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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Oct 18. 2023

힘들지만 재밌는 하루

2023.07.26.수요일

아침에 평소보다 한시간 일찍 일어나서 김밥을 말았다. 점심도시락을 넉넉히 채우고 우리 식구들 몫으로 하나씩 따로 쌌다. 그런데 먹어보니까 역시 별로다. 밥이 질고 설었다. 그리고 들어간 재료가 별로 없어서 그런지 맛이 너무 없다. 한국에 가면 내 특제 김밥부터 만들어 먹어야겠다. 그런데 왜 김밥 말기 전 사진만 찍고 정작 김밥 도시락 사진은 안찍은 걸까? 



Grammar Class

이번주에 마지막인 친구들이 7명이나 된다. 국적도 다양하다. 멕시코인, 브라질인, 일본인, 한국인. 기존 멤버 중에서는 나와 브라질 친구 L만 남는다. 금요일에 작별 인사를 써줄 캐나다 국기를 사야겠다. 젊은 친구에게 물어보니까 잉베 인근의 달라라마에서만 판다고 한다. 윽. 내가 오후에 갈 곳이 있는데 딱 반대 방향이다. 어쩌지?

오늘도 아침부터 숙제를 서로 확인해 보았다. 그 중 한 문제가 문법이 틀린 부분 찾기인데 9개의 틀린 곳을 찾아야 하는데 나, R, L이 모두 8개씩 찾아왔다. 서로 맞추어보니 하나씩 놓친 부분이 다르다. 결국 합치니까 9개가 되었다. 오예. 하이파이브!!! 

L은 이번 레벨테스트에서 한 문제만 더 맞추었으면 레벨 업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부럽다. 브라질사람인 L은 부드러우면서도 강단 있어 보인다. 자신의 요가 사진을 보여주었는데 수준급이다. 키도 크고 날씬하고 멋지다. 그녀는 영어공부에 도움이 되는 영어기반 웹사이트를 나에게 알려주었다. 영어로 설명이 되어 있는데 테스트도 있고 예문도 많다.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숙제를 확인하고는 새로운 unit을 배웠다. 현재완료 중에서 already, yet, still이 사용된 경우다. 과거의 특정하지 않은 시간에 어떤 일이 일어났거나 일어나지 않았음을 나타낸단다. already는 긍정문, yet, still은 부정문에 사용한다. 사실 대부분 아는 내용인데 교사가 영어로 설명하니까 귀에 잘 들리리지 않는다. 언제쯤 교사의 설명을 통해 이해할 수 있게 될까?



Listening Class

오늘은 일본 학생 H가 내 옆자리에 앉아도 되냐고 물었다. H는 지난번에 홈스테이에서 부실한 식사를 주어서 걱정했던 학생이다.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까 홈스테이를 바꾸지 못했단다. 브라질 친구 A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학원의 어드바이저에게도 도움을 청했으나 H가 찍은 음식 사진들을 보더니 그들은 이 정도는 큰 문제가 아니라서 바꾸어줄 수 없다고 했다. 사진 중에는 어떤 식사는 괜찮고 어떤 식사는 안좋은게 있었단다. 그런데 안좋은 식사의 수준이 내가 보기엔 심각해 보였다. 저녁 식사로 어떤 때는 삶은 옥수수 딸랑 하나, 어떤 때는 컵라면 하나, 심지어는 삶은 감자 하나만 접시에 놓여 있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거는 좀 너무 하지 않나? 어쨌든 요즘은 조금은 나아졌단다. 그나마 다행이다. H의 단짝 친구였던 브라질 친구 A가 영어 공부를 마치고 귀국해서 지금 H는 좀 외로워 보인다. 

H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점심은 누구와 먹냐고 물으니까 혼자 먹는다고 한다. 혹시 괜찮으면 같이 먹자고 했더니 그러겠다고 했다. 그리고는 멕시코 친구 R이 견과류를 먹는 것을 보더니 어디서 샀는지 물어본다. 일본 친구 H와 멕시코 친구 R이 서로 의사소통이 잘 안되어서 내가 중간에 통역을 했다. 내 영어 실력도 별로지만 그나마 이 둘 사이에서는 도움이 되었다. R이 동네 슈퍼마켓에서 샀다니까 H는 견과류를 좋아하는데 세븐일레븐에서는 비싸다고 한다. 내가 월마트는 싸다고 말해주었더니 한번도 가본적이 없다고 한다. 월마트에 가보고 싶냐고 물었더니 가고 싶다고 한다. 나는 이미 두번이나 가봐서 길을 아니까 만약 가고 싶다면 내가 너랑 같이 가줄 수 있다고 했더니 좋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 주 금요일 오후에 같이 가기로 했다. 지금까지 H를 지켜 본 중에 오늘 가장 많은 말을 했다. 결론은 이번 주 금요일 오후에 함께 월마트에 간다.

