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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Sep 02. 2023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 4

2023.07.03. 월요일

오늘은 밴프를 떠나는 날이다. 이번에도 아침 일찍 일어나 조식을 먹으러 갔다. 오늘은 와플에 도전해보리라. 와플 반죽은 숙소의 직원이 만들어 두었다. 와플 기계의 전원을 켜고 적당한 양을 부으면 된다. 두둥... 드디어 예쁜 갈색의 와플이 완성되었다. 다만 절반의 성공이다. 누르고 있던 부분은 갈색인데 안쪽은 아직 하얗다. 내가 와플을 만드는 사이, 내 뒤에 줄서 있던 서양 아줌마가 '오, 원더풀'이라고 한다. 와플에 야무지게 꿀과 버터를 바른다. 칼로리 폭탄이다. 많이 걸었으므로 잘 먹어야 한다. 커피와 와플을 먹으면서 아침 산책 코스를 짰다. 11시에 채크아웃을 하고 캘거리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려야 한다. 아직 3시간 정도의 시간 여유가 있다. 

밴프 기차역과 그 근처의 밴프 다운타운 싸인이 있는 곳, 그리고 그 옆 강을 따라 걷는 산책길을 걸어보기로 하고 길을 나선다. 숙소의 옆길로 걸어가면 바로 기차역이 나온다. 아무리 봐도 숙소 위치가 너무 좋다. 나에게 침대의 2층를 주지만 않았다면 더 좋았을텐데...  나는 뒤끝있는 사람이다. 한적한 아침 산책을 즐기면서 밴프 기차역에 도착했다. 기차역은 생각보다 작다. 밴쿠버에서 여기까지 오는 기차도 있던가? 검색했었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기차역을 지나 이번에는 밴프 다운타운 싸인이 있는 곳으로 가보았다. 여기는 버스를 타고 몇 번씩 지나면서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장면을 목격한 곳이다. 설마 이른 아침이라 사람들이 많겠어? 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나의 예상은 빗나갔다. 사람들이 아침부터 많다. 아, 이 표지판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난리다. 포즈도 각양각색이다.

밴프 싸인을 지나 슬슬 강을 끼고 산책로를 걷는다. 아, 기찻길을 지나면서도 한 컷. 강을 끼고 걷는 산책로는 너무 한가롭고 좋다. 멀리 보이는 산들이 다양하고 강물에 비치는 모습도 기가 막히다.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그냥 밴프 자체가 아름답다. 버스 타고 여기저기 다니지 않고 밴프 시내에서 강가를 따라 산책만 해도 힐링이 되는 곳이구나. 여기는 하늘이 내린 휴양지인 것 같다. 


강가를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에는 곳곳에 의자가 있고 사람들이 걸터 앉아 쉴 수 있는 곳도 많다. 산책로를  따라 한참 걷다보니 큰 공원이 나오고 사람이나 자전거만 건널 수 있는 다리가 나온다. 강에 비친 다리 풍경도 멋지고 다리를 건너면서 볼 수 있는 경치도 멋지다. 아, 정말 아름다운 곳이구나. 이 아침 산책을 하지 않았으면 밴프의 또다른 매력을 모르고 지나갈 뻔 했다. 그동안 돌아다닌 밴프 곤돌라나 선샤인 빌리지, 루이스 호수 등도 멋있었지만 그냥 밴프 시내와 강가의 산책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곳이었다. 마지막 산책을 참 잘 한 것 같다. 



산책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짐을 꾸려서 나왔다. 이제 떠날 시간이다. 숙소에서 친해진 영어교사랑 인사를 나누지 못했다. 도미토리룸에서 2명의 영어교사를 만났다. 밴프에 온 둘째날에 만난 교사는 일본 사람과 결혼한 사람인데 지금은 인터넷으로 영어를 가르치는 교사를 하고 있단다. 나이가 나와 동년배이거나 나보다 많은 것 같았다. 내가 영어를 배우고 있는 중이고 잘 안들려서 힘들다고 하니까 읽기가 도움이 된다고 하고 또 발음도 이것저것 교정해 주었다. 그런데 내가 세번째날 서둘러서 나가면서 저녁 때 오면 선물(한국 전통 인형 열쇠고리)을 주어야지 했는데 그 사이 채크아웃을 했다. 아쉽다. 그 다음은 고등학교에서 체육 기초와 영어를 가르친다는 젊은 교사다. 짧게 고등학생 가르치기 어렵다는 얘기를 나누었는데 내가 채크아웃할때 이미 어디론가 나가고 없다. 어쩔 수 없지. 인연이 여기까지인가보다. 


