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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Oct 20. 2023

아쉬움

2023.07.27.목요일

Grammar Class

7명의 친구들이 이번 주에 그만두기 때문에 지금 교실에는 7개의 깃발이 돌고 있다. 내 친구 R을 위한 카드는 따로 준비해서 나와 K가 함께 쓸 것이다. 지난 주에 떠난 한국 친구 K는 잠시 후 깜짝 등장할 예정이다. 기대하시라.

오늘은 깃발에 작별인사를 쓰느라고 다들 바빠서 숙제를 맞추어보지를 못했다. 교사 S의 안내에 따라 숙제를 확인하고 틀린 부분을 고쳤다. 이번에도 덜렁대느라 뒤의 내용을 확인하지 않고 내 멋대로 답을 썼다가 틀렸다. 그런데 나만 그런게 아니라 L도 그랬다. 우리는 뭐가 좋다고 같이 낄낄거렸다. 

이번 본문의 주제는 모험여행이다. 어라? 내 전공이네. 아니지. 나는 그냥 여행이지. 모험은 좀 아닌 것 같다. 사막에서 낙타타기, 열기구타기, 빙벽 등반. 세 가지가 제시되었다. 이 중에서 내가 해본 것은 사막에서 낙타타기. 그건 인도에서 두 번, 중국에서 한 번 해봤다. 그런데 교사가 이걸 해본 사람 있냐고 묻는데 그냥 가만히 있었다. 튀지 말자. 영어로 표현하기 어렵다. 그런데 나만 그런게 아닌가보다. 나중에 이런저런 얘기가 나오는데 열기구를 타본 친구도 있었는데 아까 교사가 질문할 때 손을 들지 않았다. 같은 심정이다.


Listening Class

오늘도 일본 친구 H가 내 옆에 와서 앉았다. H는 어제 음료수를 사러 나갔다가 너무 늦어서 못왔단다. 우리가 지금 점심을 먹는 곳은 9층인데 학생이 많아서 엘리베이터를 타려면 한참 걸리긴 한다. 오늘은 같이 먹자고 한다. 그리고 내일 월마트 가는 것을 다시 확인한다. 무척 기대하는 것 같다. 하긴 거기는 엄청나게 큰 쇼핑몰인 메트로타운이 있는 곳이라서 다들 가고 싶어한다. 어린 학생이 얼마나 가고 싶었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짠하다.

오늘도 모르는 단어부터 찾아서 파트너끼리 서로 가르쳐주고 모르는 것은 교사에게 질문했다. 얼마전부터 반복되는 '직업'에 대한 것이라 대부분 아는 단어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살짝 아는 것이 더 어렵다. 예를 들어 smiled guiltily는 둘 다 아는 단어인데 이게 뭐지 싶다. 우리말로 표현하자면 음흉하게 웃는 것 정도의 의미란다. 죄를 짓고 슬쩍 미소를 짓는 것이라고 설명하는데 학생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으니까 교사는 슬쩍 앞에 놓인 학생의 컵을 훔치고는 주인이 애타게 찾는 것을 보면서 키득키득 웃는 것이라고 설명해주었다. 교사의 연기가 실감난다. 그래, 교사가 되려면 연기력도 탁월해야 한다. 



Reading and Writing

쉬는 시간에 일본 친구가 신기한 일본 과자를 주어서 맛을 보았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것이 있는데 입 안에서 톡톡 터지는 캔디가 들어있는 과자다. 다들 신기해하면서 먹었다. 여기 있으면서 참 희한한 과자들이나 초콜릿 등을 많이 먹게 된다. 나는 간식을, 특히 단 것을 별로 안좋아하는데 여기서는 자꾸 먹게 된다. 영어 공부가 힘들어서 에너지가 부족한가보다. ㅠㅠ

오늘은 새로운 주제가 시작되는 날이다. 이번에는 잠과 꿈에 대한 글이다. 먼저 모둠별로 질문에 대해 토론하고 단어부터 공부했다. Why is a good night`s sleep important? (왜 좋은 잠이 중요할까?) 다들 비슷한 생각이다. 이번 모둠에는 중국인, 일본인, 한국인, 모로코인이 함께 했는데 이구동성으로 잠을 잘 자야 다음날 피곤하지 않고 일을 하고 집중할 수 있다고 했다. 너무 당연한 것인가? 

본문의 내용을 읽고 메인 주제 찾는 활동을 했다. 잠의 중요성, 잠드는 다섯 단계, 나이대별로 필요한 수면 시간 등에 대한 내용이다. 여기서 공부하면서 정말 상식이 많이 늘 것 같다. 많은 지문들이 아주 유익하다. 아무래도 나는 여기서 영어도 공부하고 상식도 많이 쌓는 것 같다. 


Lunch Time

9층이 미어터지고 있다. 공간에 비해 학생이 너무 많다. 겨우겨우 자리를 확보해서 도시락을 먹었다. 일본 친구 H도 합류했다. 수줍음이 많은 H가 많은 다른 국적의 친구들과 함께 점심을 먹는 것에 적응을 못할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한국친구 T가 일본어를 좀 할 줄 알아서 이것저것 일본말로 대화를 했다. 덕분에 H의 표정이 좀 밝아진 듯하다. 다행이다. 다만 여기는 학생들이 너무 많아서 공간이 좁아서 불편하다. 다들 밥을 먹고 나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R과 나는 남아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R이 정말 멕시코에 오면 꼭 자기 집에서 묵어야 한다며 멕시코에 오기 전에 메일을 보내면 자기가 공항으로 마중을 오겠다고 했다. 정말 고마운 마음이다.