오늘도 듣기 수업은 파트너와 함께 교재에서 모르는 단어를 찾아보기, 서로 설명해주기, 교사에게 질문하기로 진행이 되었다. 그리고 내용을 듣고 문제를 푸는 활동을 했는데 나는 또 덜렁대서 질문을 제대로 듣지 않고 내맘대로 답을 유추했다. 나는 덜렁쟁이다. 



Reading and Writing Class

명랑한 교사 D가 학생들을 4인 1조로 모둠을 짓고는 어제 우리가 풀었던 시험지를 다시 나눠준다. 빈 답안지도 팀별로 나눠주고는 서로 의논해서 다시 풀어서 제출하란다. 서로 의견이 다른 문제가 있으면 함께 의논해 보란다. 그럭저럭 서로 아는 것들을 합쳐서 내용을 보완하면서 풀었다. 다 풀고 제출하니까 교사가 채점을 해서 주면서 우리의 개인 답안지도 주었다. 단체 답안지에서도 틀린 문제가 두 개나 있다. 역시 아직은 우리가 놓치는 것들이 많다. 개인 답안지는 채점이 완료된 상황이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어떤 문제가 왜 틀렸는지 확인해보란다. 단체로 풀면서 의논해서 그런지 틀린 문제에 대해 더 잘 이해가 된다. 이런 방식으로 문제를 다시 풀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독특하고 신선하다.

그리고 내 점수는 문법보다는 잘 나왔다. 그럭저럭 80점은 넘었다. 그러고 보면 문법이 제일 망했다. 그런데 답을 확인하고 나서 우리 그룹 학생들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문제가 있어서 다같이 질문을 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교사가 설명을 시작하자마자 '아차, 그걸 왜 확인 못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참으로 기이한 일이다. 대부분의 질문은 설명을 듣자마자 무릎을 탁 치게 된다. 결국 침착하게 생각했으면 알 수도 있었다는 것이겠지.


Lunch time

점심시간에 함께 먹기로 한 일본 친구 H가 오지 않았다. 혹시 낯선 사람들과 먹는게 부담스러울까 싶기도 하다. 수줍음이 매우 많은 친구라... 멕시코 친구 R은 같은 나라의 친구가 와서 즐겁게 자기 나라 말로 수다를 떤다. 한국친구 T와 나는 가급적 영어를 사용하려고 했지만 답답해서 결국은 한국말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들 고향의 말이 그립다.


Communication Class

오늘은 그동안 배운 단어를 가지고 작은 테스트를 본단다. 그런데 어떤 것은 2인 1조로 팀플을 하고 어떤 것은 각자 풀라고 문제지를 준다. 2인 1조 활동은 신체를 표현하는 단어를 쓰는 것이다. 대부분 아는 단어인데 새로 배운 단어들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행히 파트너가 어린 친구라서 그런지 곧잘 답을 적는다. 나는 적당히 따라썼다. 개인 활동은 운동경기에 대한 단어 빈칸 메꾸기와 4지선다형 문제 풀기다. 스펠링이 엉망이란 걸 알지만 어쩔 수 없다. 객관식은 적당히 찍어주었다.   


extra class

오늘은 수동태에 대해 배웠다. 교사 M의 쉬운 접근법이 인상적이다. 다들 피자 좋아하냐고 묻는다. 당연히 좋아하지. 그 와중에 피자가 싫다는 학생은 어쩔까? '퇴근 길에 피자를 사서 집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그런데 다음날 집에 왔더니 냉장고에 피자가 없다. 내 피자가 어디갔냐고 물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답할까?' 'The pizza was eaten by her.' 이것이 수동태다. 보통은 'She ate the pizza.'라고 말하지만 지금 질문의 주인공은 피자다. 그래서 목적어인 pizza가 주어가 되고 주어인 she가 목적어로 위치를 바꾸면서 수동태가 된단다. 이렇게 설명하니까 아주 쉽게 이해가 된다. 


수업을 마치고 나와서 버스를 타고 잉베로 갔다. 잉베 근처의 달라라마에 가니까 정말 입구에 커다랗게 국기와 기념품들을 파는 곳이 있다. 작은 캐나다 국기를 잔뜩 사서 가방에 넣고 서둘러 버스를 타고 길을 나섰다. 

