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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Sep 26. 2023

모르는게 약이다

2023.07.18.화요일

Grammar Class

아무래도 다음 주에는 Test를 볼 것 같다. 복습 차원에서 used to에 대해 연습문제를 풀었다. S는 이런 유형이 Test에서 중요하게 나오는 것들이라면서 많이 강조했다. 나는 시험에 목매달지 않아도 되지만 성격상 또 그냥 있지는 못하겠다.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지. 할 거면 제대로 해봐야겠다. 해봐도 안되면 어쩔 수 없고.

어제에 이어서 미래 시제를 공부했다. Future. 그런데 지문과 문제의 Text가 아주 흥미롭다. 우주 여행! 나도 가고 싶다. 지금은 억만장자들에게만 가능한 얘기일 것이다. 우주 여행에 참여하는 가상의 인물과의 인터뷰 내용도 있었는데 이 비싼 여행에 참여할 수 있던 것이 복권에 당첨되어서란다. 그래. 개연성을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기에는 우주 여행이 좀 어려운 소재이지. 읽기에는 흥미로웠으나 미래 시제를 찾는 것은 좀 어려웠다. 



Listening Class

계속 되는 숫자놀이에 이제 좀 익숙해졌다. 어지간한 숫자는 자신있게 읽을 수 있다. 역시 반복 연습이 최고다. 다만 듣기는 여전히 약하다. 나는 현재 교사들의 설명에서 약 5~10% 정도는 문장 단위로 들린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은 단어로 추리한다. 그러니 하물며 숫자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빨리 말하면 아예 뭉개져서 들리고 천천히 말하면 정신차리고 들어야 겨우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천천히 말해도 전환이 빨리 되지 않는다. Thirty two를 들어도 자꾸 2부터 쓰려고 한다. 

오늘은 숫자에서 한 단계 나아가서 %, /, 제곱근 등의 난이도 높은 것을 배웠다. 난 수학이 싫다. 중학교 때부터 수포자(수학포기자)다. 나에게 숫자는 그림처럼 느껴진다. 게다가 영어는 하물며 어떻겠는가? 1/4는 one quarter, 1/3은 three quarter 이런 것은 들은 풍월이 있어서 알겠다만 eight squared, four cubed, nine to power of seven 이런 것은 어리둥절할 뿐이다.

Reading and Writing Class

어제의 Test에 대한 피드백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나 보다. 오늘은 새로운 부분이 시작되었다. Family Interview. 쉽게 접근하려면 쉬울 수 있고 어렵게 다가설 수도 있는 주제다. 'Where are you placed from oldest to youngest? What does this mean to you? Is it important in your culture?' 

형제자매 중에 몇 번째? 그것이 너에게 어떤 의미? 너의 문화에서 그게 중요해? 이런 질문들이다. 이런 얘기는 깊게 들어가면 어려운 주제가 된다. 

오늘 나의 파트너는 모로코 사람인데 그녀는 형제 중에 중간에 위치하고 있단다. 그리고 자기네 나라에서는 첫째는 무조건 남자 아이여야 한다고 했다. 그게 무척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만약 여자애가 첫째로 태어나면 어떤지를 묻고 싶었는데 다음 활동으로 넘어가서 못 물어 보았다. 그런데 다소 곤란한 질문일 수도 있겠다 싶다.


Lunch Time

오늘도 9층에서 친구들과 함께 밥을 먹었다. 어제 나에게 블루베리를 주신 분도 같이 합류했다. 북적북적하게 밥을 먹으면서 수다를 떠는 것이 즐겁다. 한국친구들도 있지만 그래도 함께 하는 외국 친구들과 같이 소통하기 위해 영어를 사용한다. 물론 쉽지는 않다. 그래도 이렇게 말하려고 하다보면 단어도 찾아보고 다른 표현도 배우게 되어서 좋다. 점심 식사 후에 열나게 숙제를 했다. 오늘은 오전 수업이 모두 숙제가 있다. 행복하다. 물론 반어적 표현이다. 반어법이 영어로 뭐지? irony. 아이러니. 이미 자주 사용하던 말인데 그게 영어라는 생각을 못했다. 이런 말들이 제법 많다. 바보인건가?


Communication Class

여전히 보강교사가 수업을 한다. 오늘도 스포츠와 운동에 대한 주제를 다루었다. 그림을 보고 적절한 동사 찾기 활동, 장소나 도구에 관련된 용어 구분하기 등의 활동을 했다. 그림에서 다들 혼동되었던 것이 dribble와 bounce인데 뭐라뭐라 설명하는데 나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helmet는 equipment(운동도구)이고 boots는 sportswear(운동복)이란다. 대체 기준이 뭐야? 다들 지멋대로다. 

