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indsbird Apr 12. 2024

영국에서 위탁부모가 되려면 (3)

두 번째 단계: 인터뷰 & 서류  전형

위탁부모 신청서를 제출하면 사회복지사가 집을 방문해 아이가 지낼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한지 살펴보고, 그다음부터 본격적인 인터뷰와 서류 전형이 동시에 진행된다. 


일단 기본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서류론 병원진료기록, 주요 인생 사건 요약본, 가족 관계 내역, 범죄 경력 조회 등이 있고 그 외에 4명의 추천인을 적어내야 한다. 선정된 추천인들은 따로 장문의 평가문을 작성해 제출해야 하고, 사회복지사는 추가적으로 이들과 2시간가량의 인터뷰를 진행한다. 


또 수개월에 걸쳐 여러 번 지원자의 집을 방문해 지원자의 성장 과정과 경험, 아이들을 돌본 사례 등을 아주 구체적으로 물어보는데, 정해진 질문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답변에 따라 아주 유동적으로 깊은 질문들을 하면서 지원자가 아이를 잘 돌볼 수 있는 자질이 있는지 평가한다. 나 같은 경우는 고등학교 때 알바로 학원 및 과외 선생님으로 일했던 경험과 교회에서 유초등부 아이들 교사로 활동했던 경험, 그리고 어린 조카가 있다는 이야기에 큰 관심을 표하면서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다. 


힘들었던 십 대 이야기도 인터뷰 중 나오게 됐다. 여러 가지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갑자기 닥치면서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지만 기댈 때 없이 항상 혼자 끙끙 대야 됐던 외로운 그 시절을 이겨나갈 수 있는 힘이 돼주신, 내겐 인생의 은인과 같은 당시 중고등부 목사님 이야기를 하며 내가 왜 위탁 부모가 되고 싶은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 이야기는 별도로 다른 글에서 풀어보려고 한다. 


사회복지사는 집의 안전 사항도 아주 꼼꼼하게 체크했다. 화재알람, 가스경보 알람이 작동하는지 체크하고 모델명까지 서류에 기록했다. 술과 부엌칼은 어디에 보관하는지, 아이가 지낼 방의 창문 높이와 잠금장치는 어떻게 되어 있는지 등도 살피며 돌보는 아이가 자살 충동을 느낀다고 이야기했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물어왔다. 


당시 우리 집 창가 화분엔 벌레잡이 식물을 몇 개 키우고 있었는데, 그 식물들이 아이에게 유해한 지도 확인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같이 지내는 강아지 뿌뿌의 성격과 청결상태도 'Pet Assessment'서류에 기록됐다. 


인터뷰 과정 중 가장 자주 받았던 질문은 다양성과 포용성에 관한 질문이었다. 돌보는 아이의 종교가 다를 때는 어떻게 할 건지 ('나는 교회에 가야 하는데 아이는 모스크에 가야 하면 어떻게 할 건가?'), 다른 인종의 아이가 집에 들어오면 어떻게 할 건지 등을 물어봤는데 대답을 하면서도 원하는 답이 너무 뻔하게 정해져 있는 질문들 아닌가 싶었다. 이 질문들에 '나랑 다르니 차별하겠다'라고 대답할 사람들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위탁가정단체 입장에선 차후 일어날지도 모르는 차별을 미리 방지하는 차원에서 이런 질문들을 하는 게 중요하겠다 싶기도 해 뻔한 답이지만 성심 것 답변을 해주었다. 최대한 아이가 집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아이 출신 국가의 음식을 조사해 만들어 줄 것이며, 모스크에 가고 싶어 하면 데려다줄 것이라는 등, 우리 집에 오면 아이가 어떤 케어를 받을 것인지 구체적으로 설명을 했다. 사회복지사는 우리 집에 다양한 나라별 요래책이 있는 걸 보고는 이 또한 심사서류에 기록했다. 


8개월 정도 걸린 심사 과정이 마무리 됐을 땐 인생을 탈탈 털린 그런 느낌이었다. 


그다음, 마지막 관문은 최종 인터뷰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국에서 위탁부모가 되려면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