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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로운보라 Apr 08. 2020

왜 나는 향기로운 존재이고 싶을까?

<심연>

올해로 신랑과 나는 햇수로 19년째 알고 지낸 사이가 된다. 연애를 7년 첫째는 12살!

사람들은 “너네 신랑 진짜 착하다.”라고 말한다. 우리가 흔히 착하다고 할 때는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고, 수용해 주는 경우를 말한다. 단적으로 말하면 거절하지 않는 사람. 나는 의문이 들었다. ‘거절하면 나쁜 것일까?’ 하고 말이다. 사실 나는 거절을 잘하는 편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할 수 없는 것일 때, 혹은 하기 싫을 때,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때이다. 내가 거절하면 나쁠까 의문을 품은 것은 ‘마음이 움직이지 않아서 거절하는 나는 나쁜 사람일까?’라는 마음 때문이다. 나는 좋은 사람이고 싶다. 그렇다면 좋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 정의해야 하는 것이다. 머릿속에 맴돌던 why를 명쾌하게 풀어준 책이 있다. 배철현 교수의 <심연>이다. 몇 번 일고, 발췌해서도 읽고, 필사를 하고 싶은 책이라면서 선물도 했다. 목차  하나하나 짧지만 깊은 생각이 담긴 명료한 책이 마음에 들었다.


그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착함’이다. 


‘착함’에 해당하는 히브리어는 ‘토브(tob)’이다. 이 단어는 ‘선하다’라는 뜻과 ‘향기’라는 의미를 동시에 지닌다. ‘착한 사람’은 일반적인 수동적인 의미가 강조되어 자신의 생각을 감추고 남의 의견에 동의하는 자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런 사람은 ‘착한 사람’이 아니라 ‘멍청한 사람’이다. 토브를 지닌 사람은 자신이 의도하지 않아도 그의 생각과 행동에서 좋은 향기가 풍긴다.
착함이란 자신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고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찾아 인내로써 지켜내는 행위다. 그리고 ‘나는 향기로운 존재인가’를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연습하는 삶이다. 
-<심연>/p.286

하루는 동생이 와서 딸들을 데리고 친정으로 갔다. 갑자기 생긴 1박 2일 신랑과 단둘이 보내는 시간이 생겼다. 마침 독서모임에서 한 선배님께서 빡독 ×대전이 진행된다는 것을 알려주신 뒤였다. 나는 일요일 오전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참석하고 싶었다. 다른 독서모임이 궁금하기도 했다.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다른 사람들은 어떤 책을 읽고, 어떻게 삶의 이야기를 나누는지가 궁금했다. 그런데 신랑과의 시간이 생겼는데 혼자 나가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신경 쓰였다. 그래서 물었다. 

“오빠, 내일 오전에 카페에 가서 커피 마실래? 책 한 권 챙겨서.”

“그래.”

“알았어. 그럼 단체톡에 간다고 참석한다고 할게.”

“응? 뭔데?”

참석한다고 카톡을 남긴다고 하니 그제야 묻는다. 신랑은 내가 하자고 하는 것이면 싫든 좋든 알았다고 답해준다. 다시 묻는다.

“근데 오빠는 왜 자세히 묻지 않고 그냥 대답해?”

“그냥. 생각하기 귀찮아서?”

나는 안다. 신랑이 몰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나를 사랑하는 방식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리저리 재고 따지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니까 그냥 해주는 것이다. 그게 신랑의 사랑방식이다. “보라가 좋아하니까!”라고 말해주는 사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신랑은 좋은 향기를 풍기는 사람이다. 내 뾰족한 부분까지도 긍정해 주는 사람, 괜찮다고 해주는 사람이다. 내가 신랑을 반려자로 믿고 선택한 이유였다. ‘위로해 주는 단 한 사람’이다. 


믿음이란 자신의 삶에서 소중한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며, 그 과정에서 습득한 행동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것이다. -<심연>/p.285


내 삶에서 소중한 것을 찾아가는 것이 믿음이라면, 결국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누구인지를 찾아가야 한다. 내 삶에서 ‘나(being)’가 가장 소중한 것이다. 내가 존재하지 않으면 어떤 무엇도 의미가 없다. 내가 있어야 어떠한 역할도 할 수 있다.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찾아가는 것이 믿음이다. 내가 소중한 것이 나임을 깨닫는 순간, 세상의 모든 것이 소중하고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된다. 소크라테스가 한 흔한 말, ‘너 자신을 알라’ 결국, 소중한 너 자신을 찾으라는 말이다.  


나는 어떤 향기를 풍기는 사람일까? 내가 나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그 향기는 달라질 것이다. 내가 나를 정의하는 것부터다. 누군가의 말에 휘둘리기보다는 내가 스스로 나에게 묻고, 답하는 과정을 통해서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나를 발견해 나가는 삶을 살고 싶다. 내가 옳다고 생각한 것을 지켜내는 삶이다. 오늘도 이불속에서 갈등한다. 일어나서 글을 쓸까, 책을 읽을까, 잠을 더 잘까 하고! 나는 글을 쓰기로 선택했다. 내가 나를 들여다보고 why 하면서 스스로 답을 정리해 본다. 왜 나는 향기로운 존재이고 싶을까? 나는 사랑하면서 살고 싶다. 사랑받고 싶다. 사랑스러운 존재는 향기롭다. 길가에 피어있는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 나무 한 그루, 모두 사랑스럽다. 그들에게는 향기가 난다. 바라만 보아도 좋다. 온전히 자신의 존재를 피어낸다. 다른 꽃이 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그냥 자기 자신이 된다. 그리고 우리는 그 자체를 사랑스럽게 본다. 나는 내가 되기로 한다. 보라꽃! 그대는 어떤 향기를 품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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