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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시간의 발견

글쓰기를 하려니 전투적이 되었다.

by Windsbird

매일 글을 쓰고 브런치에 발행하는 챌린지를 한 지 2달이 다돼 간다.


퇴사하고 시작한 글루틴 챌린지는 잔잔하게 흘러가는 내 여유로운 일상의 중심이 되었다. 아침에 공원을 강아지와 산책하며 글을 구상하고 집에 돌아와선 커피 한잔을 내린 뒤 컴퓨터에 앉아 타박타박 글을 써 내려갔다.

오전엔 브런치 글 작성, 점심 후엔 책 집필을 하며 단조롭지만 평안한 하루하루를 보내다 갑자기 한 미디어 스타트업 기업에 스카우트되어 북유럽 출장을 가게 되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쉬지도 않고 진행되는 클라이언트 미팅. 호텔에 돌아와서 또 이어지는 내부 회의. 대충 저녁을 때우고 한숨 돌리려 치면 밤 9시다. 얼마 전만 해도 글감을 떠올리고 아이디어를 다듬을 시간이 넉넉했는데 하루종일 정신없이 업무를 처리하다가 저녁에 앉아 글을 쥐어짜려니 죽을 맛이다.


그래도 여태 매일 써온 글의 끈을 놓을 수는 없기에 하루를 좀 더 계획 있고 짜임새 있게 사용하기 시작했다.


퇴근하고 아무것도 못할 정도로 피곤해 버리면 밤 시간이 훅 날아가 버리니 호텔로 돌아오자마자 숨이 헉헉 차오르는 운동을 한다. 땀을 내고 움직이고 나면 몸도 정신도 개운해지면서 골골대던 엔진에 다시 시동이 걸린다. 퇴근하고 막 방에 들어온 이 타이밍을 놓치면 절대 안된다. 몸과 정신은 하루 중 제일 녹초가 된 상태지만 이때 잠시 쉬겠다고 소파나 침대에 앉아버리면 바로 곯아떨어져 적어도 3시간은 날아가기 때문이다.


예전엔 30분이고 한 시간이고 넷플릭스를 보면서 천천히 밥을 먹었다.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고 정리하는 시간까지 걸리는 시간은 보고 있는 드라마가 얼마나 재밌느냐에 따라 무한정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이젠 그럴 여유는 없다.


밥을 먹고 나면 발딱 일어나 치우고 다음 할 일 준비에 들어간다. 그게 남은 업무가 됐든 글쓰기가 됐든, 오늘이나 내일 꼭 해야 하는 일을 선택해 처리한다. 기차를 타고 이동하거나 일정 중간에 뜨는 자투리 시간이 생기면 기다렸다는 듯 노트북을 열고 다음 날 발행할 글을 준비한다.


선택과 집중 - 이게 바로 필살기다. 글 쓸 시간은 훅 줄어들었는데 오히려 더 민첩하게 시간을 사용한다. 조각 조각난 시간들이 결코 쉽게 버릴 시간이 아니었다.


#글루틴 #시간관리 #생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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