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시간을 되찾아 주는 청킹과 시각화
퇴사 후 모든 활동이 집에서 이루어진다. 어느새부턴가 난 종일 바쁘게 움직였는데 하루를 지나고 보면 한건 아무것도 없는 듯한 허무함이 들었다. 그 허무함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난 명확한 중장기 목표를 세우고 그에 따른 해야 할 일들을 세분화시켜 시스템화해 관리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인생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나의 하루 일과는 6개의 꼭 이루어야 할 일들로 채워져 있다.
1. 기도하기
2. 브런치 글쓰기
3. 책 집필 작업
4. 운동
5. 독서
그런데 너무 자주 - 분명 깨어있는 12시간을 열심히 살았음에도 - 이 여섯 가지 일과 중 단 하나도 하지 못한 날들이 수두룩 했다.
문제는 내가 시간을 보내는 방식에 있었다.
글을 쓰려고 책상에 앉은 지 10분도 안되어 물을 가지러 부엌으로 간다. 가는 길에 어질러진 거실이 눈에 거슬려 정리정돈을 시작한다. 하다 보니 소파에 얼룩진 게 보인다. 얼룩이 잘 지워지는 세제를 검색하다가 새로운 이메일이 왔길래 답변을 한다. 시계를 보니 점심시간이다. 요리하고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한다.
다시 글을 쓰려고 책상에 앉았다. 커피가 당긴다. 커피를 내리고 다시 책상에 자리를 잡는다. 커피 향을 맡으니 단 게 당긴다. 간식을 가지러 부엌으로 가는 길에 키우는 식물이 눈에 들어온다. 물을 주고 돌아오니 커피가 식어있다. 커피를 데우러 다시 부엌으로 간다..
내 하루는 이런 식이었던 거다.
퇴사는 깨어있는 12시간을 내 마음 것 사용할 수 있는 자유를 가져다주었지만 시간의 경계가 무너지니 하루 일과 중 마무리가 제대로 되는 일이 없었다.
그래서 시작한 게 구글 캘린더와 노션을 이용한 타임청킹(Chunking)과 시각화다.
일단 매일 이루어야 할 여섯 가지 일과들을 실행할 시간을 정해 구글 캘린더에 추가한다. 각 일과에 소요될 시간도 시각적으로 한눈에 볼 수 있으니 하루를 계획하는데 도움이 된다.
정리정돈이나 티켓 예매등 자질구레한 일들은 노션 To-do list에 올려두고 일단은 잊어버린다. 일단 중요한 일에 온전히 집중한 다음 나중에 정해진 시간에 소소한 일들은 몰아서 처리해 버린다.
나와만의 약속이지만 해야 할 일에 정해진 시간을 부여해 기록까지 하니 하루를 더 밀도 있게 보낼 수 있게 됐다. 특히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이 소요된 자질구레한 일들은 조금 더 우선순위를 두어 분별력 있게 처리하게 됐다.
미련하게 손에 잡히는 데로 이일 저일 해나가다가 하루에 체계가 잡혔다. 특정 일과에 소요되는 시간도 보다 정확하게 파악이 되니 매일 원하는 여섯 가지 목표를 달성하려면 훨씬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다.
늘어만 가는 하루 일과에 경계를 만들어 주었더니 사라진 줄만 알았던 시간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생산성 #시간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