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연속을 아파서 그런가. 요새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드는 생각은 '아, 일하기 싫다'다.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재택 하면서 근무 시간조차도 내 맘대로 조정이 가능하고, 스트레스도 거의 안 받는 일을 하고 있으니, 이 정도면 투덜거리기도 민망한 꿀직장이라 할 수 있지만 아 요샌 정말 일하기 싫다.
어떻게 하면 일 안 하고 살 수 있을까. 우리 짝꿍은 부자가 아니니 남편 벌어오는 돈 맘 편하게 쓰는 가정주부로 살긴 글렀고, 우리 엄마 아빤 월급이란 한 푼도 없는 선교사시니 부모님 재력 믿고 노는 것도 글렀다. 결국 답은 하나다. 열심히 근면하게 매일매일 일을 해서 내가 돈을 버는 것.
내가 재벌 딸로 태어났다면 인생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설거지도, 청소도 안 해도 되고 매일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일만 골라서 할 수 있다면? 심심하면 파리나 모나코로 쇼핑 다녀오고, 여름엔 해변에 있는 별장에서 하루종일 책만 읽고 한량놀이를 할 테다. 공연 예술을 좋아하니 매주 박스석에서 뮤지컬을 볼 테고 취미로 요리 학교를 가야겠다. 우리 강아진 인스타그램에서 눈도장만 찍고 있던 월 37만 원짜리 데이케어 멤버십을 끊어 줄테다.
아 하고 싶은 건 너무 많은데 월급쟁이라 서럽다. 짝꿍에게 이렇게 궁시렁데니 '걱정 마, 이번 주에 내가 복권 긁어줄게'라며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넨다. 우린 당첨금으로 뭐부터 살건지 재잘재잘 거리며 수다 삼매경에 빠진다. 아무리 김칫국이라지만 참으로 시원한 김칫국이다. 아 정말 일하기 싫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