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거울 속 얼굴은 피곤해 보인다
하루를 의미와 무의미로 구분 짓는 것은 괴롭다. 오늘 하루는 꽤 알차게 보냈고, 그래서 의미가 있었고, 다른 하루는 시간표에 따라 움직이기는 했지만 지나치게 무기력했고, 따라서 무의미했다. 결국 시간에 따라 움직이는데 어디에서 의미, 가치를 결정하게 되는 것인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 골목 사이로 보이는 하늘에서 노을이 번져있는 것을 보며 의미를 느끼는 걸까. 일상의 아름다움을 남의 집 화단에 다 죽어가는 노란 화초나 아스팔트 길 위에 지워지지 않는 쓰레기국물의 자국에서 찾을 수도 있는가.
길가의 유리창을 따라 비치는 자신의 멍청해 보이는 모습을 보면서 무의미함을 느끼는 걸까. 무기력을 결정짓는 것은 생리주기인가, 누군가 지나가면서 뱉은 말 때문인가, 나의 인생을 되짚어봤던 경험 때문인가, 도저히 잊히지 않는 기억 때문일까.
길을 걸어가면서 보란 듯이 목구멍의 침까지 모아 뱉는 사람을 보며 나는 혐오감을 느낀다. 그 혐오감으로 그를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든다.
하루의 의미를 만들기 위해 운동을 할 때는 즐거웠지만, 조금 다쳐서 우울한 마음이 든다. 걸음의 불편함이, 이 작은 느낌이 나를 평생의 절름발이로 만들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
나는 내가 나의 괴로움을 다 헤아릴 수 없듯이, 다른 이의 것도 헤아릴 수 없다. 그러고 싶지도 않다.
별로 배도 고프지 않은데 밥을 하고 요리도 만든다. 매일 밥을 해먹여야 하는 신체에 대한 회한이 든다.
하루 벌어먹고 사는 사람의 고단함과 하루조차 벌어먹지 못하는 사람의 괴로움은 어느 것의 더 큰 것일까.
집으로 돌아가는 길, 엘리베이터 거울 속 얼굴은 피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