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때의 일이다.
중학생 때 나는 어떤 사람을 딱 며칠 만나고는 사랑에 빠졌다. 또래 남자애들을 시시하게 만들어주었던 그 사람은 세 살이나 어린 나에게 꼬박꼬박 존댓말을 했다. 친해지면 말을 놓겠다더니 우리는 영원히 친해지지는 못했다.
만나지도 전화도 하지 않았던 우리는 오로지 문자로만 서로를 알아갔다. 하지만 실제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은 없었다. 예를 들면 어느 학교를 다니고, 가족 관계는 어떻고 하는 구체적인 정보는 공유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 같은 것들에 대해 얘기하거나, 지금 생각해 보면 말도 안 되게 우스운 이야기를 밤새워 진지하게 했더랬다. 사랑이 무엇인지 이야기하는 게 중학생에게 가당키나 한 것인가.
플라토닉 러브인 건지 아니면 조선시대의 연애 방식인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의 대화는 항상 빙글빙글 돌아갔다. 우리는 결코 네가 좋다던가, 한번 만나보자던가라는 식의 말을 하지는 않았다. 대신..
나는 지금 밤하늘의 별을 보고 있다. 나도 별 보는 것을 좋아한다.
요즘 인기 있는 그 드라마 좋아하냐. 좋아한다. 사랑은 너무 가슴 아픈 것 같다.
너를 봤을 때 청순하다고 생각했다. 그 배우의 어릴 때 모습이랑 닮은 것 같다.
중 2병 그 자체이지만, 그 후 한참 동안이나 그 문자들만큼 나의 심장을 터지게 하였던 것은 없었다.
그는 목소리도 매우 좋았지만 한 번도 통화로 이야기하지는 못했다. 문자에서 전화로 가는 길. 글을 읽는 것에서 목소리를 듣게 되는 것.. 온갖 개똥철학을 문자로 보내면서도 통화 버튼 하나를 누른다는 게 왜 그렇게 힘들었는지 모른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용기의 문제보다는 그 상황이 우리에게 최선이라는 것을 알았는지도 모른다. 다시 만나면 우리는 너무나 평범한 중고등학생이겠지만, 문자 속에서는 서로에게 특별하고 오묘한 존재로 남을 테니까. 그즈음에서 멈추었기에 아름답게 기억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