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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Sep 14. 2023

영어는 너무 어려워

2023.07.11.화요일

1교시. grammar 시간. 

교실에는 늘 나와 R이 제일 먼저 도착한다. 우리는 숙제의 답부터 서로 맞추어 본다. 그러는 사이에 브라질 사람 L이 온다. 그러면 우리는 L과 함께 셋이 같이 답을 확인해 본다. 오늘도 셋이 답을 확인해 보았다. R은 최신의 책을 써야 하는 문제를 교재의 본문에 있는 답으로 썼다. 아무래도 어제 교사의 말을 다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그래서 최근 발행된 책이 있다고 설명하고 제목을 알려주었다. 그런데 맞은 편에 있던 B가 가장 최근 책은 'Donna clean well lives home'이라고 한다. 그 책도 올해 나왔다. 어? 그래? 그러면 올해 벌써 2권의 책을 쓴거야? B가 찾은 책은 코로나 기간에 경험에 대한 책이란다. 코로나 기간 동안 작가가 집에서 무얼 했겠어? 글을 썼겠지. 강제 집필 기간이었겠다.

새로운 단원이 시작되었다. unit3 past progressive and simpe past이다. 또 혼란을 겪겠군. 이놈의 시제. 게다가 이번 unit으로 test도 볼거란다. 그나마 본문의 내용은 타이타닉에 대한 것으로 재미있어서 다행이다. 본문을  읽고 내용 파악한 후 문법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미리 예습을 해왔지만 여전히 어렵다. 그냥 past progressive(과거 진행) 따로 simple past(과거 시제) 따로 있을 때는 쉽게 이해가 가는데 이 두 가지가 함께 사용되는 문장에서 너무 헛갈린다. 거기에다가 non-action verb까지 더하니까 어질어질하다. 문법 설명을 겨우 듣고 나서 연습문제를 파트너와 풀어보라는데 어떤 내용은 왜 그런지 확실히 알겠는데 어떤 내용은 알듯 말듯하다. 마침 내가 헛갈리는 내용을 다른 친구가 물어봐서 교사의 설명에 귀를 기울여보는데 여전히 어렵다. 이따가 따로 한번 더 살펴봐야겠다. 

수업이 끝난 후 R과 나는 이구동성으로 고개를 저으면서 너무 어렵다고 했다. 이번에도 숙제가 잔뜩이다. 



2교시. listening 시간. 휴가 간 W를 대신해서 새로운 보강 교사가 왔는데 다른 수업에서 보강 교사로 만났던 사람이다. 이 사람은 보강 전담인가 보다. 숫자를 영어로 표현하는 내용을 배웠는데 학생들 전부 멘붕이 왔다. 교재에 있는 숫자가 점점 단위가 높아지는데 미치겠다. 안그래도 숫자에 약한데 영어로 하려니까 더 어렵다. 896,226,708을 영어로 어떻게 말해야 하는가? eight hundred ninety six million, two hundred twenty six thousand, seven hundred zero eight. 콤마가 있는 단위로 끊어 읽는 것도 알고 hundred, thousand, millon, billion의 단위도 알지만 그게 쉽게 나오지 않는다. 게다가 이번에는 방송을 듣고 숫자를 써 보란다. 뭐라고? 다들 멘붕이다. 서너번을 반복해서 들어도 다들 어렵다고 난리다. 겨우겨우 듣고 쓰는 것을 하고 나니 다들 기진맥진이다. 어휴!


3교시. R&W 시간. 아침부터 grammar와 listening 시간에 진을 뺐더니 이번 수업은 제발 쉽기만 바란다. 우선 문장 첫머리나 대명사에 대문자로 쓰는 것, 마침표와 쉼표 등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하더니 종이를 나눠준다. 이 정도는 좀 나은 편이다. 게다가 내용도 디즈니랜드에 대한 글이다. 다만 문장 부호들이 모두 없고 대문자도 없다. 그룹을 지어서 찾아보란다. 쉽다고 말했던거 취소다. 고유명사의 대문자는 그럭저럭 찾을 수 있는데  어디서 문장이 끊어지는지도 파악하는데 한참 걸렸다. 어느 정도 토론이 진행이 되자 뒷면을 보란다. 거기에 정답이 있다. 한 문장씩 돌아가면서 읽고 나서 이번에는 문단 구조도를 나눠준다. 소재, 주제, 문단의 핵심을 찾는다. 이번 주에는 writing을 배울 거라더니 문장 개요 잡는 것부터 가르치는군. 구조도의 일부를 채워 오는 것이 숙제란다.



