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온라인 마케팅
정세랑의 단편소설 <보늬>는 언니의 돌연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세 친구의 이야기다. 납득하기 어려운 언니의 돌연사를 이해하려 노력하다가 누군가 묻는다.
“언니가 하던 게 정확히 뭐라고?“
“디지털 마케팅.”
원래 이 대사에서 웃음이 터지면 안 되는데 돌연 빵 터져버렸다. 왜냐하면 디지털 마케팅, 그것은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이었으니까.
아, 내가 돌연사할 수도 있는 일을 하고 있었구나?!
위험했던 건가?
그러고 보니 회사에서 온라인 마케팅을 담당하게 된 게 벌써 만 7년이나 되었다. 세월이란.
* 이하 온라인 마케팅으로 부르겠다. 왜냐면 평소 더 익숙하게 사용하는 단어이기도 하고 실제로도 디지털 마케팅보다 검색량이 높은 키워드니까, 라는 검색량 체크 본능.
그 전에도 홍보 부서에서 일하면서 광고홍보 업무를 경험하긴 했지만 온라인 마케팅은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흔히 두 세계를 ‘브랜드 마케팅’과 ‘퍼포먼스 마케팅’으로 나누는데 이 둘 사이에는 넘어갈 수 없는 ‘사건의 지평선’이 있다고 해도 될 정도로 완전히 다른 우주다.
온라인 광고매체에서도 물론 브랜드 마케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온라인 광고 환경의 가장 핵심적인 특징은 광고 성과(performance)를 ‘측정 가능’하다는 것이다.
어떤 광고가 얼마나 ‘노출’되었고, 그 광고를 또 누가 얼마나 ‘클릭’했으며, 클릭한 사람 중 몇 명이 우리 홈페이지에서 다음 단계로 ‘전환‘되었는지, 중도이탈 없이 최종 ‘구매’에 이른 사람은 몇 명인지, 그 모든 게 숫자로 카운트된다. 전통 광고에서는 모호하기만 했던 홍보 효과가 디지털 광고에서는 실시간 숫자로 확인된다. 그래서 구체적인 숫자를 목표로 삼아 최적의 퍼포먼스를 내는 마케팅이라는 의미에서 퍼포먼스 마케팅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퍼포먼스 마케팅의 세계는 생각보다 실무 마케터의 순간적인 판단이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가령 타깃팅에 변화를 주거나 광고 소재의 배열과 색상, 문구를 바꾸거나, 클릭당 단가와 일예산에 변화를 주는 등 작은 업무 진행 하나하나에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반응하며 그 성공과 실패를 알려준다. 일개 마케팅 실무자임에도 나의 액션 하나에 회사에서는 수 억의 매출과 광고비가 왔다 갔다 하는 것이다. 퍼포먼스 마케터는 광고의 기획이 아닌 광고의 성과로 말해야 하기 때문에 막중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대개 보고받는 자들은 성과가 잘 들어올 때는 당연한 줄 알지만 성과가 안 들어오면 추궁하는 법이다.
그래서 더더욱 온라인에 사람들이 남긴 발자국, 즉 데이터 뒤에 숨은 어떤 의미와 의도들을 읽어내려 노력한다. 키워드 검색량과 유입, 전환건수를 들여다보며 이 사람들은 왜 여기서 클릭을 멈추고 이탈했을까 숨은 의도를 읽어내고자 노력하고, 어떻게 운용하는 것이 최적의 성과를 낼 수 있는지 매 순간 A안과 B안으로 나눠 A/B테스트를 한다.
오늘은 통했던 마케팅이 내일은 폭망할 수 있다. 온라인 트래픽은 매 순간 변하고 그 흐름을 누가 가장 잘 따라가느냐가 이 시장의 성패를 좌우한다. 그래서 마치 주식이나 게임 같은 면이 있다.
그러니까 중독적인 업무다.
온라인 마케팅이라는 것은.
꽤 재미있지만 난이도가 높고, 정신적으로 고되지만 그래도 전략이 성공했을 때의 희열이 보상이 된다.
심지어 온라인 세계는 24시간 멈추지도 않는다.
만약 성과가 꾸준히 개선되는 온라인 마케팅을 하는 회사의 관리자나 임원이라면 담당 마케터에게 진정으로 감사해야 한다. 당신에게는 광고비를 얼마 써서 얼마의 매출이 들어왔는지 정도만 요약본으로 보고되겠지만, 매 순간 숫자를 보며 디테일을 만지지 않는 한, 성과는 실시간으로 늘 악화되기 때문이다. 가만히 방치했는데 자동으로 개선되는 사례는 7년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러니 어디 트래픽도 안 나오는 듣보잡 지면을 보여주며 여기 광고하면 좋을 거 같다는 이상한 아이디어를 낼 시간에 마케터들에게 고기라도 한 점 더 사줘라.
언제나 마케터의 피, 땀, 눈물이 성과를 개선한다.
그래서 오늘도 어디선가 데이터와 씨름하며 고심을 거듭하고 있을 온라인 마케터 여러분들의 안녕을 묻는다.
다들 안녕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