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에 'CV Sample'을 검색하면 수 백가지 양식을 볼 수 있지만 섣불리 따라 했다간 제대로 읽히지도 않는 이력서가 돼버릴 수 있다. 영문 이력서는 형태가 한국 양식보다 훨씬 더 자유로운 만큼, 지원하는 회사 공고 내용에 맞추어 공들여 작성해야 한다.
영문 이력서에 들어가는 기본적인 내용에 대한 정보는 다른 곳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니 여기선 생략하도록 하고, 이 글에선 좀 더 실질적인 '고급' 이력서 작성팁을 공유해 본다.
Resume와 CV - 뭐가 다른가?
엄밀히 따지자면 Resume는 1-2장 정도의 분량으로 실무 능력과 경험을 압축한 문서이고, CV는 추가로 학력과 자격증, 자원봉사 내역 등이 들어가 분량도 조금 더 많다.
하지만 실질적으론 채용 시 Resume와 CV의 구분을 두진 않으니 너무 연연할 필요는 없다. 보통 미국계 회사에서 resume를, 유럽계 회사에선 CV 제출을 요구하는데, 단순하게 이력서의 용어 차이로 보면 되겠다.
개인적으론 본인의 역량을 더 풍부하게 녹여낼 수 있는 CV를 제출하는 것을 추천한다. CV와 별도로 Resume를 따로 작성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난 미국 기업인 넷플릭스의 디렉터 자리 공고에 유럽 스타일인 CV로 지원해 최종 면접 단계까지 간 적이 있다(무려 1년 동안 8번의 면접을 거친 대장전의 절차였다!).
알아두면 좋은 CV 작성 형식
영문 이력서 작성 형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연대순 이력서 (Chronological)
말 그대로 경력과 학력을 시간순으로 배열한 이력서다. 제일 많이 쓰이는 유형의 이력서로, 최신순으로 본인의 이력을 나열하고, 부수적인 내용을 추가하면 된다. 이전 경력과 비슷한 직종으로 지원할 때 사용하기 유용한 형식이다.
출처: https://resume.io/uk/blog/best-cv-format
2. 업적 중심 이력서 (Functional)
업적 중심의 이력서는 본인이 가지고 있는 업적이나 능력을 강조할 때 주로 사용한다. 새로운 직종에 도전하거나 수많은 클라이언트 중심으로 일하는 프리랜서가 사용하기 좋은 형식이다.
출처: LHH
제일 중요한 이것! 경력사항 작성 팁
1. 키워드 공략하기
경력사항은 채용 담당자가 제일 관심 있게 보는 부분인 만큼 작성할 때 제일 공을 많이 들여야 한다. 이때 제일 중요한 건 지원하는 업무의 직무 필요 역량을 파악해 자신의 경력 설명에 녹아내는 것이다. 1차 단계에선 Applicant Tracking System(ATS)란 로봇이 이력서를 걸러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키워드 최적화는 필수다. 채용 공고 (Job Description)를 자세히 읽고 등장하는 키워드를 내 경력사항에 반영해 주면 1차 서류 심사를 통과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2. 성과 위주로 경력 서술하기
맡았던 직무를 설명하는 게 아니라 이룬 업적을 구체적으로 서술해 나만이 가지고 있는 강점을 어필한다. 실제 성과를 예시로 들어주며 내가 한 업무로 인해 프로젝트가 어떻게 변했는지에 초점을 맞춰라. 달성한 매출액 규모나 발굴한 고객, 내가 해결한 문제 실례 등을 기술한다.
동사 시제는 과거형을 사용하며, 간결하게 2-3줄로 서술해야 채용 담당자가 읽기 편한 이력서가 된다. 구체적인 액수나 인상된 퍼텐트와 같은 수치가 포함되면 더욱 좋다.
채용 관리 로봇 이겨먹기
많은 외국 기업들은 지원자 서류심사시스템인 ATS를 사용해 지원자들을 1차적으로 걸러내기 때문에 이력서를 ATS 최적화해야 서류 심사를 통과할 수 있다.
1. 사진, 도표, 테두리는 사용하면 안 된다. 예쁜 그림이나 도표, 사진도 마찬가지다. ATS가 읽지 못하기 때문이다.
2. 폰트는 Calibri나 Arial을 사용한다. Helvetica나 Georgia, Times New Roman도 ATS에 적합한 폰트다.
3. 키워드 사용 시 줄임말도 함께 기재해 검색최적화 시켜준다. 예를 들어 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는 '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MBA)'로 기재해 준다.
이력서 작성 시 하면 안 되는 이것
1. 1인칭 대명사 사용: Me, My, I, We란 표현은 사용하지 않는다.
2. 가족관계, 결혼여부 등은 기재하지 않는다. 영국 기업들은 평등법에 따라 직원을 채용할 때 결혼 여부나 나이, 종교, 인종 등에 대한 질문을 할 수 없게 돼있다. 채용 시 차별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무와 상관없는 개인적인 정보는 이력서에 담을 필요가 없다.
3. References available upon request. 구글 등에서 CV 양식을 검색하면 포함된 항목이지만, 추천인 내역은 사실 포함할 필요가 없다. 1-2장 내로 나만의 경력과 학력을 담아내는 것도 어렵기 때문에 굳이 불필요한 정보로 지면을 채우지 말라. 굳이 기재하지 않아도 필요할 단계가 오면 채용 담당자가 추천인을 알아서 요청해 올 것이다.
4. 취미: 업무에 관련되지 않은 취미는 과감히 생략하자. 독서, 등산, 영화 보기 등등
추가로 포함하면 좋은 것들
지원하는 포지션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진 않았지만 나의 '특별함'과 역량을 더 드러낼 수 있는 항목이 있다면 추가하자.
나 같은 경우, 회사 내에서 기존 업무 외에 했던 활동들 (환경보호 활동, 멘토링 등)과 함께, 회사 육아휴직 정책 해당인에 '위탁부모'도 포함하도록 한 성과(?)도 포함시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잔소리 같지만 스펠링 체크는 꼭꼭 하도록 한다. 담당자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채용을 진행할 땐 철자 하나라도 틀린 이력서가 들어오면 가차 없이 탈락시키곤 했다. 꼼꼼하지 못하고 부주의한 인력을 채용하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가독성 또한 중요하게 보았다. 이 부분은 지원자의 능력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서라기 보다도, 많은 양의 이력서를 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어난 현상이었다. 눈에 피로감을 덜 주고 간결하며 잘 쓰인 이력서를 작성한 지원자는 조금 더 신뢰와 호감이 갔다. 읽기 힘든 이력서라고 탈락시키진 않았지만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는 말도 괜히 있는 게 아니니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