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wave
파도의 모서리는 제가 오래 전 접었던 소설가의 꿈을 다시 꾸기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쓴 경장편 분량의 소설입니다. 지금 와서 다시 보니 미숙한 부분도 아쉬운 부분도 많이 보이네요. 하지만 당시만 해도 소설을 쓰고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행복했고 그때문에 주인공과 이야기에 대한 애정도 여전히 가득합니다.
그런 저의 마음이 소설에 담겨 있어서일까요? 이 소설이 2024 스토리움 추천스토리에 선정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아직 출판의 기회는 얻지 못했지만 언젠가 기회가 주어진다면 미숙했던 부분을 채우며 유봄이와 함께 다시 한번 두근거리는 모험을 떠나고 싶네요.
그때까지 브런치에서 계속 만나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4년 가을, 미닝리 올림
↓ 아래는 2022년 1월 첫 완결 당시의 후기입니다.
작년 어느 날, 여행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던 길이었습니다.
아직 경기도임에도 벌써부터 시야를 가득 채우며 존재감을 과시하는 롯데월드타워가 불현듯 위압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정말 누구 말처럼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사우론의 탑처럼 보였지요. 또 한편으로는 어쩌면 먼 곳에서 돌아오는 여행자에게 위치를 알려주는 등대 같기도 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침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되어 물에 잠기고 있는 저지대 국가들의 호소에 안타까워하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갑자기 이미지화된 강렬한 욕망 하나가 영화의 한 장면처럼 꿈틀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그래! 해수면 상승으로 물에 잠긴 롯데타워에 한강 유람선을 꽂아 넣는 블록버스터급(?) 소설을 써보자! 바다 행성이 되어버린 위기의 지구에서 주인공은 오리배를 타고 간신히 살아나 야생의 서울을 모험하게 될 거고요.
이렇게 이야기의 시작과 끝이 순식간에 결정된 채 시놉시스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계절을 담은 등장인물들을 상상하고 이들이 경험할 낯선 서울을 생생하게 담아내기 위해 롯데타워뿐만 아니라, 아차산, 여의도, 영등포, 뚝섬 유원지 등 배경이 될 곳들을 다니며 촬영한 사진들을 정리했습니다. 너무나도 춥고 강풍이 불어 아무도 오리배를 안 타던 날 눈물 콧물 흘리며 뚝섬 오리배를 꾸역꾸역 탄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네요.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 마침내 시놉시스를 완성! 충분히 준비가 되었다고 판단하고 야심 차게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상상만으로도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한 소설이 뒤로 갈수록 고민도 깊어지고 주인공들의 흐름에 이리저리 이끌리다 보니 이야기가 점점 무겁고 길어지기도 해서 결국 19편 만에 간신히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당초 계획은 4계절 x 4편 = 16편이었거든요.) 아니 무슨 편수까지 정해놓고 쓰기 시작하느냐는 생각을 하실 수도 있지만 제 소설의 목표는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언제나 목표는 완결! 과거 소설을 거창하게 시작만 하고 제대로 끝내지 못했던 아픈 경험들 때문에 브런치에서의 목표는 ‘완결할 수 있는 소설을 쓰자!’로 명확했던 것 같습니다. 시놉시스를 결말까지 꼭 쓰고 나서 시작하려고 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 소설을 쓰면서도 쓰는 이로서 가장 궁금했던 건 내가 이 이야기를 완결하는 데 과연 얼마나 걸릴 것인가였습니다. 스스로의 역량을 가늠할 수 있어야 이후에도 본업인 회사생활과 병행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소설 쓰기가 가능할 것 같았거든요.
작년 10월 27일 첫 이야기를 올려 올해 1월 24일 완결했으니 약 3개월간의 여정이었습니다. 지난 3개월간 주인공 유봄이를 제 분신처럼 여기며 함께 험난한 세계를 여행할 수 있어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유봄이도 저도 함께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또 언젠가 새로운 이야기가 준비되면 다시 소설로 찾아뵙겠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삶 속에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마법 같은 순간을 그리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이번 이야기가 나름 즐거우셨다면 다음 이야기도 꼭 함께해주시길!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