 너무 아름다워서 한동안은 멍하니 바라보게 된다. 정신을 차리고 지도를 보면서 현재 내 위치와 앞으로 갈 길을 가늠해 보았다. 그런데 여기에 안내원이 있다. 처음에는 관광객인줄 알았는데 보니까 사람들에게 길도 안내하고 설명도 해주고 사진도 찍어준다. 그래서 그 사람에게 길을 물어보았다. 물어보길 잘 했다. 내가 생각했던 현재 내 위치가 그게 아니었다. 다른 곳을 착각했다. 그리고 내가 갈 길을 설명해주었다. 뭐 여러 갈래 길이 있는게 아니라 길을 잃을 염려는 없겠지만 지금 내 위치는 정확히 알고 출발해야지.



즐겁게 콧노래를 부르면서 하이킹을 시작한다. 그냥 어디에 카메라를 들이대도 다 한 폭의 그림이다. 어쩌면 이렇게 아름답고 평화로울 수 있을까? 평화롭다는 것은 그냥 내 주관적인 느낌이다. 지금 이 길을 걷는 내 심정이 그런게 아닐까? 자세히 보면 야생화들도 가득하다. 그런데 사진에는 그게 잘 안담긴다. 갈림길이 중간에 몇 군데 있는데 안내판이 여러 곳에 있어서 헛갈릴 일은 없다. 심지어 중간에 화장실도 있다. 화장실을 이용해 봤는데 무척 깨끗하다. 그리고 곳곳에 벤치들이 있어서 앉아서 쉬어가기도 좋다. 좁다란 오솔길을 따라 신나게 걷는다.

중간에 벤치에 앉아서 쉬고 있는데 외국인 부부가 지나가다가 사진을 찍어줄까 한다. 내가 셀카 찍으니까 아마도 사진을 찍어주어야겠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고맙다고 하고 휴대폰을 맡겼다. 나름대로 세로로도 찍고 가로로도 찍는다. 그리고는 혼자 왔냐며 약간 걱정스러워하는 눈치다. 고맙다고 그런데 그냥 나는 잘 즐기고 있다고 했다. 솔직히 이럴 때 저 사람들과 함께 걸으면 영어 연습도 되고 곰이 나타나도 안전할 것이다. 문제는 저들의 걸음을 내가 따라잡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 영어실력으로는 긴 대화도 어렵다. 그들은 좋은 시간 되라고 인사하고 갔다. 걸어가는 모습을 보니까 나의 수준에서는 거의 뛰어가야 한다. 그래. 안되는 건 안되는 거다. 나는 나의 속도대로 가야한다.


길을 가다가 다람쥐를 보았다고 생각했는데 다람쥐가 아니었다. 아무래도 미어캣 같다. 얘가 계속 내가 가는 길을 왔다갔다 하면서 지가 먼저 간다. 너무 귀엽다. 미어캣의 안내를 받으며 첫 번째 호수인 그리즐리 호수(Grizzly lake)에 도착했다. 세 개의 호수 중에서 가장 작다. 그래서 그런지 잔잔한 물결이 일렁이는 모습으로 보아 호수가 많이 깊어보이지는 않는다. 호숫가를 따라서 걸으니까 호수 위를 걷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아기자기하고 예쁜 호수다.


그리즐리 호수를 지나 또 다시 오솔길을 걷는다. 너무 예쁜 데크길도 있다. 아마 약간의 습지인 듯하다. 나무가 우거진 오솔길도 지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전망대가 나타난다. 지도에 있는 심슨 뷰포인트(Simpson view point)다. 이렇게 멋진 곳이었어? 숨이 탁 막히는 전망이다. 비슷비슷한 풍경이겠거니 했는데 여기는 완전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즐리 호수가 아기자기한 피아노 곡을 들려주는 느낌이라면 여기는 갑자기 교향악단이 웅대한 음악을 들려주는 것 같다. 아.. 멋지다. 역시 세상은 넓고 가볼 곳은 많구나. 안나푸르나를 다녀와서 어지간한 산 풍경에 놀라지 않을 것 같았는데 아니다. 다르다. 산마다 다 다르다.