오늘 가려는 곳은 'meet up'의 '밴쿠버 한영언어교환' 모임에 참여하기 위해서이다. 'meet up'은 다양한 취미나 공부 활동의 모임을 연결하는 어플이다. 캐나다에 오기 전부터 깔고 어떤 것인지 살펴보고 있었다. 비슷한 여러 어플을 깔고 비교도 해보았는데 비슷비슷하다. 다른 어플은 캐나다에 와서 위치 확인을 해도 자꾸 한국 모임이 떠서 지워버리고 이것만 남겨두었다. '밴쿠버 한영언어교환' 외에도 언어공부를 할 수 있는 모임이 더 있는데 너무 여러개를 활동할 수는 없을 것 같아서 이것만 우선 참여해보기로 했다. 전철을 타고 15분거리에 있는 곳이라 집에서도 그리 멀지 않다. 걷는 시간까지 하면 30분정도 걸린다. 

작은 카페에서 보이는데 가보니까 다양한 사람들이 앉아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처음에는 낯설어서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지만 금새 적응해서 신나게 떠들었다. 거기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캐나다 사람인데 단순한 호기심으로 한국말을 배우려는 사람, 일본 사람인데 영어 연습하려고 온 사람, 필리핀 사람인데 집이 가까워서 놀러온 사람, 일본 사람인데 영어랑 한국말을 동시에 배우려고 온 사람 등등이 참여하고 있다. 현지 대학생, 어학원 학생, 워킹홀리데이, 직장인 등등 직업이나 신분도 다양하다. 운영진들은 그룹을 지어서 20~30분 정도 대화하도록 하고 나서 다시 제비뽑기를 통해 그룹을 바꾸면서 대화하도록 진행했다. 2시간 정도 활동했는데 5그룹 정도 돌았던 것 같다. 정말 시간이 후딱 가고 재미있었다. 다음에 또 참여해야겠다.


언어교환 모임이 끝나고 집으로 와서 책가방을 내려 놓고 잉베로 향했다. 오늘이 2번째 불꽃놀이하는 날이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잉베를 향하고 있다. 나는 슬슬 시간 맞추어 가면서 적당한 곳에 서서 구경하려고 잉베로 향했다. 그런데 불꽃놀이 무대의 바로 앞쪽 해변에 나 한 사람 정도는 끼어 앉아도 될 것 같아서 쓰윽 가서 제일 앞줄에 자리를 잡았다. 가족 단위로 온 사람들 틈에 끼어 앉았는데 다들 개의치 않는다. 아무것도 깔지 않고 그냥 털푸덕 앉아 있으려니까 옆에 앉아있던 사람이 자기 깔개에 같이 앉자고 한다. 보니까 그녀도 우비를 대충 펼쳐서 앉아 있는데 자리가 넉넉하다. 염치 불구하고 같이 합석했다. 어디서 왔냐고 물으니 대만에서 왔단다. 직장인인데 지금 휴가 중이란다. 그리고 자기 회사가 캐나다에도 있고 대만에도 있어서 몇년주기로 왔다갔다 한단다. 깡마른 체격의 여자인데 가방과 스틱으로 보아 하이킹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물어보니까 밴쿠버에 하이킹 코스가 좋은 곳이 많다면서 소개해준다. 그리고 내가 전에 갔던 밴프에서는 잠시 가이드 활동도 했었단다. 역시 세상에는 대단한 사람들이 많다. 나처럼 정해진 코스만 밟아온 사람은 상상도 못하는 그런 삶도 있는 것이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드디어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다. 역시 제일 앞줄에서 바라본 불꽃놀이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불꽃놀이를 보는 경험은 처음이다. 소리가 커서 좀 무섭긴 했지만 눈 앞에 펼쳐지는 화려한 불꽃놀이에 넋을 잃었다. 정말 아름답다. 밤하늘을 수놓은 아름다운 불꽃이 별들처럼 빛나고 꽃처럼 화려하다. 역시 제일 앞자리에서 봐야한다. 마지막 불꽃놀이도 제일 앞줄에 앉아서 봐야겠다.


불꽃놀이가 끝난 후 사람들 행렬에 휩쓸려 집에 오니 늦은 시간이라 일기도 못쓰고 잠들었다. 너무 피곤하지만 너무 즐거운 하루였다. 학원도 그렇고 언어교환도 그렇고 불꽃놀이도 그렇다. 참으로 다양한 일들이 일어난 재미있고도 힘든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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