숙소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어째 시간이 되어도 오지 않는다. 살짝 불안한 마음에 어디에 어떻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누군가 말을 건다. 내 이름을 확인하더니 버스가 약간 지연된다면서 이쪽으로 오란다. 숙소 옆의 다른 호텔 앞에 사람들이 모여서 기다리고 있다. 잠시 후에 버스가 온다. 다행이다. 혹시 여행의 마지막에 또다른 우여곡절을 겪는가 싶어서 긴장했었다. 

버스를 타고 캘거리 공항으로 향한다. 숙소에서 거의 잠을 제대로 못자서 그런지 버스 안에서 머리를 콩콩 찌으며 잤다. 그리고 캘거리 공항. 국내선 탑승장 앞에서 내렸다. 그런데 내 비행기는 하필이면 국제선쪽 탑승구란다. 어제 일찌감치 에어캐나다 어플이 채크인 하라고 알려주어서 채크인을 해 두었다. 그런데 탑승구가 버스에서 내린 방향과 반대 쪽인줄은 몰랐다. 짧은 다리로 열심히 걸어가서 무사히 비행기를 탔다. 짧은 비행 시간 동안도 나는 열심히 졸았다. 피곤이 마구마구 몰려든다. 드디어 밴쿠버 공항에 도착했다. 

그나마 며칠 살았다고 여기가 익숙하다. 숙소로 돌아와서 짐을 정리하고 빨래를 와장창 했다. 여기는 세탁기에 빨래를 하고 건조기에 말린다. 그런데 건조기는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옷이 상하거나 쫄아들까봐 신경써서 조절하면서 건조시켰다. 

그리고 빨래를 하면서 중간중간 휴대폰으로 확인한 것이 있다. ToGoodToGo. 어플인데 캐나다나 유럽쪽으로 어플 사용 국가를 바꾸어야만 다운 받을 수 있다. 레스토랑이나 음식점에서 판매를 위해 만든 음식인데 팔리지 않고 남은 것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여 음식물 쓰레기도 줄이고 양질의 음식을 저렴한 가격에 사려는 소비자도 만족시키는 어플이다. 나는 밴쿠버의 물가가 비싸서 어떻게든 알뜰살뜰하게 살았다는 어떤 후기에서 이 어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다운 받아서 여기에 와서 만든 카드도 등록해두었다. 며칠동안 나온 내용들을 검토해보다가 오늘 드디어 피자를 한번 받아보기로 했다. 우리 집에서 한블록 옆에 있는 집이다. 보통 24달러 정도 하는 것을 9달러 정도에 살 수 있단다. 예약을 하고 나서 빨래를 마치고 가보았다. 조각 피자 몇 개 정도 주겠거니 싶었는데 이게 웬걸 피자 라지 한 판을 준다. 조각은 여러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허걱.. 이걸 다 어째..' 싶지만 일단 받았다.

투고 어플에서는 피자가 유독 많이 나온다. 보니까 이들은 피자를 크게 만들어서 조각으로 판매한다. 우리나라처럼 한판으로 파는 것보다 조각으로 파는 것이 더 많다. 그러다보니까 일정 시간이 지나면 남은 피자 조각들을 냉장고로 보낸다. 그런데 아직 먹을 수 있는 피자들이다. 따라서 투고 어플에는 하루 종일 피자가 저렴한 가격으로 나온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피자는 먹을 수 있겠다. 

지난번에 한국식당에서 싸온 음식들을 우리 집의 한국 학생들이 마다하지 않고 먹어주었다. 그들이 싫어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집게로 깨끗하게 덜어 먹은 음식이지만 그래도 남은 것을 싸온 것이라 마음에 걸렸는데 개의치 않고 잘 먹어 주었다. 이 피자도 받은 순간 어쩌지 싶었는데 우리 학생들이랑 나눠 먹으면 되겠다 싶다. 

피자를 받아 오면서 맥주도 사왔다. 오늘은 피맥이다. 나의 무사 귀환을 축하하며. 내일부터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밴프 여행은 너무 좋았다. 선샤인 빌리지의 하늘 호수를 위하여... 이렇게 나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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