심슨 전망대를 지나 다음 호수는 라일락 호수(Laryx lake 라릭스 호수)다. 영어로 라일락은 아닌데 나는 자꾸 라일락으로 읽는다. 그냥 너는 라일락 호수해라. 라일락처럼 예쁘니까... 호수를 따라서 난 데크길을 따라 한참 걸으면 쉬어갈 수 있는 곳이 나온다. 사람들이 대부분 여기서 싸온 간식을 먹는다. 나도 간식을 먹으면서 한참 쉬었다. 쉬고 있는데 한국인 부부가 와서 앉을 자리가 없어서 어쩌지 하고 있어서 이쪽으로 같이 앉자고 했다. 나 혼자인데 벤치를 다 차지하는 것은 옳지 않다. 

어제 밴프 곤돌라와 루이스 호수에서는 한국말이 가끔 들렸는데 오늘 이 하이킹에서 한국 사람은 처음 본다. 이분들은 곰 스프레이 대신 딸랑거리는 종을 매달고 있다. 한국에서 일주일 휴가를 내서 오직 밴프에서만 하이킹을 즐기다가 갈거란다. 멋지다. 게다가 내일 루이스 호수와 모레인 호수를 간단다. 투어로 간단다. 내가 어제 실패한 것을 이야기하니까 안타까워 하면서 자신들이 가는 투어에 자리가 있을 거라면서 알려주고 싶어한다. 그러나 여기는 휴대폰이 안터지는 곳이다. 그리고 마음은 고맙지만 나는 어차피 내일 밴쿠버로 돌아가야 한다. 이분들도 국립공원 셔틀버스가 매진이 되어서 투어를 선택했단다. 그래. 내가 처음부터 그냥 투어를 선택했다면 어쩌면 모레인 호수에 갈 수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것도 다 흘러가는대로 되는 것이다. 좋은 여행되시라고 인사하고 나는 먼저 일어났다. 참 좋은 분들인 것 같다.  


라일락 호수 사진을 찍으면서 슬슬 걷고 있는데 아까 그 분들이 나를 앞질러 간다. 다시 한번 잘 가시라고 인사했다. 역시 나는 정말 느리다. 심지어 꼬마들이랑 함께 온 가족들도 나를 앞질러 간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일부러 느리게 걷는 것은 아니다. 내딴에는 부지런히 발을 놀리고 있다. 근데 왜 나는 이리도 느린 걸까? 모르겠다. 아마 나는 슬로우 비디오처럼 걷나 보다. 라일락 호수는 아까 걸어올 때 본 모습과 이쪽 반대편에서 본 모습이 많이 다르다. 아까는 산에 둘러싸인 아늑한 느낌이었는데 여기서 보니까 좀 광활한 느낌이다. 호수도 한바퀴를 다 돌아봐야 어떤 모습인지 알 것 같다. 주변 산이 달라지면 호수의 느낌도 달라진다. 라일락 호수를 돌아보고 나와서 마지막 호수인 록 아일 호수(Rock isle lake)로 향한다.

또 다시 야생화가 가득한 오솔길을 지나 조금만 걸어가니 록 아일 호수다. 세 개의 호수 중에서 제일 크다. 제일 아름다운지는 솔직히 말하기 어렵다. 세 개의 호수가 느낌이 다 달랐기 때문이다. 록 아일 호수 전망대에서 앉아서 스케치를 했다. 재밌는 것은 여기가 아름다워서 옛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림을 그리러 왔단다. 아마도 이 아름다운 모습을 어떻게든 담아보고 싶었겠지. 나도 그렇다. 사진도 찍고 영상도 촬영했지만 그래도 그림은 느낌이 다르다. 뭐랄까... 온전히 그 장소를 내 마음에 담는 것 같은 느낌이다. 내 마음 깊은 곳에 그 장면, 그 소리, 그 냄새가 각인되는 것 같다. 그림 솜씨는 별로여도 내 마음에는 잘 저장되었다.


스케치를 다 마치지는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람이 부니까 춥다. 어떤 때는 괜찮은데 어떤 때는 바람이 심하게 분다. 심지어 바람이 내 색연필도 와장창 떨어뜨렸다. 색연필의 겉은 멀쩡하지만 색연필 심들이 많이 상했을 것 같다. 얄미운 바람 같으니라고.... 결국 그림은 나중에 사진을 보고 마저 마무리 하기로 하고 철수한다. 

