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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Sep 15. 2023

이론과 실전의 차이

2023.07.12.수요일

grammar 시간.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학생들 사이에 토론이 붙었다. 숙제의 답을 서로 맞추어 보던 중에 어떤 문제에 대해 서로 답이 달랐는데 서투른 영어로 각자 자기가 선택한 답이 왜 맞다고 생각했는지 설명했다. 나는 답이 무엇인지 보다 이들의 대화에 더 관심이 간다. 한국인, 멕시코인, 브라질인, 일본인이 각각 자기 생각을 말하는데 솔직히 다 자신은 없다. 역시 문법은 어렵다. 그래도 유익한 토론이었다. 

교사 W가 숙제를 확인해주면서 어느 정도 궁금한 것들은 해소가 되었다. 나는 문제의 내용 자체를 잘못 파악해서 틀린 것도 있다. 덜렁대다가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숙제를 확인한 후 다시금 연습 문제를 파트너와 함께 풀어보았다. past progressive(과거 진행)과 simple past(단순 과거)의 의미, 두 개가 함께 사용되었을 때 어떤 의미로 사용되는지를 배웠다. 그런데 이론으로 이해한 것이 연습문제에 적용되자 바로 헛갈려 버린다. 문법의 이론은 어느 정도 이해했는데 왜 실제 문장에서 계속 헛갈리지?

예를 들면 이런 거다. 'When she heard the news, she drove home.' 그녀는 뉴스를 들었고 집으로 운전해 갔다. 'When she heard the news, she was driving home.' 그녀가 뉴스를 들었을 때 운전 중이었다. 두 문장의 차이는? 앞 문장은 뉴스를 들은 것이 먼저 발생한 사건이고 그 다음 집으로 운전해 간 것이다. 뒤 문장은 운전을 하고 있는 중에 뉴스를 들은 것이라 운전이 먼저 발생한 사건이다. 이런 내용을 이론이 아니라 실제 문장에서 구분하고 판단해야 해서 너무 어렵다. 



listening 시간. 오늘도 어제에 이어서 숫자놀이다. 이번에는 한술 더 떠서 사칙연산이다. minus(-), plus(+), times(x), divded by(/), is(=) 일단 명칭은 익히 들어서 아는 것들인데 이것이 영어 숫자와 만나니까 오늘도 학생들은 멘붕의 도가니탕이다.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난다. 게다가 방송을 듣고 맞추라고 한다. 한국말로 사칙연산을 해도 손가락을 동원해야 하는 내가 영어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급하니까 뭔가 듣기는 듣는다. 20/4=5처럼 쉬운 것도 'twenty devided by four is...'라고 하면 잠시 멍하게 된다. 그래도 나만 그런게 아니라는게 좀 위안이다. 


R&W 시간. 어제의 숙제를 검사한다. 다 같이 확인한 후 새로운 활동지를 나눠준다. paragraph bulding. 본격적인 쓰기를 하기 전에 개요 잡는 것부터 배운다. 다섯 가지 주제가 있고 거기에 의견을 정하고 이유를 써보는 활동을 할 거란다. 쉽게 생각해볼 수 있는 어릴 적 꿈꾸던 직업에 대해 교사가 자신의 사례를 예로 들어 주었다. 아이스크림을 좋아해서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일하고 싶었단다. 그리고 하늘을 날고 싶어서 비행기 조종사가 되고 싶었단다. 교사 D는 참 자유분방하고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다. 어릴 적에도 그랬던 것 같다. 우리도 그런 방식으로 자신이 꿈꾸었던 직업과 그 이유를 간략히 써 보란다. 아이디어는 많지만 영어로 어떻게 표현하느냐는 어렵다. 이번에도 방식은 알겠지만 적용은 어렵다. 


점심시간. 오늘도 멕시코 친구 R, 한국 친구 K와 함께 밥을 먹었다. R의 아들들에 대한 이야기, 여행에 대한 이야기 등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혼자 여행을 많이 다녔다니까 R이 매우 놀란다. 그리고 멕시코에는 언제 오냐고 묻는다. 우선 여기 공부가 끝나면 먼저 오로라를 보러 옐로나이프에 갈거고 쿠바도 갈 거라서 멕시코는 언제 갈지 모르겠다고 했다. 쿠바에 간다니까 더 놀란다. 


communication 시간. 이번에는 영어를 잘하는 방법에 대해 순위를 매기고 파트너와 서로 이야기를 나누란다. 'What`s the best way to improve your English?' TV 보기부터 원어민과 대화하기까지 다양한 방법들이 제시되어 있다. 그 중에 눈에 띄는 것은 think in English 영어로 생각하기? 그게 가능하면 공부가 필요할까 싶다. 이번 파트너는 이번 주에 새로 온 대만 사람인데 아이 2명과 함께 학원에 다니고 있단다. 역시 중국, 대만, 일본, 한국의 교육열은 대단하다. 영어공부 방법은 다 비슷할 줄 알았는데 굉장히 다르다. 나는 TV보기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아서 낮은 점수를 주었는데 대만 사람은 이 방법이 1등이다. 신기하다. 어쨌든 영어 공부하는 방법은 많이 알고 있지만 그것을 실생활에서 꾸준히 이어나가기란 어렵다. 다들 비슷한 생각이다. 이론과 실전은 다르다.


오늘의 보충수업은 extra grammar다. 어제 내가 문법 때문에 힘들다고 했더니 교사 M이 시제를 자세히 다루어 주었다. past progresive와 simple past의 기초부터 차근차근 설명해주었다. 그리고 예시문을 나눠주고 함께 시제를 찾고 문제를 풀었다. 알찬 보충수업이다.


모든 수업이 끝나고 도서관으로 향한다. 오늘은 시제를 꼭 정복하고야 말리라고 다짐하면서 도서관으로 갔다. 그런데 도서관 입구에서 listening를 같이 듣는 일본 친구를 만났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그녀는 Reading 수업에서 도서관에 가보라고 추천해서 오늘 처음 와보는 거란다. 입구부터 어딘지 묻길래 자신있게 안내해주었다. 공부하기 좋은 책상들이 있는 곳도 알려주었다. 1층부터 차근차근 둘러 보라고 하고 나는 조용한 자리를 찾아가서 앉았다. 시제를 열심히 복습했다. 내가 이론으로 이해한 것을 일상 대화의 문장으로 사용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교재가 마르고 닳도록 공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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