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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ndsbird Jul 08. 2024

완벽하지 못한 나에게 완벽을 요구할 때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축 늘어지는 날이 있다. 저번주를 이어 오늘이 그런 날이다. 겉으로 보면 아주 지극히 평범하고 평화로운 한 주였다. 회사일도 바쁘지 않아 일주일 거의 내내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며 보냈고, 좋아하던 요리도 실컷 했었고 소설책 진도도 많이 나갔다. 


그런데 내 기분은 왜 자꾸 처지기만 하는 걸까. 


저번 주를 더 깊이 들여다보면 난 매일을 자괴감으로 마감했던 것 같다. 하루를 제대로 보내지 못했다는 자괴감. 매일 하기로 목표한 것들을 거의 하지 못했다는 실패감. 오늘 하루도 망쳐버렸다는 생각에, 여유로운 시간이 주어져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나 자신이 너무 한심해 보인다. 


그리고, 이런 감정에서 도피하기 위해 밤늦게까지 게임을 하거나 넷플릭스를 본다. 불과 일주일 전에 건강 회복을 위해 먹지 않기로 결심했던 과자 한 봉지 곁들여 주는 건 기본이다. 이렇게 밤늦게까지 스크린을 보다가 잠에 들면 수면질도 현저하게 떨어지고 아침에 일어나도 전혀 개운하지 않다. 흐리멍덩한 정신으로 시작하는 하루가 힘차고 생산적 일리 없다. 비생산적인 하루의 악순환에 빠져들어버렸다.


오늘은 망친 것 같아도 내일을 기약하며 툭툭 털고 일어나면 될 것을. 난 이렇게 별일이 없는데도 나 혼자 죄책감과 자괴감에 빠져들 때가 종종 있다. 


왜 난 매번 나 자신에게 눌리고 또 눌리는가. 이렇게 나를 무겁게 짓누르는 자괴감의 근원은 어디서 오는가. 모든 면에서 완벽을 추구하고, 작은 실수를 용납하기 어려워하는 완벽주의에서 오는 걸까? 난 매 순간을 이렇게 완벽주의적인 사고로 나 자신을 몰아세우는 걸까? 여기서 오는 지속적인 스트레스가 몸도 허약하게 만든 걸까? 나는 도대체 왜 이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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