내려오는 길은 제법 큰 길을 따라 간다. 가파르지 않아서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아서 좋다. 아주 슬슬 내려와서 곰 스트레이를 반납했다. 중간중간 혼자 걷는 순간도 있었지만 곰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도 이것이 있으니까 마음은 든든했다. 다시 곤돌라를 타고 내려가는데 하나도 춥지 않다. 아까는 너무 이른 시간이라 공기 자체가 차가웠나 보다. 그래. 내가 좀 일찍 서두르긴 했지. 

나는 오후에 존스톤 계곡을 가려고 서둘렀다. 존스톤 계곡에 가는 로밍버스 예약에 실패해서(모두 매진) 가지 말고 밴프 시내 근처 하이킹 코스를 걸을까 했는데 어제 보니까 현장구매로도 갔다 올 수 있을 것 같다. 예약자 우선이므로 서서 가거나 좀 기다려야겠지만 존스톤 계곡은 버스로 30분정도라서 갈만하다.

선샤인 빌리지에서 내려오면서 다음에 여기는 또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너무 마음에 드는 곳이다. 걷기도 좋고 경치도 좋고 느낌도 좋다. 그냥 나는 여기서 보낸 1분 1초가 더 행복했다. 셔틀버스 내린 곳에서 기다리니까 버스가 온다. 버스는 한 시간에 한 대 정도 다닌다. 생각보다 많이 기다리지 않아서 다행이다. 아까 올 때 버스는 좀 작은 것이었는데 이 버스는 크다. 

버스를 타고 다시 밴프 시내로 왔다. 버스 정류장의 버스판매기 앞에서 어떻게 사용하는 걸까 검색하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도와줄까 한다. 존스톤 계곡에 간다고 하니까 능숙하게 버튼을 조작하고 카드로 계산만 하면 된단다. 고맙다고 인사했다. 친절한 관광객인가 했더니 국립공원 직원인가 보다. 여기저기 사람들을 도와준다. 덕분에 쉽게 버스표를 사서 9번 버스 타는 곳에 가서 기다렸다. 어제 루이스 호수로 가는 버스는 바로 옆 8번 버스인데 거기는 여전히 붐빈다. 여기 9번 버스는 기다리는 사람이 세 명 정도뿐이다. 자리에 앉아서 갈 수 있다. 30분 정도 달려서 존스톤 계곡 입구에 내렸다.

그런데 존스톤 계곡에는 사람이 무척무척 많다. 버스는 한적했지만 자동차로 온 사람이 많다. 그리고 바로 옆에 야영장도 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줄을 서서 간다. 그래도 계곡 물소리를 들으면 걷는 것은 좋다. 사람만 조금 적었으면 더 좋겠다. 그런데 여기는 좁은 협곡에 사람들이 걸을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 놓았다. 우리나라의 주왕산이 생각난다. 거기도 이렇게 협곡에 길을 만들어서 걸어올라갔던 기억이 난다. 존스톤 계곡에는 폭포가 두 개가 있는데 두 개를 다 보고 올 생각이다. 마지막 버스 시간이 여유가 있어서 슬슬 촬영도 하고 사진도 찍으면서 올라가 본다. 계곡이 정말 크고 웅장하다. 그냥 이 동네는 죄다 큼직큼직하다.


유모차도 끌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쉬운 길이라 슬슬 올라가니 벌써 첫번째 폭포에 도착했다. 그런데 허걱 사람들 줄이 너무 길다. 이 줄은 그들이 해피포인트라고 하는 장소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늘어선 줄이란다. 나는 패스다. 이따가 내려오다가 줄이 짧으면 시도해보기로 하고 계속 올라간다. 그런데 위쪽으로 가면서 보니까 왜 사람들이 줄을 섰는지 알겠다. 동굴같은 안쪽에 들어가면 폭포 바로 옆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이래서 사람들이 저기 들어가려고 줄을 서 있는 거구나. 나는 사진찍는 사람들을 사진찍으면서 구경이나 할란다.  


그런데 올라가면서 두번째 폭포에도 어쩐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사람이 많으면 나는 그냥 패스할란다. 사실 큰 폭포가 아니라도 여기저기 아름다운 물줄기들을 실컷 볼 수 있다. 굳이 줄을 서서 사진을 찍고 싶지는 않다. 첫번째 폭포 이후에는 길이 산길이다. 그래서 유모차를 가져온 사람들은 첫번째 폭포에서 되돌아간다. 산길을 좀 올라가야 하지만 경치는 올라갈수록 멋지다. 


