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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Sep 13. 2023

문법 수업 S의 귀환

2023.07.10.월요일

'야호! 신나는 월요일이다.'라는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오늘도 일찌감치 집을 나선다. 학원 앞이 월요일이라 붐빈다. 매월 단위로 수업이 갱신되지만 중간 월요일에도 학생들이 많이 들어온다. 특히 방학 시즌이라 여기는 지금 엄청 북적북적거린다.


1교시 grammar 교실에 갔더니 담당교사 S가 와 있다. 휴가가 끝나고 돌아온 것이다. 그는 내가 들어온 첫 날 수업하고 오늘 처음 만나는 것이다. 그런데 내 이름을 안다. 그는 나에게 지난 주 보강교사가 한 사람이 계속 들어왔는지 묻는다. 그랬다고 하니까 만족하는 눈치다. 그리고는 지난 금요일에 내준 숙제가 있었냐고 묻는다. 없다고 했더니 놀라는 눈치다. 이제는 나도 숙제를 내는지 아닌지 정도는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내가 교사의 말을 알아듣고 대답도 했다. 아주아주 조금 지난 주보다 잘 들리는 것 같다. 아닌가? 특히 S가 나의 수준에 맞게 쉬운 단어로 천천히 또박또박 말해서 알아들을만한 것 같다.

학생들이 들어오고 수업이 시작되자 S는 학생들 한명씩 이름을 확인하면서 누구는 언제쯤 Level up을 할 것이고 누구는 언제까지 다닐 것인지 등을 확인한다. 그는 학생들을 대체로 파악하고 있지만 그가 없는 사이 새로온 학생들이 많아서 다시 확인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야기를 쭈욱 들어보니까 잘하면 다음달에는 나 혼자 남을 수도 있겠다. 이번 달만 듣는 학생도 많고 Level up하는 학생들도 많다. 겨우 친해지고 있는데 아쉽다. 학생들 확인이 끝나자 그는 숙제가 없다고 들었는데 맞냐고 다시 한 번 확인한다. 다들 아주 행복하게 없었다고 대답했다. 다들 같은 마음이다.

simple past의 연습문제를 짝지어 풀어보는 것부터 시작했다. 단순한 과거 시제라 어렵지 않게 풀 수 있었다. 단어도 지난번 본문과 중복되는 것이 많아서 어느 정도 파악이 된다. 어떤 문제는 문제의 구성이 재미있는 것도 있다. 본문에는 일본 중세 시인이 소개되었고 연습문제에는 미국 중세 시인이 소개되었는데 둘을 비교하면서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답해보는 문제가 있다. 예를 들면 He bacame famous during his lifetime.(She/become/famose during her lifetime)라는 문장이 주어진다. 그러면 괄호 속의 말을 활용해서 질문도 하고 본문을 확인해서 답도 해야 한다. 'Did she become famous during her lifetime?' 이라는 질문이 가능하다. 이때 Did를 사용해서 질문을 시작했으므로 became이 아니라 기본형인 become를 사용해야 한다. 이런 기본적인 것을 실전에서는 자꾸 까먹는다. 이 시인은 1,700편의 시 중에서 7개만 생전에 알려졌다. 그래서 대답은 'No, She didn`t.'이다.

연습문제 몇 개를 풀고 답을 확인하면서 설명하고 학생들이 잘 모르는 것을 질문도 했다. 그리고 숙제. 윽 숙제가 3개나 된다. 우씨... 그런데 'S'가 흥미로운 얘기도 했다. 숙제의 본문에서 소개하는 시인은 미국의 현대 시인으로 지금도 살아서 활동 중이란다. 교재의 본문에서 말한 가장 최근 작품은 갱신되어야 한다면서 그녀의 가장 최근 작품을 찾아보란다. 응. 그래. 어린 사람들에게 꽤 인기있는 작가라니까 내가 한번 찾아봐주도록 하지.



2교시는 listening 시간이다. 담당교사인 W가 이번 주에 휴가라서 보강교사가 들어왔다. 보강교사는 교재의 lesson2를 펼치라고 하고는 몇 가지 질문을 학생들에게 돌아가면서 답하도록 시켰다. 교재의 질문은 'What date is your Natonal Day?'이지만 교사는 그날 주로 무엇을 하는지, 어떤 일들이 있는지까지 말하라고 했다. 예를 들어 캐나다에는 'canada day'가 있는데 자신들은 그날 어디서 무슨 행사를 했고 시내에서는 어떤 축제가 있었다는 것을 설명해주었다. 

