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운 생활 : 소설 추천
추구하는 세계관이나 이야기의 방향성이 나랑 잘 맞달까.
정세랑 작가는 단연 요즘 나의 최애 작가라 할 수 있다.
일전에 라틴 아메리카 특유의 문학적 기법인 '마술적 사실주의'가 한국에서 유행할 거라는 예언(아닌 주장)을 한 적이 있는데, 한국에도 마술적 사실주의가 있다면 바로 이런 소설을 말한다-라는 것을 가장 정확히 보여준 정석에 가까운 작품이 바로 이 <덧니가 보고 싶어>가 아닐까 한다.
마술적 사실주의는 기본적으로 현실을 그리면서도 그 안에 환상적(마술적) 요소가 스며들도록 해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양식인데 정세랑 작가는 그 모호한 경계를 가장 잘 활용하는 작가 중 하나인 것 같다.
라틴 아메리카에서 마술적 사실주의 기법의 대표적 작품으로 꼽히는 <백년의 고독>에서 죽은 사람에게서 흐르는 피가 방에서 나가 거리를 배회하다 부엌에 나타났다거나,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에서 요리를 만들 때의 감정이 요리에 스며들어 그걸 먹은 사람들에게 작용하는 것처럼, <덧니가 보고 싶어>에서는 주인공이 쓴 9편의 소설 속 한 문장이 헤어진 남자친구의 몸에 문신처럼 차례로 나타난다.
자세한 얘기는 스포일러가 되니 생략하겠지만, 작가는 서로 완전히 다른 성격을 가진 두 연인이 다툼과 이별 끝에 다시 사랑에 이르는 험난한 과정을 마술적 상황을 통해 절묘하게 표현하고 있다. 세상에 성격이 잘 맞는 사람들끼리 만나 연인이 되는 케이스도 있겠지만 사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지 않을까?
그러니까 이 세상에서 완전히 다른 성격과 사고관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를 사랑하게 되는 일 자체가 어쩌면 마술적인 일이 아닐까 하는 이야기를 마술적 기법을 통해 표현한 게 아닐까 한다.
무엇보다 "재화는 용기를 아홉 번이나 죽였다."로 시작하는 첫 문장부터 신선하게 몰입을 시키며 문장 하나하나가 재치 있게 통통 튀어 마지막 페이지까지 술술 읽힌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기발하고 따뜻하면서도 스릴 넘치는 이 독특한 이야기를 꼭 한 번 만나보기를!
일상을 덕질하듯 살아가며 매일 새로운 것에 꽂히는 '취미 작가'가 들려주는 슬기롭고 풍요로운 취미생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