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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Sep 20. 2023

해변으로 소풍가자

2023.07.15.토요일


오늘은 즐거운 토요일, 우리 식구들이랑 스탠리 파크로 소풍가기로 한 날이다. 해가 뜨거운 때를 피해서 오후 4시에 나가기로 했다. 덕분에 신나게 늦잠을 잤다. 물론 내가 늦잠을 잤다고 해봤자 오전 8~9시에 일어났다는 얘기다. 밤새 게임을 하지 않는 한, 9시를 넘긴 늦잠을 자는 일은 거의 없다.

느긋하게 일어나 월요일에 있을 writing test 준비를 했다. 5가지 주제 중 어떤 것이 나올지 모르므로 각각의 개요도를 작성해 보았다. 가급적 외우기 어려운 단어는 피하고 기억하기 쉬운 것들로 고르고 서두에 써야 하는 상투적 문구도 정했다. 이렇게까지 열심히 할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과제중심적 성향이 강한 나는 이렇게 준비해야 직성이 풀린다.



책상에 앉아서 계속 공부를 했더니 무릎이 아프다. 무릎도 펼 겸해서 일어나 방 청소를 했다. 몇 개 안되는 짐을 들어내고 청소기를 가져다가 한바퀴 돌리고 걸레질까지 했더니 기분까지 상쾌하다. 

이제 소풍가서 먹을 음식을 만들 차례다. 나는 떡볶이와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따로 국물을 만들 재료가 없어서 떡볶이를 단순하게 고추장과 설탕만으로 만들었더니 생각보다는 맛이 없다. 어쩔 수 없다. 현재의 재료로는 이게 최선이다. 샌드위치는 상추, 치즈, 토마토, 감자샐러드에다가 샌드위치용 소고기를 구워서 곁들였더니 그런대로 먹을만하다.

우리 식구들은 유부초밥을 만들었다. 밥에 양파를 다져서 넣고 유부초밥에 있는 초밥용 소스로 버무렸다. 그리고 유부 주머니에 담으면 끝이다. 간단하지만 맛있는 유부초밥이 완성되었다. 여기서는 밥에다가 다진 양파를 넣은 것이 신의 한수인 것 같다.  

이렇게 우당탕퉁당 도시락을 만들어서 가방에 담고, 피크닉 돗자리와 비치타올까지 야무지게 챙겨서 출발했다. 집 근처에서 버스를 타고 잉글리쉬 베이 비치에서 내렸다. 잉베(잉글리쉬 베이)는 스탠리 파크와 연결되어 있다. 해안을 따라 산책하듯 걷다보니 스탠리 파크의 세컨드 비치가 나왔다. 인공 수영장도 있고 그 뒤쪽으로는 나무그늘이 우거진 공원도 있어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피크닉 장소다. 벌써 엄청 많은 사람들이 피크닉을 즐기고 있다. 



우리는 어디에 자리를 잡을까 여기저기 찾아보다가 인공 수영장의 옆 해변에 자리를 잡았다. 오늘은 구름이 많아서 나무그늘을 찾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탁 트인 전망에 바다가 보이는 장소에 돗자리와 비치타올을 펼쳤다. 주변에 가족 단위로 나와서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한쪽에서는 바베큐도 해 먹고 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삼겹살 구워먹는 셈이다. 부러워하면 지는 건데 너무나 부럽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도시락이 있다. 야무지게 싸온 도시락을 펼쳤더니 근사한 피크닉 식당이 차려졌다. 유부초밥부터 한입. 너무 맛있다. 처음에는 약간 싱거운 것 같았지만 유부랑 같이 해서 한입에 먹으니까 간이 딱 맞는다. 떡볶이는 생각보다 안 맵고 맹숭맹숭하다. 그래도 착한 우리 식구들은 너무 맛있다며 어릴 적 사먹은 학교 앞 떡볶이 맛이 난다고 했다. 오뎅과 계란까지 해서 나름 순한 떡볶이는 먹다보니 그럭저럭 먹을 만했다. 그리고 샌드위치는 늘 그렇듯이 옳다. 토마토와 고기를 잘 넣은 것 같다. 한결 맛이 풍성하다. 여기에 체리와 블루베리까지 먹고 나니 여기가 천국이다. 다 못먹으면 어쩌나 싶었지만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다 먹어 치웠다.  



그리고 잠시 앉아서 스케치 타임. 보이는 것만큼 표현하지는 못했지만 그냥 내 느낌 가는대로 그렸다. 내가 그림 그리는 모습을 식구들이 찍어주기도 했다. 약간 해가 기울어가는 해변에 가족들이 다정하게 앉아 있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그림을 다 그리고 나서 잠시 누워서 하늘도 보고 바람도 느끼고 쉬었다. 그런데 나에게는 딱딱한 바닥은 오래 누워있을만한 곳이 아니다. 늙은이 티를 내면서 누워도 보고 엎드려도 보고 그러다가 일어났다. 등을 기대고 앉지 못하니까 허리가 아파서 오래 앉아 있지도 못한다. 여기서 일몰을 보려고 했으나 일몰까지는 2시간이나 남았단다. 무려 밤 9시 15분이 일몰시간이다. 나는 그 시간까지 걸을 수는 있지만 앉아서는 못 있겠다.

결국 피크닉 철수. 다음에는 오후 6시에 집에서 출발하자고 했다. 짐을 챙겨서 다시 잉베 쪽으로 나왔다. 버스가 다니는 길 쪽으로 나와서 맛있는 젤라또 가게에 들렸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걸어서 집으로 왔다. 아까는 짐이 무거워서 버스를 탔지만 도보로 30분 정도 거리라서 걸을 만하다. 한적한 주택가를 걸어 시내 쪽에 있는 우리 집에 왔다. 

간단히 씻고 식탁에 앉아 다같이 맥주 한 모금 하고 있는데 낯선 친구가 인사를 한다. 오늘 새로 이사온 일본 학생이다. 일본 학생이 나간 자리에 일본 학생이 들어왔다. 같이 앉아서 체리와 블루베리를 먹으면서 수다를 떨었다. 물론 나는 영어가 짧아서 다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우리 식구들은 다 알아듣는다. 나도 언젠가는 다 알아들을 수 있으리라. 일본 드라마 얘기며, 일본 여행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해졌다. 오늘 우리가 피크닉 간 이야기를 해주면서 다음에 같이 가자고 했다.

Today is picnic day. I cooked sandwiches and ttokbokii. I and my fiends went to beach in Stanley Park. There was so n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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