그런데 학생들에게 한명씩 시키니까 약간 오해가 생겼다. 처음 답을 한 학생은 국경일이 언제인지 말하고 나서 그 아래줄의 질문인 인구가 몇 명인지, 자신의 주소가 무엇인지를 답했다. 교사는 다시 예를 들면서 그날 무슨 일이 있는지 질문했다. 이런 과정을 지켜보면서 다시 한번 듣기의 중요성을 느꼈다. 그래. 교재만으로는 안돼. 교사의 말이 들려야해.

내 순서가 되자 August fifteenth까지는 잘 말했다. 그런데 사전에서 찾아놓은 광복절(National Liberation Day) 단어가 생각나지 않았다. 결국 그냥 Independence Day라고 했다. 이 표현은 미국 독립기념일이다. 그날 뭐하냐고 해서 celebation하고 TV에서 그걸 보여준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그날 뭐하냐고 묻는다. 응? 나는 달리 하는게 없다. 다음 사람으로 넘어갔다. 휴우! 그러고 보니까 국경일은 나에게는 그냥 휴일이었다.

그런데 나만 그런 것은 아닌 듯하다. 다른 학생들도 비슷하다. 집에서 쉰다, TV이 본다, 그런 정도다. 일본 학생들은 자신들은 국경일이 없다고 해서 설마 그러겠냐고 일본 학생들 다 손들라고 하고는 의논해서 찾아보란다. 다른 나라 학생들도 열심히 검색해서 더듬더듬 설명하고, 한쪽에서는 자기 나라 국경일에 대해 찾느나 분주하고 좀 정신이 없었다. 

가만히 보니까 서양 문화는 국경일에 많은 축제를 하고 여러 가지 이벤트를 즐기는 것 같다. 멕시코나 브라질 학생들은 국경일에 축제도 하고 춤도 추고 특별한 음식도 만들어 먹는단다. 동양 문화는 대체로 국경일은 국가가 주관하는 행사가 전부고 개인은 별로 즐기는 것이 없는 것 같다. 문화의 차이가 확 느껴졌다. 국경일로 한참 떠들다가 단어 몇 가지를 배우고 수업이 끝났다. 


3교시. R&W 시간. 퀴즈라더니 완전 시험이다. 문맥 속에서 주요 단어의 품사 선택하는 문제, 적절한 단어 메꾸는 문제, 내용 파악 작문 문제가 주어졌다. 총 30문제다. 오늘 새로온 학생들은 문제를 풀지 않고 대신 지난 주 배운 단어를 공부하란다. 내가 처음 온 날 나도 그랬지. 그럭저럭 문제를 풀고 나니까 걷어간다. 문제를 풀 때는 시간이 두 배로 빠르게 가는 것 같다.


점심시간. 오늘은 지난번 합석한 친구들과 함께 도시락을 먹었다. 그들은 학원의 야외활동으로 카누를 탈 거란다. 나는 노땡큐다. 그건 내 스타일의 놀이가 아니다. 어떤 친구는 미국 시애틀에 여행갔다 왔단다. 그 얘기를 한참 듣고 나니 점심시간 끝이다. 나는 남아서 공부를 하려는데 오늘부터 학생 휴게실에서 수업이 이루어진단다. 그러고 보니까 오전에도 왔다갔다 하면서 보니까 한쪽에서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지금의 교실은 학생이 너무 많아서 9층에 올라가서 수업을 듣는 학생이 있다고 하던데 그것도 모자라서 학생 휴게실까지 교실로 사용한다. 그래도 휴게실의 반쪽은 학생들이 앉아서 쉴 수 있지만 떠들기는 좀 어렵다. 그래도 달리 갈 곳이 마땅치 않아서 휴게실의 한쪽에 자리를 잡고 grammar 숙제부터 했다. 그러면서 슬쩍 휴게실에서 이루어지는 수업에 귀를 기울여보니까 발음이나 문화 이런 것을 가르치고 있다. 학생들도 어린 것 같다. 그런데 아무리 방학 중에 이루어지는 특별반이라도 교실이 아닌 곳에서 수업하는 것은 정말 나쁘다. 이런 것은 옳지 않아.