다들 수업 들어가고 나서 잠시 숙제를 하고 있다가 갑자기 해야 할 일이 생각이 났다. 학원의 한국인 어드바이저 선생님에게 학생휴가 신청을 해야 하는데 깜빡했다. 최소한 2주전에 하라고 했는데 얼마 전에 8월11일 출발하는 비행기표를 예약해서 오늘까지는 신청해야 한다. 얼른 내려가서 한국인 선생님에게 휴가 신청을 했다. 선생님이 전산망에 올려주면 교사들이 출석 확인하는 프로그램에 올라가서 결석 처리가 되지 않는다. 여기도 우리 나라의 교육 전산망처럼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 

어쨌든 나는 8월11일 퀘백으로 갔다가 15일 프린스에드워드섬으로 갔다가 19일 밴쿠버로 돌아온다. 9월에 갈지 8월에 갈지 망설였는데 지금은 학원에 학생들이 너무 많아서 좀 떠나고 싶다. 그리고 퀘백과 프린스에드워드섬이 8월이 더 예쁠 것 같아서 8월에 가기로 결심했다. 그래. 가자. 아직 영어가 자신없지만 또 열심히 검색해서 계획을 잘 짜봐야지. 



Communication Class

수업 초반에는 모음이 같은 단어를 찾아 연결하는 게임을 했다. 비슷비슷한 모음을 구분하는게 쉽지 않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교사 D가 학생들과 함께 들어온다. 이 좁은 교실에 2반이 합반 수업을 한다. 교사들의 설명으로는 매달 Communication 마지막 수업에는 합반을 해서 퀴즈를 풀 거라고 했다. 

두 반의 학생들을 섞어서 모둠을 정한다. 저번에 Reading 시간에 했던 방식대로 각 그룹에 1번 선수, 2번 선수 등을 정한다. 좁은 교실이라서 학생들은 움직이지 못하고 대신 해당 선수만 눈을 뜨고 나머지는 감으란다. 그리고 단어를 교사가 칠판에 제시하고 지우면 그 단어를 종이에 그려서 다른 팀원들이 맞추게 하란다. 

처음에는 낯선 학생들이 좀 어색해하더니 게임일 진행될수록 열기가 후끈 달아올라 난리가 났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교사 C의 배려가 돋보인다. 교사 D가 좀 어려운 단어를 제시하면 C가 우리 학생들 중에 모르는 학생이 있다면서 다른 단어로 바꾸라고 한다. 특히 R이 어려워 하니까 단어를 여러번 바꾼다. 특히 마지막 문제에서는 R에게 기회가 없었음에도 정답을 말하니까 그대로 인정해서 R의 팀이 승리했다. 나와 R은 같은 팀이다. 결론은 우리 팀이 이겼다. 

한바탕 소란스러운 퀴즈 활동이 끝났다. 교사 D가 학생들을 데리고 나가자 갑자기 교실이 조용해진 느낌이 들 정도다. 한쪽에서는 책상과 의자를 다시 원위치를 하고 다른 학생들은 인사하고 나간다. 그런데 갑자기 든 생각. 이 시간이 R의 마지막 Communication 수업이다. R에게 교사랑 작별인사를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근데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다 같이 사진이라도 찍을걸 하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뭔가 쓸만한 생각은 항상 한발 늦게 떠오른다.  



extra class

오늘의 주제는 Clothing & Fashion이다. 옷에 대해 여러 단어도 배우고 요즘 패션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특히 교사 M이 찾은 특이한 재료로 만든 옷을 화면으로 보는 것이 재미있었다. 포크와 스푼으로 만든 드레스, 키보드로 만든 턱시도, 연필로 만든 신발 등을 보면서 각 재료의 이름, 옷 종류 등도 배웠다. 그리고 파트너와 함께 평소 옷을 어디서 사는지, 어떤 옷을 선호하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자들끼리 팀이 되었을 때는 이것저것 얘기가 많았는데 중간에 팀을 바꾸어 남자가 끼니까 별로 할 얘기가 없다. 질문 진도가 엄청 빨리 나갔다. 수업이 끝날 때쯤 교사 M이 이번 달에 학원이 끝나는 사람이 있는지 묻는다. R이 끝난다니까 잘 가라고 인사해준다. R이 다같이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해서 내가 앞에 서서 셀카모드로 다같이 찍었다. 아까 수업에서도 찍었어야 하는데 아마도 R도 뒤늦게 그런 생각이 들었나보다. 



이제는 익숙한 도서관으로 가서 내가 늘 짱박히는 자리를 찾아갔다. 그런데 누군가 그 자리에 앉아있다. 근처의 다른 자리에 앉아서 숙제부터 했다. 그런데 너무 졸리다. 어제 늦게 자서 그런가보다. 서서 공부하는 책상을 찾아갔는데 누군가 차지하고 있다. 오늘은 뭐 이래. 근처의 창가 자리에 앉아 정신을 차리고 숙제를 마무리 하고 복습도 했다. 확실히 레벨 테스트가 끝나니까 예습, 복습을 소홀히 한다. 역시 인간의 간사함이란... 그래도 열심히 공부를 하고 보람찬 마음으로 집으로 와서 씻고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열나게 일기 쓰기에 돌입했다. 어제의 일기와 오늘의 일기를 모두 쓰려니까 시간이 많이 걸린다. 역시 밀리지 말아야해. 일기를 쓰면서 하루를 돌아보니까 문득 아쉬움이 많이 남는 날인 것 같다. 회화 수업 사진을 찍지 못한 것도 그렇고 친구들과의 이별이 다가오는 것도 그렇고 이래저래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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