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운 생활 : 노래방
노래방을 가본 지가 그 언제이던가.
아마 기어다니기만 하던 우리 집 호모 에렉투스가 처음으로 직립 보행을 하기도 훨씬 이전이니까 3만 년도 더 전의 일이 아니었을까. 그러니까 그만큼 오래된 것 같은 심정이라는 얘기다. 아이가 어릴 땐 조금만 더 크면 갈 수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노래방을 미뤄뒀는데 느닷없이 닥친 코로나가 이렇게까지 길어질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더구나 노래방이 이렇게나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한 장소라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고. 이럴 줄 알았으면 코인 노래방이라도 미리 가둘 걸 그랬나 보다. 층간소음 시대에 집에서 부를 수도 없고 이젠 노래방이 어떻게 생겼는지 슬기로운 의사들이 연애하는 TV 드라마에서나 봐야 할 판이다.
코로나가 종식되면 가장 가고 싶은 곳 버킷리스트 두 개가 있는데 바로 노래방과 목욕탕이다. (목욕탕은 이제 로마 시대 유적 같은 게 되어버린 느낌이다.) 그래. 그래도 역시 목욕탕보다는 노래방이 먼저지.
코로나가 끝나면 노래방부터 가고 싶다. 누구보다 당당히 비말을 튀기며 열창하고 싶다. 마이크에 입을 대고 섬세한 가성(듣는 사람들에겐 괴성)을 내고 싶다. 탬버린도 치고 싶다.
아무튼 대학교 때부터 심심할 때마다 즐기던 취미생활이 노래방이었다. 혼자서도 가고 친구들과도 가고 술 먹고도 가고 맨 정신에도 갔다. 신나는 노래도 부르고 슬픈 노래도 부르고 웃긴 노래도 부르고 고음불가한 노래도 부르고 그랬다. 잘 불러서 좋아하는 건 아니다. 노래는 못 부르지만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한다. 노래를 못 부른다고 해서 노래 부르는 걸 싫어하라는 법은 없다.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만 노래방에 가야 한다는 법이 있었다면 대한민국 노래방은 코로나 이전에 이미 망했을 것이다.
좋아하는 노래를 몰입해서 부르는 그 순간이 나를 비루한 일상에서 건져 올리며 해방감 같은 걸 주기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일상 속에서 해방감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을 너무 오랫동안 미뤄두게 되면 정신이 병들 수도 있는 것 같다. 그러니 이런 글도 쓰고 있는 것 아닐까?
내년엔 꼭 갈 수 있겠지? 코로나야 얼른 물러가라!
부르고 싶은 노래가 잔뜩 쌓여 있지만 아마도 첫 곡은..
일상을 덕질하듯 살아가며 매일 새로운 것에 꽂히는 '취미 작가'가 들려주는 슬기롭고 풍요로운 취미생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