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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루틴의 발견

매일 글을 쓰며 무엇을 얻었나

by Windsbird

매일 글을 쓰면서 난 무엇을 얻었을까.


겨우 한 달의 짧은 시간 동안 매일 글쓰기 챌린지는 나의 일상을 넌지시, 하지만 확고히 바꾸어 놓았다.


억지로 무언갈 비틀어 바꾸려고 노력하지도 않았는데도 퇴사 후 늘어져버린 내 생활에 규칙적인 틀을 잡아주었고, 하루 일과에 생동감 있는 리듬이 생겼다. 겨우 '매일 하루 글쓰기'란 목표 하나만 잡았을 뿐인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강아지 뿌뿌와 근처 공원으로 향한다. 예전엔 산책을 하며 오디오북을 주로 들었지만 이젠 에어팟은 가져가지 않는다. 뽈뽈뽈 바쁘게 돌아다니는 다람쥐도 쳐다봤다가, 구름도 쳐다봤다가.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걷고 있자면 아이디어가 몽글몽글 떠오르기 시작한다. 잠에서 덜 깨 살짝쿵 멍한 이 상태가 글쓰기 원료 생산에 가장 최적한 골든타임이다.


툭툭 생각이 떠오르는 데로 핸드폰에 메모를 한다. 써보고 싶은 글감이 떠오르기도 하고, 사용하고 싶은 단어나 문장이 이 공원 몇 바퀴를 돌면서 다듬어지기도 한다.


2-3일 전 떠올랐던 글주제를 바로 글로 옮기지 않고 며칠 더 묵혀둘 때도 있다. 그럼 좀 더 숙성되어 보다 맛깔스러운 모양새로 머릿속에 재등장하기도 한다. 떠오르는 데로 메모를 하는 이 시간은 글을 생산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어 더 즐겁다.


집에 돌아와 오전 정각 9시, 컴퓨터 앞에 앉는다. 굳이 9시를 고집하는 이유는 퇴사 후 자유롭게 시간을 쓸 수 있는 사치가 생기자 일상이 너무 흐지부지 흘러가버려서다.


'9시부터 글쓰기 시작'이란 규칙을 정해두니 일찍 일어나기 시작했다. 글을 쓰기 시작하기 전에 뇌를 깨우고 산책, 아침 식사, QT 등 해야 하는 일들을 마무리 짓고 싶기 때문이다. 10시 기상이 기본이던 내가 자발적으로 즐겁게 일어나기 시작했다.


산책 중 글감 메모는 구글닥에 모아두지만 그날 발행할 글은 브런치 글쓰기 창에 작성한다. 윈도우는 꼭 컴퓨터 화면 전체를 꽉 채우도록 풀스크린으로 하고 핸드폰은 무음으로 설정한다. 오늘의 글쓰기와 관련되지 않은 것들을 눈앞에서 배재시키지 않으면 내 생각은 또 여기저기 한 곳에 머물지 못하고 방황할게 뻔하기 때문이다.


핸드폰에 타이머는 한 시간으로 설정한다. 이렇게 마감 시간을 정해두어야 제대로 집중해 쓸 수 있다.


하루에 브런치 글쓰기에 투자하는 시간이 한 시간을 넘으면 일상 일과에 부담을 주기 시작하고, 부담스러워지면 장기적으로 챌린지를 해나갈 수 없기에 이 한 시간은 최대한 지키려고 한다. 이것저것 수정한답시고 어영부영하지 않고 과감하게 글을 쳐내는데도 도움이 된다.


사실, 글감을 미리 정해두고 시작해도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전의 나라면 머릿속에서 어느 정도 구조를 잡고 문장도 생각으로 다듬은 후, 잘 정돈된 내용을 페이지로 옮겨 적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글은 시작도 하기 싫은 마음에서였다.


하지만 이번 달엔 무조건, 무식하게, 무대뽀로 글을 써보고 싶었기에 브런치 창을 열면 바로 타이핑을 시작한다.


신기하게도, 어떤 말도 안 되는 문장이라도 일단 페이지에 올려놓기 시작하면 다음 문장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렇게 30분에서 1시간 정도 의식이 흐르는 데로 손가락을 움직이다 보면 한 편의 글이 던져져 있다.


몇 번 반복해 글을 읽고 수정하고 나면,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대작까진 아니더라도 이 정도면 괜찮겠다라는 정도의 글이 나온다.


'발행'을 누르는 순간 후련하다.


강도의 운동을 하기 전에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풀어주듯, 집필하고 있는 책을 초집중해 쓰기 시작할 수 있는 컨디션이 갖춰졌다. 전속력으로 달릴 만반의 준비가 되었다.


괜스레 손목을 한 바뀌 씩 돌려주며 폼을 잡아준 다음, 저서 원고를 연다.


Ready, Set, Go.


#글쓰기 #글루틴 #팀라이트 #생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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