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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닝리 Oct 16. 2021

혐오의 반대말은 혐오가 아니다

따뜻한 개인주의자로 살기

혐오의 반대말은 혐오가 아니다.

폭력의 반대말은 폭력이 아니다.

전쟁의 반대말은 전쟁이 아니다.


이 무슨 동어반복인가 싶겠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에서 많은 사람들은 이 명제에 동의하지 않는 것 같다. 너무나 쉽고 당연한 문장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들은 하나의 혐오나 폭력에 대항하기 위해 또 다른 혐오나 폭력을 사용해야 한다고 믿는다.


물론 살다 보면 한 개인이 다른 개인을 혐오하거나 증오하게 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모든 인류가 성인군자는 아니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러한 혐오가 어떤 개인의 특성 때문이 아니라, 그 개인이 특정 집단에 소속되었다는 이유로 혐오하는 것이 될 경우 너무나 위험한 발상이 되어버린다. 바로 그런 발상으로 나치는 유대인을 학살했고, 미국은 흑인을 노예로 삼았으며, 탈레반은 여성을 탄압했다.


특정 성별에 대한 혐오에 대응해 상대 성별을 혐오하는 것, 혐한 감정에 맞서 혐중이나 혐일을 하는 것, 전라도와 경상도로 나눠 서로 혐오하는 것, 아시아인 혐오에 분노하면서도 다른 아시아인(중국)에 대한 혐오나 이주노동자, 이슬람 혐오는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자기와 정치적 성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특정 세대와 성별을 혐오하는 것. 슬프게도 비일비재하게 목격되는 현상이다. 이런 혐오가 집단적 행동이 되는 순간 결국 나치, 흑인 노예상, 탈레반과 하등 다를 바 없는 존재로 전락하는 것이다.


매일 넘쳐나는 혐오 표현들은 사실 자신의 부족함과 어리석음, 두려움과 열등감을 숨기고 애써 부정하기 위해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공포감 때문에 합리적 사고 자체가 불가능해져 너무나 당연하고 상식적인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특정 성별이라서, 특정 지역 출신이라서, 한국인이라서, 아시아인이라서 혐오받는 게 부당하고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 반대로 특정 성별을 특정 지역을 특정 국가를 혐오하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왜 당신이 혐오하는 사람들과 똑같은 것들이 되려 하는가.


사실 집단에 대한 혐오는 기본 전제부터 심각한 오류다.

예를 들어 여성, 남성, 한국인, 중국인, 아시아인이라는 동질한 집단이 존재한다는 가정 하에 혐오를 시작하는 건데 애초에 그런 규모의 동질한 집단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개인은 복합적인 스펙트럼을 가진 존재이고 가령 여성들끼리의, 한국인끼리의 공통점보다 차이점이 훨씬 더 많다. 취향과 철학, 가치관, 사회적 환경, 계층 혹은 계급이 모두 다른 개인들의 물리적 집합체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특정 집단을 악의 원흉으로 지목하는 행위, 그 자체가 결국 나치가 했던 악선동이나 다름 없는 것이다.


집단의 반대말은 집단이 아니다.

집단의 반대말은 ‘개인’이다. 우리는 결국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넘어, 그 잘못된 프레임에 가려져 있는 다양한 '개인'들의 온전한 모습과 가치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 한다.

가령 민족주의의 반대말은 또 다른 민족주의가 아니다. 일본이나 중국이 자국민 중심주의로 우리나라를 혐오하는 것에 반대한다면, 똑같이 자국민 중심주의로 맞설 게 아니라 세계시민주의*로 맞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차별이나 혐오에 맞서는 방식은 특정 성별 우월주의가 아닌 성별과 무관하게 개인들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개인주의가 되어야 한다.


*세계시민주의 : 개인을 특정 국가나 민족의 성원이 아닌 세계와 인류의 성원으로 파악하는 사고방식



그리고 마지막 질문,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오는 '혐오'의 진짜 반대말은 무엇일까?


비슷한말로 나오는 단어는 많지만 반대말로 나오는 것은 단 하나뿐이다.


<출처 : 네이버 국어사전>




그렇다. 놀랍게도 혐오의 반대말은 바로 '사랑'이다.

결국 사랑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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