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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ndsbird Sep 12. 2024

복고 요리책으로 만드는 초콜릿 푸딩

런던, 오늘의 식탁 - 9월 8일

몇 달 전 영국의 벼룩시장인 카부츠 세일에 구경 갔다가 1970년대 출판된 오래된 요리책을 득템 했다. 


옛날책 고유의 퀴퀴한 냄새와 희미한 사진 해상도가 거슬려 옛날책은 웬만하면 사지 않는데 이 요리책은 특별하게 느껴졌다. 현대 요리책엔 평균 100개 정도의 레시피가 들어가 있는데 크기도 A3정도 되는 이 책 속엔 무려 1350개가 넘는 레시피가 포함돼 있다. 


수프, 찜, 해물 요리, 고기 요리, 파스타, 케이크, 젤리, 과일 디저트 등 챕터별로 요리 종류를 아주 세세하게 구분해 두었을 뿐 아니라, 각 챕터를 요리의 기본 청사진 레시피로 시작한 후 다양한 응용 레시피를 선보이는 방식이 눈길을 끌었다. 요리를 할 때 주의해야 할 점과 잘못 됐을 때 수정하는 팁도 친절하게 포함돼 있고, 책 뒤쪽에는 상황에 따라 어떤 요리들을 페어링 하면 좋은지 메뉴도 짜져 있었다. 지금 시대에는 촌스러워 보이는 형형 각색으로 꾸민 요리 데코도 정겨웠고 조리법을 보여주는 일러스트레이션도 귀여웠다. 


이 책 한 권이면 서양식은 섭렵할 수 있을 것 같은, 가성비 좋아도 너무 좋은 요리책을 한국돈으로 900원도 안 되는 가격에 구매한 거다. 


요리책의 저자 마거릿 패튼은 1915년 생으로 제2차 세계 대전 중 BBC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전쟁 배급 제한 속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레시피를 공유하며 유명해졌다고 한다. 전쟁 이후 영국에서 압력솥을 대중화하는데 큰 역할을 했고 무려 170권의 책을 출간했다. 


오늘의 요리론 단 게 먹고 싶다며 하루 종일 냉장고를 뒤적뒤적 거리는 짝꿍을 위해 초콜릿 푸딩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버터와 밀가루, 초코 파우더, 설탕, 계란 등 집에 있는 재료들로 손쉽게 만든 초콜릿 푸딩의 기본 레시피는 스펀지케이크다. 기본 스펀지케이크 레시피에 코코아가루를 넣어 만드면 초콜릿 푸딩이 되는데, 난 코코아가루가 없어 핫초코파우더를 넣고 케이크에 들어가는 설탕양을 줄였다. 요리책 레시피엔 초콜릿 푸딩에 곁들일 소스로 럼소스를 소개했는데 난 럼 대신 살구씨를 압착해 만든 이탈리아 리큐르 아마레토를 사용해 아몬드 향을 더했다. 푸딩 자체는 어렸을 때 학교 급식에 나오던 아주 기본적인 맛이었지만 아마레토 소스 때문에 특별해진 오늘의 디저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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