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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ndsbird Aug 19. 2024

민주혁명이 가져다준 뜻밖의 선물 - 페리페리 치킨

런던, 오늘의 식탁 - 8월 18일

한국에 양념치킨이 있다면 영국에는 페리페리 치킨이 있다! 


날이 더워서 그런지, 요리하기 귀찮은 그런 날이었다. 햄버거? 중국집? 여러 가지 옵션을 놓고 고민하다 배달요리 중 그나마 건강식인 페리페리 치킨을 시켜 먹기로 했다. 


땡고추로 양념을 해 맵고 자극적인 맛이 당길 때 쉽게 배달시켜 먹을 수 있는 페리페리 치킨은, 영국 음식은 아니지만 페리페리 치킨집이 없는 동네가 없을 정도로 이 요리는 영국 사람들이 자주 찾는 서민 요리다. 그릴 위에 구운 치킨에 매콤한 페리페리 소스를 뿌리고, 막 구운 감자튀김을 곁들여 먹고 있자니 학생 시절의 추억이 무럭무럭  떠오른다. 


돈 없는 학생 시절 친구들과 자주 찾았던 식당이 바로 페리페리 치킨 전문 체인점인 난도스(Nando's)였다. 가격도 저렴한 데다, 치킨을 시킨 후 원하는 난이도의 매운맛대로 소스를 골라 치킨을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어 좋았다. 


페리페리 치킨은 흔히 포르투갈 음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페리페리 치킨의 원조는 아프리카다. 스와힐리어로 '고추'를 뜻하는 '피리'가 변형된 '페리 페리'란 고추 이름이 탄생했고 주로 모잠비크, 앙골라, 남아공에서 많이 먹는 요리였다. 당시 식민지로 통치했던 포르투갈이 유럽의 식재료인 레몬즙, 로즈메리, 레드와인 식초, 파프리카, 올리브 오일 등을 추가해 포르투갈 음식과 접목시킨 요리가 페리페리 치킨이다. 


아프리카에서 먹던 치킨 요리가 영국까지 건너오게 된 계기는 바로 1974년 포르투갈 제2공화국에서 일어난 민주화 혁명이었다. 독재와 전쟁에 반대하는 청년 장교들을 주축으로 벌어진 '카네이션 혁명'으로 독재정권이 무너졌고 새로 들어선 정부는 식민지들의 독립을 인정하게 된다. 이를 계기로 아프리카에 살던 많은 포르투갈인들이 남아공으로 건너갔는데, 그중 페르난도 두아르테란 사람이 모잠비크에서 즐겨 먹었던 페리페리 치킨을 주 메뉴로 한 식당을 차린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됐다. 이 식당 이름이 바로 페르난도의 이름을 딴 난도스다. 남아공에서 커다란 성공을 거둔 난도스는 영연방 국가들을 중심으로 진출해 현재는 30개 국에 1000개 이상의 매장을 가진 프랜차이즈가 되었다. 


포르투갈의 민주혁명 덕분에, 요리하기 귀찮은 오늘 하루 저녁 한 끼 거뜬히 해결했다. 


#카네이션혁명 #음식역사 #포르투갈 #음식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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