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는 폴리아모리스트다. 한 번에 연애하는 대상을 한 명으로 제한하지 않고 동시다발적인 연애를 추구한다. 다자연애자하면 엄청 바람기 많고 이 사람 저 사람 만나고 다닐 것 같지만 그런 것도 아니다. 친구 연애하는 패턴을 보면 한 명을 오랫동안 진득이 만나되 파트너와의 동의 하에 서로 다른 사람을 만나고 다닌다. 전형적이지 않은 친구의 연애 방식은 호기심을 자극하고, 덕분에 난 친구를 만날 때마다 질문 공세를 해대곤 한다.
여러 명의 파트너가 있으면 서로 질투 나지 않아?
질투는 서로에 대한 신뢰 부족과 불안감에서 나오는 감정이라고 생각해. 파트너와의 신뢰가 두터우면 질투할 것도 없어. 하지만 그게 가능할 정도로 신뢰를 쌓기까진 시간이 많이 걸리지. 그래서 그만큼 서로 충분히 대화를 나눠야 하고 서로 간의 바운더리가 어디까진지 계속 나누고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해.
왜 굳이 여러 명을 만나는 거야?
단 한 사람으로 나의 모든 게 충족될 수는 없는 거잖아. 이 사람이 가진 장점이 있는가 하면 저 사람만이 가진 독특한 무언가가 있는 거고. 한 사람과의 관계에 묶여 다른 사람과의 교류를 차단한다는 건 너무 슬픈 것 같아. 내가 폴리아모리스트라고 해서 엄청나게 많은 여자들을 만나고 다니는 건 아니야. 코드가 맞고 이야기가 잘 통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거든. 마음에 드는 다른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과도 연애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현 여자친구를 만나고 있는데, 현실적으론 그녀도 나도 장기적으로 만나는 사람은 우리 둘 밖에 없어.
여자친구의 다른 애인이 나보다 더 좋을 거란, 그런 불안감은 없어?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불안감이 들면 폴리아모리스트를 하면 안 되는 사람인 거야. 그런 연애방식이 안 맞는 사람인거지. 다자연애가 가능하기 위해선 정말 깊은 자기 성찰이 필요한 것 같아. 내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 사람인지, 어떤 방식의 연애가 가장 내게 잘 맞는지. 내겐 한 사람과 연애하는 모노가미가 더 큰 불안감을 안겨줘. 한 사람과만 연애한다고 해서 상대가 바람을 피우지 않고 나를 떠나지 않을 거란 보장은 없잖아. 나와 함께 할 거란 약속을 한 관계인데 그걸 깨고 배신하는 건, 오히려 폴리가미 연애보다 더 리스크가 큰 게 아닐까?
여자친구가 더 이상 다자연애를 하고 싶지 않다고 하면 어떻게 할 거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너의 폴리가미 연애 방식을 포기할 마음은 있어?
아니. 나도 한때 한 사람과만 연애하고 결혼까지도 해 본 적이 있지만 그런 연애 방식은 날 행복하게 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어. 내게 있어 폴리아모리는 포기할 수 없는 너무나 근본적인 생활 방식이야. 너의 사랑하는 남자친구가 폴리아모리스트로 전환하고 싶다고 너에게 물어오면, 넌 그 친구를 위해 다자연애를 받아들일 수 있어?
만나는 여자친구들과 쓰리섬도 해본 적 있어?
난 거기에 오픈돼 있는데, 여자친구들의 동의가 필요한 부분이라 아직 해본 적은 없어. 한 명은 괜찮다고 하는데 다른 여자친구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아. 천천히 충분히 대화를 해가면서 접근해나가려고 해.
얼마 전 새로 데이트를 시작한 상대가 있는데 그 친구는 폴리가미에 대해 많이 불편해해. 서로 너무 잘 맞아서 일단은 만나고 있긴 한데 그 친구가 어떤 결정을 내릴진 아직 모르겠어. 만약 또 다른 여자친구의 존재를 받아들이지 못해 나랑 헤어지기로 결정한다면 많이 슬플 것 같아. 계속 알아가고 싶은 친구거든. 하지만 그 친구의 의향도 존중해 줘야지.
관계란건, 모노가미던 폴리가미던 참 힘든 것 같아. 나 혼자만의 의지만 가지고 되는 건 아니니까.
맞아. 관계를 이어 나가려면 상황이 어렵더라도 열린 대화를 해가면서 서로 맞춰 나가야 되는데 많은 사람들은 마주한 상황을 도피하는 것으로 결론지어 버리는 것 같아. 조금 더 노력하면 상대방이 가진 멋진 세상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축복이 기다리고 있는데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