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는 열심히 실력과 경험을 쌓아 올리는 때, 30대는 이를 토대로 커리어를 빛내는 시기"라는 말을 한 친한 선배는 자주 하곤 했었다. 막 대학교를 졸업하고 들어간 첫 직장이라 자신감도 없고 내놓을 만한 경력은 더더욱 없는 20대 초반의 나에겐 그 말이 참 인상 깊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몇 번의 이직을 통해 커리어를 찬찬히 쌓아가면서 난 항상 이런 궁금증이 있었다. 지금 내가 쌓고 있는 경험은 30대가 넘으면 어떤 색깔을 가지게 될까. 이왕이면 흔하지 않고 고유성 있는 경력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욕심도 조금씩 부려가며 20대를 넘기고 30대를 보냈다.
내가 꿈꾸는 것 같이 '특별한' 커리어를 쌓는다는 건 말이 쉽지 이루어내는 건 결고 쉽지 않다. 내가 원한다고 해서 짠 하고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실력이 된다 하더라도 주변 여건과 타이밍도 따라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욕심만큼 커리어가 풀리는 것 같지 않을 땐 좌절도 꽤나 많이 했다.
내가 쌓은 커리어의 색깔은 무엇일까 - 이에 대한 답이 퇴사를 하니 조금은 보이는 것 같다.
밥벌이할 방법을 찾아야 하니 내가 가진 장점과 단점에 대해 보다 깊게 고민을 하게 됐고, 발 묶인 곳이 없으니 퇴사 후 오는 기회들을 부담 없이 잡을 수 있었다. 종종 들어오는 이 기회들은 14년 전 선배가 자주 하던 말처럼 내가 20대부터 쌓아온 것들의 산물이라 할 수 있겠다.
퇴사 후 들어온 기회들은 모두 내가 기존해 오던 일과는 조금 성격이 다른 일들이다. 참 신기하다. 20대 땐 하루종일 입사 희망 기업들을 열심히 리서치한 후 공들여 작성한 자기소개서와 지원서를 수 십 군데 보내도 면접기회조차 오지 않더니, 이젠 어떤 절차도 없이 바로 기회가 주어지는 일들이 자꾸 생긴다. 무엇이 쌓여 이런 기회들이 가능했던 것일까. 여기에 대한 생각은 다음 글에서 풀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