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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Sep 10. 2023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2023.07.07.금요일

7월7일 금요일이다. 야호, 금요일이다. 이번 주말은 무조건 쉴거다. 그리고 일기도 와장창 써야지. 발걸음도 가볍게 학원으로 향한다. 


Grammar 시간. 지난 시간에 다 쓰지 못했던 문제를 R과 서로 확인하는데 L이 와서 같이 확인해 보았다. 그때 새로운 친구 J도 와서 같이 보자고 한다. 그렇게 한국인, 멕시코인, 브라질인, 일본인 넷이 함께 의논했다. 우리는 서로 어렵다고 말하면서 빈칸 메꾸기의 내용을 확인했다. 역시 나 혼자 고민해서 썼던 답 중에 틀린 것도 있다. 현재 진행형과 현재 시제, 부정문과 긍정문이 섞이니까 정말 혼란스럽다. 이번에는 숙제도 함께 확인해 보자고 했다. 서로 선택한 답이 다르다. 서로 더듬거리지만 영어로 대화를 나누었다자기가 이 답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지난 시간 교사가 설명한 부분을 다시 찾아서 보여주기도 했다. 런 토의는 그 자체로 우리에게 유익하다. 자꾸 영어로 말하는 연습이 된다. 아프리카 속담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영어 공부는 먼 길이니까 친구들과 함께 가야겠다. 

unit2로 넘어간다. 이번에는 simple past 과거시제다. 주제는  poet. 좋은 주제다. 일본의 중세시대 시인에 대해 소개하는 본문 내용을 읽고 옆의 문제를 풀면서 단어를 익혔다. restless(가만히 있지 못하는, 쉬지 못하는)이란 단어는 딱 나를 두고 하는 말인 듯하다. 과거 시제에 대한 설명은 쉬운 편이다. 다만 regular verb와 irregular verb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 그건 또 별개의 문제다. 여러 연습문제를 통해 과거 시제를 찾고 빈칸을 메꾸는 훈련을 했다. 연습문제에서는 중세시대의 미국 시인을 소개하고 있다. 처음 뵙는 분이다. 나중에 시간이 되면 이 분의 영시를 읽어봐야겠다. 문제를 함께 풀고 나서 수업이 끝났다. 오늘은 숙제가 없단다. 이 보강교사는 오늘이 마지막 날이란다. 다음주부터는 원래 교사인 'S'가 돌아온단다. 


Listening 시간. 오늘은 Abba의 Dancing Queen이라는 노래를 듣고 빈칸을 메꾸는 것을 했다. 매주 금요일에는 노래를 듣고 빈칸 메꾸기를 하는 것 같다. 이 노래는 영화 '맘마미아'로 영어 공부를 하려고 많이 들었던 노래인데 빈칸 메꾸기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도무지 들리지가 않는다. 이번에도 전혀 안들렸던 내용이 답을 확인하고 들으면 그 단어가 분명 들린다. 뭐가 이러냐. 인간의 뇌 구조는 참 신기하다. 어쨌든 신나게 노래도 듣고 답도 맞추고 하면서 한 시간이 지났다. 


R&W 시간. 이번에도 숙제를 꼼꼼히 확인한다. 그리고는 어제 강조했던 내용 확인 writing을 학생들에게 묻고 답을 칠판에 적어준다. 그리고 교재의 어디에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지도 확인한다. 내용은 어느 정도 파악이 되어서 내용 확인은 어렵지 않다. 문제는 단어다. 단어 암기가 안된다. 그리고 그놈의 품사도 영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familiar(익숙한)은 adj(형용사), familirarity(익숙함)는 n(명사)이다. 생긴 것은 비슷한 놈들이 품사가 다르다. 교사는 내용을 아주 꼼꼼히 확인하고 단어도 확인하더니 다음 주에는 이 내용으로 퀴즈를 본단다. 일종의 중간 테스트란다. 나는 familirarity을 위해 노력해야겠다. familiar 단어는 어차피 잘 알지만 unfamiliar 단어는 familirarity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점심시간이다. 어제의 점심 친구들이 외식을 하러 나가는 것 같아서 오늘은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었다. 전부터 눈여겨 보던 사람들이다. 한국인, 일본인, 중국인, 브라질인이 섞여 있다. 다들 나보다 level이 높은 사람들이지만 일단 부딪혀보자. 점심을 먹으면서 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그럭저럭 알아들을 만하다. 다행이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일본인 Z가 공부하게 될 기간이 나와 얼추 비슷하다. 잘되었다. 그녀의 직업은 회계사란다. 나에게 도서관을 소개해준 한국인 K와 같은 직업이다. 그런데 깜짝 놀랐다. 바로 그 순간 K가 와서 인사를 한다. 내가 너희 둘이 같은 직업이라고 하니까 서로 회사 이름도 말하고 반가워한다. 나도 반갑다. 내가 왜? 그냥 덩달아 반갑다.


