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회와 X

이별이 시작되는 시간

by 사라영

X가 이별을 다짐했을 때

나는 역 앞 포장마차에서 막 잡은 오징어회를 먹고 있었다

친구와 소주잔을 기울이며 시답잖은 농담으로 밤을 보내고 있었다

X를 생각하는 것도 내게는 중요하지만

당장 혀에 닿는 오징어회의 감촉에 나는 더 매료되고 말았다

계속 씹어도 입안에 남아있는 것이 꼭 X와 나의 관계 같았다

밤이 길어졌고 내가 오징어회를 잘근잘근 씹고 있을 때

X는 라면 끊어먹듯 나를 잘라냈다

그놈의 오징어회 때문에 연인이 한계점을 지나쳐가는 것도 나는 놓치고 말았다

밤이 끝나고 날이 밝아올 때

사랑이 끝나고 이별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 지저분하고 흥겨운 포장마차 거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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