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자주 얼어붙는다. 특히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익숙하지 않은 일을 해야 할 때. 일을 못 할까 봐 두려울 때. 나의 실패를 드러내고 싶지 않을 때.
두려워서 언다는 걸 인지하기까지엔 조금 시간이 걸린다. 딴짓하며 꾸물거리는 시간이 기약 없이 늘어져만 가고 내가 지금 일을 못하는 이유가 점점 늘어만 가면 두려워서 일을 시작하지 못한다는 신호다. 특히 해야만 하는 일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협업해야 하는 일일 경우 더 그렇다. 일을 시작해 버리면 다른 사람들이 내 못남을 알아차려버릴까 봐 그냥 이 핑계 저 핑계되면서 일을 미루는 거다.
핑계는 참으로 많다.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지 못해서. 효과적으로 일 할 수 있는 환경을 팀원들이 구축해두지 않아서. 상사가 내게 동기부여를 안 해 줘서. '일 못하는' 다른 사람들을 한껏 속으로 손가락질 해대며 불만 불평을 해대지만 사실 난 알고 있다. 그들이 일을 못해서 내가 일을 시작 못하는 게 아니라는 걸. 이건 다 핑계라는 걸. 실패에 대한 원인을 내가 아닌 타인에게 돌리려 하는 야비하고 조졸한 마음이라는 걸.
일을 시작도 하지 않았으니 여기서 내가 두려워하는 실패는 허상일 뿐이다. 언제 어디선가, 자라오면서 내 자아와 동행하게 된 완벽주의란 그림자. 요새 들어 더욱더 길고 거대하게 내 곁을 따라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