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관점 vs 작가의 관점

그만 읽을래요 vs 계속 읽어줘요

by 미닝리
독자의 관점


무척 오랜 세월 동안 독자로 살아왔다.

많이 읽을 때는 매주 1권씩 읽을 때도 있었지만, 요즘은 읽는 것보다 쓰는 시간이 많아서 한 달에 2권 정도 읽는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권수를 듣고 놀라기도 하지만 사실 내가 읽은 책의 9할은 소설이니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다. 그저 영화를 보듯, 드라마를 보듯, 웹툰을 보듯 재미있는 이야기를 담은 하나의 매체로 소설을 읽은 것뿐이다.

아직 읽은 책이 많지 않던 시절엔 책을 열면 끝까지 완독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비로소 내가 그 책을 읽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어차피 세상에 책은 밤하늘의 별보다 많고 재미없는 책을 끝까지 읽을 필요는 없다. 내 인생의 소중한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재미없는 책을 읽느라 시간낭비를 할 바엔 다음 책을 집어드는 게 빠르다.


그래서 나는 매 순간 다음 페이지를 넘길지 말지 갈등하고, 그걸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게 만드는 게 작가의 실력이다.

그러니까 내가 다음 페이지로 못 넘기는 건 내 잘못이 아니라 작가의 잘못이다,라는 게 독자로서의 내 생각이었다.


작가의 관점


하지만 작가가 되어보니 알겠다.

이 얼마나 오만방자하고 못된 생각이었던가!

제발 간절히 바라건대 부디 내 책은 중간에 멈추지 않고 끝까지 읽어주면 좋겠다. 그 페이지만 참고 넘기면 훨씬 재미있는 장면이 기다리고 있는데, 거기서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금만 더 힘을 내서 완독을 해주면 좋겠다. 내가 한 땀 한 땀 공들여 쓴 문장들의 의미를 알아주면 좋겠다….

라며 웃프게도 그간 독자로서의 자기 자신에 대해 반성하고야 말았다.


처한 입장에 따라 생각이 달라지는 게 사람이라지만, 이렇게 간사한 마음이 드는 건 진심을 담아 정성을 다해 글을 썼기 때문이리라.

다음 문장을 읽어주고 다음 페이지를 넘겨준 모든 독자님들에게 감사드린다.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기에.


부디 <잠자는 숲속의 대리님>을 펼친 독자님들께서 마지막 페이지까지 무사히 넘겨주시길.


* Image by StockSnap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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