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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개, 넌 치명적이야

by Windsbird

오늘은 새벽 6시에 일어났다. 평상시보다 2-3시간 일찍 일어난 내가 어찌나 기특하던지.


영국 겨울은 해가 아주 짧기 때문에 새벽 6시엔 아직도 깜깜하다. 핸드폰도 봤다가 강아지도 쓰다듬어 줬다가, 이렇게 어영부영 40분을 보내고 짧게 산책을 다녀왔다. 새벽 찬 공기가 잠을 확 깨게 했고 내 머릿속엔 회사 일을 시작하기 전 할 수 있는 일이 두세 가지나 된다는 생각에 신이 났다.


9시 전까지 브런치 글을 써서 발행하고 운동도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나의 생산적인 계획은 침대에 다시 앉으면서 완전 어그러져버렸다. 산책을 다녀와 잠시 한숨 쉰다는 게 눈을 떠보니 10시. 졸리지도 않았으면서 굳이 침대에 도로 앉아버린 나 자신이 너무 원망스러웠다. 내 침대는 작은 싱글침대지만 두툼한 베개를 3개나 두어 소파에 앉는 것보다 훨씬 더 편하다. 그 포근한 베개의 유혹을 또 이기지 못한 거다.


매일 글쓰기를 시작한 지 3개월이 다돼 간다. 풀재택을 하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시간대에 글을 쓸 수 있지만 글이 잘 써지는 시간대는 따로 있다. 난 하루일과를 시작하기 전 제일 먼저 브런치 글을 쓰는데 늦잠 자는 바람에 3개월 동안 지켜오던 루틴이 어그러져버렸다.


오후에 올 손님 준비에 집을 정리하고 후다닥 점심을 먹고 회사 미팅에 참석한 후 브런치 글쓰기 창을 열었다. 집중도가 영 떨어진다. 다른 해야 할 일들 생각에 마음은 산만하다.


아침에 버린 두 시간의 정신적인 여파는 오후에 두 시간을 버리는 것보다 훨씬 더 치명적이다. 계획한 대로 착착 흘러가야 할 하루 스케줄이 밀려버리니 무슨 일을 해도 조바심에 마음이 불편하다.


내일부턴 일어나면 베개를 보이지 않게 치워버리든지 해야지. 새벽에 잘 일어났는데도 하루 시작이 어그러졌으니 괜히 더 속상한 하루다.


#글루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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