점심시간. 오늘은 학생 휴게실이 미어 터졌다. 지금까지 본 중에 가장 사람이 많다. 도저히 자리를 잡을 수 없어서 복도를 방황하는데 나의 친구 R과 마주쳤다. 때마침 K와도 마주쳤다. 다들 휴게실에는 도저히 갈 수 없다며 빈 교실을 찾았다. 휴게실이 작아서 많은 학생들이 교실에서 식사를 한다. 다행히 빈 자리가 있는 교실이 있어서 들어가서 도시락을 먹었다. 도시락도 각양각색이다. R은 과일과 견과류를 먹고 K는 홈스테이에서 싸준 랩 샌드위치를 먹는다. 나는 투고 서비스에서 받아온 샐러드 도시락이다. K와 나는 한국인이지만 R이 함께 있어서 한국말을 쓰지 않고 영어로 같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더듬더듬해도 의사소통은 다 된다.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오후 수업인 communication 수업. 오늘은 A good friend Vs A bad friend가 주제다. 활동에 앞서 사람의 성격을 표현하는 다양한 단어부터 배웠다. 친절한(kind), 수줍어하는(shy)와 같이 쉬운 단어부터 polite(정중한), impolite(무례한)와 같이 알듯말듯한 단어까지 배웠다. 여러 단어를 배운 후에 그룹을 지어서 어떤 사람이 좋은 친구인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당연히 honest(정직한), friendly(친절한) 등이 좋은 친구다.  

친구에 대한 다양한 질문이 적힌 종이를 받고 서로 질문하고 답을 했다. 질문은 팀원마다 다른 종이를 가지고 있어서 질문 듣기를 잘 해야 답을 할 수 있다. 다만 서로 발음이 많이 달라서 스펠링을 확인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나마 여러번 같이 활동한 친구의 발음은 그럭저럭 알아 들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오늘은 보충수업이 있는 날이다. 중후한 목소리의 교사 M이 차근차근 가르쳐주는 수업이다. 오늘의 주제는 Telephone 전화기이다. 먼저 누가 발명했는지 묻고 영상을 보았다. 그런데 되게 재밌는 부분, 전화기를 발명한 벨이 전화기를 테스트하면서 다른 방에서 반대쪽 수화기를 들고 있는 사람에게 제일 먼저 한 말이 'Mr Watson, Come Here! I want to see you.'이란다. 이 대목이 교사 M과 나는 웃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별로 웃지 않는다. 머쓱하다. 기껏 전화라는 걸 발명해 놓고 처음 한 말이 '여기로 와. 나는 네가 보고 싶어.'라는 말을 했다는 것이 웃기지 않나? 전화를 거는 상황이나 받는 상황에서 필요한 단어나 맥락에 대해 설명을 듣고 질문지를 받아서 파트너와 묻고 답하는 활동을 했다. 가급적 국적을 섞어서 짝을 지어 주었다. 


보충수업이 끝나고 나서 오늘은 도서관에 가지 않고 집으로 갔다. 책을 집에 두고 집 근처의 프레시마켓에 가서 장을 봐왔다. 빵이 잔뜩 생겼으므로 샌드위치 속재료를 샀고 오늘은 모처럼 내가 좋아하는 연어를 구워먹어야겠다. 신나게 한바탕 재료를 손질해서 요리도 하고 빵도 정리하고 났더니 시간이 많이 지났다. 연어를 맛나게 굽고 계란과 야채, 그리고 지난번 먹고 남은 후무스까지 곁들이니 그럴 듯한 식사가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생선을 먹으니 너무 좋다. 저녁을 먹고 나서 아까 다 하지 못한 숙제를 하고 나니 한밤중이다.  오늘도 꽉찬 하루를 보냈다.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가지? 내가 너무 꾸물럭거려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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