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에 사로잡혀 얼어붙을 땐 간단해 보이는 태스크도 하기 어려워진다. 메일 한통 보내는 것, 관련 자료를 찾아보는 것, 심지어 일을 시작하기 위해 책상 앞에 앉는 것 까지도.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현실과는 동떨어진 내 상상 속에만 존재하지만 그 영향력은 막강하다. 난 꽤나 자주 이런 '마비'에 걸리곤 한다.
마비 상태에 걸려있는 나 자신을 해동시키는 법을 아직도 하나둘씩 터득해 가는 중이다. 빨리 해동해 주지 않으면 내가 맡은 업무도 한도 끝도 없이 지연되니 '두려움'이란 마비가 오면 빨리 처방을 해줘야 한다.
첫 번째 위로 - 몰라도 되고, 못해도 된다
몰라도 되고 못해도 된다는 자가 위로가 필요하다. 내 머릿속에 거대하게 쌓아 올린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다시 끌어내리려면 정 반대되는 방향의 생각을 억지로라도 내게 주입시켜줘야 한다. 괜찮다 괜찮다. 그 모습 그대로도 괜찮다. 모르면 배우면 되고 못하면 성장하면 된다. 지금 그대로도 괜찮다.
두 번째 위로 - 난 혼자가 아니다
나 혼자만 모르는 것 같고, 나 혼자만 일 못하는 것 같은 이때 팀원들과 하는 미팅은 큰 도움이 된다. 다른 사람들도 모르는 부분들이 있구나, 모르면 서로 물어보면 되는구나. 너무 당연한 사실 같지만 나를 얼어붙게 하는 두려움은 아주 원초적인 자리에서 나오기 때문에 이성으론 제어가 잘 되지 않는다. 겁에 질린 조그만 토끼를 안정시키기 위해 조용히 다가가 맛있는 먹이를 건네 듯, 움츠러들어 밖으로 나오려고 하지 않는 나 자신에게도 '이곳은 안전하다'라는 메시지를 주변 환경을 통해 심어 주어야 한다.
같은 목표를 가지고 함께 협력하는 구조안에 있는 팀원들과 하는 미팅은 그런 안전지대 역할을 한다. 내가 못할 것 같은 업무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내가 모르는 부분을 채워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다.
세 번째 위로 - 일단 이야기만 해본다
팀 미팅을 하면 자연스럽게 업무 진행을 이야기하게 되고 다음 해야 할 일들이 정리가 된다. 이때 중요한 건 내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을 너무 창피하게 생각하지 말고 팀들과 공유하는 거다. 함께 논의를 하다 보면 넘어야 할 과제들을 해결할 다음 action point가 생기고, 이 to do list는 모든 일들이 너무 크게 느껴지는 이때 무엇을 다음으로 해야 할지를 알려주는 이정표가 되어준다.
네 번째 위로 - 딱 10분도 괜찮다
일단 무작정 일을 시작해야 한다. 오만 근심 걱정 두려움이 한꺼번에 올라오지만 그냥 눈을 딱 감고 시작해야 한다. 정 못하겠으면 10분만 하고 그만둬도 된다는 위로를 해가면서. 일단 시작하면 거기에 동력을 받고 집중도가 높아지고 일에 진도가 나가면 정말 좋겠지만 이런 기대도 걸면 안 된다. 집중이 안되면 또 나 자신을 모질게 나무랄 나를 잘 알기에. 정말 10분만 해도 괜찮다고, 정말 정말 괜찮다고 나 자신에게 말하고 또 말해야 한다.
성과에 초점을 맞춘 '왜 못하니' 보단 '그래도 괜찮다'라는 포용. 여기서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