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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Sep 11. 2023

주말다운 주말 1

2023.07.08.토요일

모처럼 늦잠을 잤다. 평소 잠 욕심이 별로 없는 내가 늦잠을 자고 싶다는 것은 매우 피곤하다는 얘기다. 많이 편해지긴 했지만 순간순간 여기는 집이 아니지, 진짜 내 집이 아니지, 여기는 한국이 아니지, 정신 차리고 있어야 하지, 이런 생각이 무의식 중에 든다. 그래서인지 유독 많이 피곤한 것 같다. 일단 이번 주말은 정말 주말답게 푹 쉬면서 보낼 예정이다.


느즈막히 일어나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오늘은 집에서만 있을까 하다가 오후에는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오후에는 집이 더워지기도 하고(에어컨은 아직 소식이 없음), 집에만 있으면 답답할 것 같아서 오후에 도서관에 갔다가 대형마트에 가보기로 했다. 해가 중천에 뜨고 슬슬 더위질 무렵, 도서관으로 향했다. 오늘은 산책도 하고 골목 탐험도 할 겸해서 평소 다니지 않던 길로 걸어가 보았다. 


도서관에 도착해서 본격적인 복습을 했다. 숙제가 아니라 진짜 이해가 안된 부분을 찾아서 뭘 놓쳤는지 확인했다. 놓친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예를 들어 infinitive(to 부정사)를 배울 때 본문에서 infinitive를 찾으라고 하니까 무턱대로 to가 있는 것을 모두 동그라미를 쳤다. 너무 무식한 방법이었다. to+verb base form(to 뒤에 동사 원형)이 와야한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첫 주에는 다 이런 식이었다. 뭐하라는 것인지 몰라 허둥지둥, 뭘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무식하게 덤볐다. 

문득 첫 주를 생각하니까 힘내라고 응원해준 여러 친구들이 감사하다. 지금은 level up해서 올라간 U도 그렇고, 같이 listening 수업을 들은 M도 그렇고, 지금은 나오지 않는 한국분들도 그렇고, 간간히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해주는 한국친구들도 그렇다. 좋은 사람들이 많아서 참 다행이다. 첫 주의 위기를 넘기고 나니까 나도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어서 또한 감사하다. R은 나보다 나이가 많을 것 같은데 남의 일 같지 않아서 더 도와주고 싶다. 가급적 처음 수업에 들어오는 사람이 있으면 먼저 인사하려고 노력한다. 첫날은 누구나 아는 사람이 없으니까 인사해주는 것이 큰 힘이 된다.



목표한 공부를 마치고 이제 대형마트를 찾아 나섰다. 내가 말하는 대형마트는 월마트다. 월마트는 내가 있는 다운타운에는 없고 버스나 전철로 약 30분 거리에 두 군데가 있다. 그 중 한 군데에 갔다. 버스를 타고 시내를 벗어나는 것은 처음이다. 살짝 긴장했지만 구글맵이 워낙 정확하게 길을 알려주고 버스 정류장 안내 방송이 생각보다 잘 들려서 괜찮았다. 커다란 몰 안에 월마트가 있다. 들어선 순간 역시 눈 돌아간다. 이것저것 너무 사고 싶은게 많다. 안돼. 정신차려. 일단 들고 갈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꼭 필요한 것만 사야 한다. 여기는 한국이 아니다. 

정신을 차리고 내가 사려고 했던 물품의 목록을 확인하고 하나씩 가격을 확인했다. 시내의 런던 드럭스나 드럭스 스토어 같은 곳에서 내가 사려는 제품의 가격 사진을 찍어 둔 것이 있어서 하나씩 비교하면서 어디서 사는게 좋을지 판단해 보았다. 그런데 제품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다. 로션이나 세재, 휴지 같은 것은 월마트가 시내보다 200원~300원 정도 싸다. 무거운 것이라면 차라리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사는 것이 낫겠다. 하지만 선풍기나 의류는 월마트가 시내보다 10,000원 정도 싸다. 역시 전자제품이나 의류, 신발류는 월마트에서 사야겠다. 

구경삼아 산책삼아 열심히 가격 비교 분석을 한 후에 신중하게 골라서 몇 가지 물건을 샀다. 체중계는 보류다. 집까지 들고 가기 무겁기도 하고 꼭 필요한 물건일지 의구심도 들었다. 사실 몸무게는 꼭 정확하게 알지 않아도 괜찮다. 집에서 가져온 청바지를 입어보니까 바지가 커졌다. 따라서 살이 좀 빠진 거겠지. 체중계 대신 청바지를 기준으로 하면 어떨까 싶다. 그밖에 살까말까 하는 것들은 가급적 보류하고 꼭 필요한 것들만 사서 집으로 왔다. 가계부를 잘 정리해서 여기서 한달 사는 비용을 산출해 봐야겠다. 그러고 보니 가계부 쓰는 것도 잊고 있다. 일기와 가계부는 나의 생활 숙제다.


집에 와서 짐을 한바탕 정리했다. 왜 맨날맨날 정리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씻고 요리하고 다시 일기 모드다. 그러다가 주말이니까 핑계를 대고 맥주 한 캔과 과일, 그렇게 즐거운 토요일을 마무리 했다. 슬쩍 여기에 영어 일기를 더해본다. 아직은 초등학생 수준의 일기지만 언젠가는...

Today is Saturday. I rested at home and went to the library. Ane then I went to Wal-Mart. I did shopping. Shopping is always f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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