운동이나 경기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묻는 활동을 한 가지 더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약간 시간이 남아서 퀴즈놀이. 예전에 보았던 미국 퀴즈쇼의 오마쥬이다. 교사가 빈칸을 몇 개 치더니 우리를 몇 그룹으로 나누어서 점수를 표시한다. 첫번째 그룹에게 알파벳 중에 하나를 선택하란다. 그들이 A를 선택하니까 1점을 주며서 A를 해당칸에 표시한다. 두번째 그룹이 C를 선택하니까 그들도 1점이다. 어느 그룹이 S를 선택하니까 3점을 준다. 그렇게 해서 어떤 문장인지 맞추는 게임이다. 처음에는 시큰둥하던 학생들이 점수가 오락가락하니까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다들 승부근성이 있다. 이렇게 해서 나온 문장이 인상적이다. 'Ignorance is bliss'(무지가 행복이다)인데 의역하자면 '모르는게 약이다.'라는 의미다. 그래 가끔은 모르는게 약일 수 있다.



extra class

오늘은 travel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교사가 처음 꺼낸 소재가 흥미롭다. hitchhiking. 우리가 아는 그 단어가 맞다. 영어로 설명하면 'to get a free ride from a stranger who goes in the same direction'이다. 이런 내용을 설명하니까 멕시코에서는 매우 위험한 일이란다. 한국도 최근에는 좀 위험하고 흔하지 않다고 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캐나다에서는 그렇게 위험하지 않지만 교사는 개인적으로 혼자, 특히 여자 혼자는 위험하다고 권하지 않는다고 했다. 내가 보기에는 어느 나라나 다 그렇겠지 싶다. 

여행에 대한 질문을 파트너와 함께 주고 받았다. 여행갈때 항상 가져가는 것 5가지를 말하라고 해서 나는 배낭, 침낭, 칫솔, 물통, 수저를 말했다. 내 파트너는 브라질 친구인데 휴대폰, 노트북, 펜, 지도, 나침반을 말했다. 지금 생각해보니까 나는 생존형으로 짐을 챙겼는데 브라질 친구는 현대와 고전을 넘나든다. 


수업이 끝나고 도서관으로 갔다. 우선 도서관 카드 만들기 도전. 어제 홈페이지에서 도서관 회원으로 가입했고 오늘 가서 안내 데스크에 도서관 카드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랬더니 뭐라뭐라 하는데 일단 가지고 간 여행비자 서류와 집 주소 서류를 제시했다. 보더니 집 주소 서류에서 네 이름이 어디 있냐고 물어서 손으로 짚어 주었다. 주소는 어디있냐고 해서 손으로 짚어 주었다. 확인하더니 도서관 카드를 발급해주었다. 그런데 이때 비번(pin) 설정을 물어봤어야 하는데 까먹었다. 보통은 그쪽에서 먼저 설명해주는데 그냥 카드만 주고 끝나서 그냥 왔다. 내일 가서 다시 물어봐야겠다.

어쨌든 도서관 카드를 만들고 나서 열나게 숙제를 했다. 오늘은 왜 3과목이 한꺼번에 숙제를 내는 거야? 짰나? 집중해서 숙제를 끝내고 나니 저녁이다. 가까운 곳에 K가 그녀의 딸과 함께 공부하고 있었다. 오늘은 그녀도 숙제가 가득이란다. 뭐야 정말 다들 짰냐? 지금이 7월의 3주째이고 곧 Level Test가 있으니까 숙제도 덩달아 많아진 것 같다. 


집으로 와서 오늘은 숙제를 열심히 한 나에게 상을 주는 의미에서 맛있는 저녁을 해 먹었다. 연어와 고기를 한꺼번에 굽고 야채를 곁들이니 근사한 정찬이 완성되었다. 나의 요리는 간단하다. 프라이팬을 달구고 고기를 굽는다. 거기에 양파와 당근을 함께 굽는다. 집에 있는 야채들을 적당히 곁들인다. 오늘은 토마토와 로메인. 이 로메인은 그동안 내가 상추인줄 알고 샀던 것이다. 이름표가 밑에 붙어 있는걸 모르고 위에 붙은 것인줄 알고 샀다. 그래도 잘 먹었으니까 되었지. 보통 이렇게 프라이팬 하나로 간단히 완성하는게 내 스타일이다. 오늘은 특별히 하나 더해서 연어도 구웠다. 해산물을 좋아하는데 이쪽 동네는 랍스터가 나지 않아서 좀 슬프다. 랍스터는 동해안 쪽에서 난다. 여기는 서해안이다. 

저녁을 먹으면서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들었다. 들으면 열받고 안듣자니 답답하고. 참, 진퇴양난이다. 그래도 모르고 답답한 것보다는 알고 열받는 쪽을 선택했다. 역시 열받았다. 나라꼴이 개판이구나. 이럴 때는 모르는게 약일 수도 있겠다. 오늘도 잠이 쉽게 오지 않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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