Communication 수업. 오늘은 가장 친한 친척에 대해 소개하는 발표 준비를 해오라고 해서 열심히 준비해 왔다. 그런데 전체 발표가 아니라 그룹을 지어서 그룹 안에서 발표하란다. 그런 거였구나. 전체에게 발표하라는 건 줄 알고 좀 긴장했었는데 다행이다. 나는 나의 여동생을 소개했는데 일본인 친구도 자기 여동생을 소개했다. 다들 발표 내용이 비슷비슷하다. 한정된 단어로 표현하려면 어쩔 수가 없나보다.

그 다음은 3~4명씩 그룹을 지어서 주사위 게임을 했다. 20여가지의 질문이 있는 퍼즐 종이를 받고 주사위를 던져서 해당 칸에 있는 질문에 답을 하는 것이다. 질문은 자녀들은 몇 명이 적당한지,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나 장소 등등 다양하다. 여러번 같이 그룹 활동을 한 친구들과는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조금씩 대화가 가능하다. 가급적 완성된 문장으로 말하려고 애쓰지만 그게 쉽지는 않다. 다들 단어를 중심으로 추리를 해서 대화를 한다. 이런 저런 질문을 하고 나니 수업이 끝났다.


오늘은 보충수업이 없는 날이다. 집으로 가기 전에 학원에서 3분 거리에 있는 밴브릿지 유학원에 갔다. 내가 잘 살고 있음을 확인해주고 싶기도 하고, 기숙사의 에어컨이 고장나서 안 나오는데 수리 요청을 해도 별다른 조치가 없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으려고 갔다. 우리 집의 외국인 친구가 그러는데 오래전부터 얘기했지만 그들이 조치를 취하지 않아서 자기는 포기했단다. 그러면 안되지. 여기에 얼마나 비싸게 들어왔는데 기본적인 냉방과 난방을 안해주면 안되지. 그래서 이런 저런 사정을 밴브릿지에 이야기했더니 바로 학원의 기숙사 담당자를 통화하고 또 직접 기숙사에 확인해서 답변을 받으면 알려주겠단다. 

그리고 밴브릿지에 간 또다른 이유는 이번 달 중순에 있는 코스트코 쇼핑에 같이 가고 싶어서이다. 코스트코는 연회비를 내야 하는데 학생들은 대부분 그럴 여유가 없다. 그래서 가끔 코스트코 연간회원권을 가진 밴브릿지의 테드님과 함께 가서 쇼핑을 하는 이벤트를 한다. 가서 실컷 쇼핑해야겠다. 선풍기를 살지 고민이다. 그리고 좀 부끄럽지만 체중계도 살까 한다. 여기 와서 너무 빵을 많이 먹고 피자도 많이 먹고 그래서 살이 쪘을까봐 걱정이다. 물만 먹어도 살찌는 체질이라 걱정이다.


밴브릿지에서 나와서 도서관으로 향했다. 조용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 집중해서 숙제와 예습을 했다. 이번에 앉은 자리는 공부하기 딱 좋은 시스템이다. 책상 위쪽에 등이 있어서 책읽기 좋다. 열공을 하고 집으로 향한다. 지금부터 집에 가서 주말 내내 달려서 일기를 따라잡아야 한다. 자꾸 밀리니까 기억도 가물가물해진다. 하루하루 일과도 기록하고 주요 주제를 다루는 글을 써야 하는데 지금은 허겁지겁 일정을 따라잡느라 정신이 없다. 주말에 밀린 일기를 완성하고 좀더 중심이 잡힌 글로 다듬어야겠다.


공부를 마치고 집에 와서 씻고, 청소도 하고(가끔 청소도 한다.), 요리도 하고(매일 먹는 것은 중요하다.), 짐도 정리했다(짐도 몇 개 없는데 왜 매일 정리해야 하지?). 그리고 나서 일기를 썼다. 이래서 매일 늦게 잠이 들었다. 하지만 오늘은 괜찮다. 내일은 토요일이니까 늦잠을 자도 된다. 결국은 새벽 3시까지 일기를 쓰다가 잠들었다. 오랜만의 야간 작업이 좋다. 역시 글쓰기는 밤에 해야 집중이 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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