communication 수업. 오늘은 파트너에게 자세한 자기 소개를 하는 활동을 했다. 이름, 생일, 사는 곳, 나이, 취미, 직업, 학교 등을 소개했다. 만약 나이를 말하고 싶지 않으면 지나가도 된단다. 나이를 말하는 것이 나에게는 그다지 불편하지 않다. 상대방이 좀 놀라겠지만. 그런데 내가 방심했다. 나는 내 나이가 많은 것만 생각했는데 나의 친구 R이 나보다 10살이나 더 많다. R은 치과의사이고 지금은 학생들을 가르친단다. 취미는 TV 시청이란다. 짝을 지어 소개하는 것이 끝나자 이번에는 4명씩 그룹을 지어서 서로 다른 팀원에게 자신의 짝을 소개하란다. 우리와 함께 그룹이 된 어린 친구들부터 시작했다. 그 중에 한 명은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올라가는 학생이란다. 서로 소개하는 내용을 들으면서 여기는 정말 다양한 국적, 다양한 나이, 다양한 문화의 사람들이 모여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수업이 끝나고 나니까 R이 나에게 여행을 좋아한다면 멕시코에도 올거냐고 묻는다. 언젠가는 갈 거라고 했더니 멕시코에 오면 자기 집에 오란다. 초대한단다. 아싸, 마다할 내가 아니다. 그러면 내가 꼭 찾아가겠다면서 주소를 적어달라고 했다. 이제 나는 멕시코에 가면 친구 집에 머물 수 있다. R이 그러는데 저번에 회화 교사가 이 학원이 best friend가 누구냐고 해서 나라고 했단다. 그래서 나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우리는 베스트 프렌드다.


오늘은 보충수업이 없어서 바로 도서관에 갔다. 한쪽 구석에 짱 박혀서 열나게 숙제를 하고 복습도 하고 예습도 했다. 이제 제법 공부 습관이 일정해지고 있다. 그러면서 시간도 단축되고 있다. 좋아, 이대로라면 곧 도서관에서 책도 읽을 수 있겠다. 특히 아까 grammar 시간에 숙제였던 미국의 현대 시인 Ana Castillo의 최근 작품도 검색했는데 그 책이 여기 있으면 읽어봐야겠다. 그런데 최신 작품이 2023년 올해 나온 'Loverboys:At Antin-Romance in 3/8 meter'라는 작품이다. 신간 코너에 가봤는데 없다. 혹시나 해서 안내직원에게 문의하니까 검색해보더니 그런 책은 없단다. 너무 신간이라 없나보다.

공부하고 나서 약간 시간이 남아서 도서관의 만화책 코너에 갔다. 만화로 영어 공부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물론 내가 만화를 좋아하기도 한다. 그런데 거기서 K를 만났다. 나에게 여기 도서관을 소개해준 한국 친구다. 휴가를 내서 아이와 함께 와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용감한 사람이다. 나는 내 한몸 챙기기도 어려운데 아이까지 챙기다니 정말 대단하다. K는 나보다 일주일 늦게 여기에 왔지만 정말 빠르게 적응했고 나에게도 계속 위로와 격려를 해주었다. 나보다 어리지만 나보다 어른스럽다.


도서관에서 만화책을 조금 읽다가 나왔다. 음.. 만화책을 읽으면 영어를 좀 쉽게 익힐 수 있으려나 했는데 죄다 대문자로 되어 있어서 오히려 읽기 불편하다. 다음에는 동화책이나 소설책에 도전해야겠다.



ToGoodToGo에 빵집을 예약해서 시간 맞추어 pick up하러 가야했다. 사두었던 빵을 다 먹어서 어차피 빵을 사야하는데 기왕이면 투고 서비스를 이용해보기로 했다. 숙소에서 25분 거리라 좀 멀지만 산책 삼아 걸어갔다. 그런데 빵을 너무 많이 준다. 바게트, 식빵, 머핀, 무언가 큰 빵. 비용은 세금 포함 약 9달러(9,000원)였다. 그런데 이를 어째, 너무 많다. 숙소에 한국 학생들과 나눠 먹어야겠다. 혹은 학원에 가져갈까? 어쨌든 뭔가 너무 풍족해진 느낌을 가지고 빵을 잔뜩 안고 집으로 왔다.


집에 도착하니 마침 한국 친구들이 저녁 식사를 준비 중이다. 내가 빵을 늘어놓자 탄성이다. 일단 침착하게 저녁부터 먹고 나서 너무 커서 냉장고에 들어가지 않는 바게트부터 잘랐다. 그리고 일단 다 냉장고행이다. 조만간에 소분해서 일부는 냉동실로, 나머지는 샌드위치로 만들어 먹어야겠다. 그리고 저녁을 먹으면서 한국 친구들과 이번 주말에 스탠리 파크로 소풍을 가기로 했다. 그때 이 빵으로 샌드위치를 만들면 되겠다. 야호,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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