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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닝리 Feb 09. 2022

대세는 좀비? 지금 좀비가 뜨고 있다!

취미로운 생활 : 좀비


<지금 우리 학교는>, 인간성을 지키려는 아이들의 사투



 넷플릭스에서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지금 우리 학교는>을 열정적으로 정주행하여 드디어 결말을 보았다!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며 고립된 학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지나치게 잦은 욕설이나 잔인한 장면들이 보기 괴롭게 만드는 부분도 있었지만, 탄탄한 스토리로 느슨한 부분 하나 없이 끝까지 쫄깃한 긴장감을 유지한 채 결말을 맺었다. 인간성을 잃은 좀비들 틈에서 생존을 위해 저마다 선악을 오가는 다양한 인간군상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며, 어른들에게 버림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인간성을 지키려는 아이들의 사투가 감동적이었다.



뱀파이어의 시대가 가고 좀비의 시대가 왔다


 원래도 <워킹데드>, <좀비랜드> 등 흥행에 성공한 대중적 좀비물은 재미있게 봐온 편이긴 했지만, 마이너하고 고어한 감성의 정통 좀비물들은 그렇게까지 선호하진 않는 편이었다. 그러던 내가 최근 <킹덤>, <부산행> 등 한국 좀비물에 힘입어 착실히 좀비에 빠져들고 있다.


 돌이켜 보니 원래 요괴들을 좋아했다. 옛날이야기나 서유기에 나오는 동양 요괴들도 좋았지만 뱀파이어, 늑대인간, 좀비 같은 서양 요괴들은 더 판타지 같아서 무섭지도 않았고 순수하게 콘텐츠를 즐길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원래는 뱀파이어를 좀비보다 훨씬 좋아했던 것 같다. 실제로 과거에는 콘텐츠로서도 <트와일라잇>, <트루블러드> 등 뱀파이어물이 좀비물보다 대세였던 것 같다.


 그런데 최근에는 뭔가 시대적 흐름이 변한 느낌이다. 확실히 뱀파이어 콘텐츠보다는 좀비 콘텐츠가 트렌드인 것 같다. 그래서 늘 콘텐츠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나 또한 자연스럽게 좀비에 물들어가고 있다. 전염되는 좀비 바이러스라는 특징이 코로나 시대에 특히 더 어울리는 소재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좀비, 인간성에 대한 질문


 하지만 기본적으로 좀비물은 다분히 의도적으로 잔혹한 연출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우리 집에서는 나만 좀비물을 즐기는데, 그런 장면들 덕분에 비인간적인 변태나 사이코패스 취급을 받으며 보고 있다. 안 무섭냐고 묻는데 깜짝 놀라게 만드는 연출에서는 놀라긴 하지만, 좀비 자체가 무섭지는 않다.


 만약 좀비가 현실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아마 그런 잔인한 장면들을 차마 볼 수 없었을 것이다. 현실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0이라고 명확히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현실과 완전히 분리된 가상세계 그 자체로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오히려 살인마가 나오는 현실 범죄물이 몇 배는 더 무섭다. 그건 현실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지금 우리 학교는>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꼬꼬무>를 볼 때 훨씬 무서웠던 것 같다.


 그리고 사실 좀비물은 비인간적인 사이코패스들을 위한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좀비물은 그 잔인함으로 인해 역설적으로 '인간성'을 강렬한 주제의식으로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지금 우리 학교는>도 그렇고, 좀비 이야기는 우리에게 인간성에 대한 질문을 던져준다.


 좀비는 원래 인간이었다가 다른 좀비에게 물려 감염되면서 좀비로 변한다. 그리고 좀비가 되면 인간성을 상실하고 '크워궤엑' 같은 기괴한 소리를 내며 인육을 탐하게 된다. 좀비들은 마구 몰려가서 아직 인간인 자들을 탐욕스럽게 공격하지만, 막 게걸스럽게 내장을 빼먹다가도 전염이 완료되어 물린 사람도 좀비가 되는 순간 공격을 멈춘다. 그리고 다시 미감염된 인간을 찾아 헤맨다. 결국 모두가 감염되어 좀비가 되어야만 끝나는 게임이다.


 그러니까 인간성을 잃은 사람이 괴물이 되어 타인을 공격하고, 공격당한 사람도 결국 인간성을 잃어 한 통속이 되면, 함께 몰려다니며 아직 인간성이 남아있는 사람들을 모두 전염시킬 때까지 공격을 반복하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인 것이다. 이런 좀비 이야기의 기본 설정이 우리 시대의 야만적인 모습을 돌아보게 해준다. 그래서 좀비가 자본주의의 야만성을 풍자하는 거라고 해석하는 비평가들도 많다.


 <킹덤> 시즌3는 과연 나올 것인가? 다음에 나를 즐겁게 해줄 좀비물을 기대하며..


 이 자리를 빌려 숨어 있는 의외의 수작,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를 추천한다. 일본의 저예산 좀비 영화로 잔잔한 웃음 속에 소소한 반전과 감동이 있는 따뜻한 가족 좀비물(?)이다. '가족 좀비물'이란 말이 모순처럼 느껴지겠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지도.




<취미로운 생활> 시리즈

일상을 덕질하듯 살아가며 매일 새로운 것에 꽂히는 '취미 작가'가 들려주는 슬기롭고 풍요로운 취미생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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