그런데 헬기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는데 굉장히 가깝다. 헬기의 줄에 사람이 매달려 있다. 뭐야, 뭐야. 다들 웅성거리면서 지켜본다. 잠시 후 헬기가 잠시 공중에 떠 있더니 매달렸던 사람이 없어졌다. 올라가면서 상황을 파악해보니까 폭포를 구경하러 온 외국인 할머니가 넘어졌는데 심하게 다쳐서(뇌출혈 이런거 아닐까) 의료진이 헬기를 타고 투입된 듯하다. 내가 지나가면서 보니까 할아버지 무릎에 기대어 할머니가 누워있는데 얼굴을 심하게 다쳤고 의료진이 응급처지 중이었다. 나중에 두번째 폭포에 도착할 때쯤 다시 헬기 소리가 났는데 아마 할머니를 실어 날랐나보다. 할아버지가 사색이 되어 할머니를 내려다보던 모습이 떠오른다. 부디 별일 없어야 할텐데... 할머니의 건강을 기원해 본다.

조금 숨이 찰 정도로 올라가니 두번째 폭포다. 아, 여기도 사람들 줄이 길다. 여기서 줄을 서기 보다는 올라가서 위쪽에서 폭포를 봐야겠다. 폭포 위쪽로 올라가니까 비스듬히 폭포가 보인다. 그래 이 정도면 되었지. 보니까 폭포는 두 줄기로 나뉘어 떨어진다. 아까부터 느낀 거지만 수량이 엄청 풍부하다. 폭포 위에서 한바탕 쏟아지는 물줄기도 시원해 보인다. 나는 폭포도 멋지지만 주변의 절벽들도 멋진 것 같다. 



폭포를 모두 구경한 후에 슬슬 내려간다. 아직 버스 시간은 좀 남았지만 다리가 너무 아파서 쉬엄쉬엄 내려가야겠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아까 올라올 때 쉬었던 곳에서 쉬게 된다. 다리가 아픈 시기가 비슷해서 그런가 보다. 앉아서 쉬고 있는데 매우 육중한 몸을 가진 서양 여자애가 두번째 폭포까지 얼마나 먼지 묻는다. 보니까 되게 힘들어서 가기 싫어하는 눈치다. 그녀의 남자친구인 듯한 애는 가고 싶어 하는 눈치다. 대략 20분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지들끼리 뭐라뭐라 하더니 올라가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 애가 올라가고나서 혹시나 해서 사진으로 확인해보니까 20분이 아니라 40분 걸렸다. 물론 나는 촬영도 하고 사진도 찍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더 느리다. 하지만 20분보다는 확실히 더 걸릴 것이다. 본의 아니게 뻥친게 되었다. 무사히 올라갔다 오기를 바란다. 

버스 정류장에 예정보다 일찍 도착해서 의자에 앉아 한참 쉬었다. 다리가 좀 풀리는 것 같다. 마지막 버스라 사람이 많을까봐 걱정했는데 의외로 사람이 적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동차 이용자이거나 근처에서 캠핑하는 사람들인가보다. 덕분에 편하게 앉아서 왔다. 

숙소로 돌아와 어제 사 놓은 맥주를 들고 나왔다. 오면서 포장해온 샌드위치와 함께 간단한 저녁을 먹는다. 그러면서 오늘 찍은 사진들을 살펴보았다. 확실히 선샤인 빌리지 사진이 압도적으로 많다. 물론 존스톤 계곡도 좋았다. 물소리가 계속 들려서 더 좋았다. 하지만 나는 역시 선샤인 빌리지의 하이킹이 더 좋다. 다음에 또 오리라. 어차피 모레인 호수도 가봐야 하니까. 당장 다음달 연휴에 도전해보고 싶지만 안돼. 좀더 신중하자. 사실 첫주는 적응을 해야 하니까 여행 일정을 잡지 말았어야 하는데 이번은 내가 너무 성급하게 추진한 면이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또 너무 흥분해서 일을 저지르지 말자. 록 아일 호수의 그림을 마무리하면서 마음을 달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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