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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같은 글을 씁니다

매일 글쓰기 챌린지 3개월 하면 뭐가 달라지나요?

by Windsbird

브런치에 올라온 글들을 뒤적거리다 우연히 보게 된 글루틴 챌린지를 덜컥 충동적으로 시작한 게 벌써 3개월 전이다. 해변가에서 예쁜 조약돌과 조개껍질을 주어 모으듯 글쓰기와 함께하는 일상 속에서 하나 둘 발견하는 작고 소중한 깨우침들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보물이 되었다.


쓰면 쓸수록 기록하고 싶은 이야기들은 늘어만 가고 벌려놓은 매거진만 벌써 6개다.

문뜩 어떤 생각이 스쳐 지나갈 때마다 메모하는 습관이 생겼다.

글을 마무리하는데 3~4시간 걸리던 게 이젠 2시간 내로 써낸다.

같이 글루틴에 참여하시는 작가님들과 카톡에서 나누는 수다도 빼놓을 수 없는 일상 속 작은 행복이다.


하지만 3개월째 글을 쓰다 보니 나에 대한 기대치도 슬슬 높아지기 시작했다. 부담 없이 글을 쓰고 루틴을 잡는 게 시작할 때 목표였는데, 어느 정도 루틴이 잡히니 자꾸 더 욕심을 부린다.


글을 써놓고 자꾸 자괴감이 들어버린다. 매일 글을 써왔는데 내 필력은 왜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 건가.

표현해내고 싶은 정도는 이이만큼인데 글로 묻어 나오는 건 요요만큼이니 나 자신이 참으로 답답하다. 그럴 때마다 '초고는 쓰레기다'란 말을 최면 걸듯 대뇌인다.


얼마 전 시청한 '습관 만들기' 강의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한 사진학과 교수가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후 각 다른 미션을 주었다. 첫 번째 그룹은 졸업 작품을 평가할 때 작품의 질을 보고 점수를 주기로 하고, 두 번째 그룹은 결과물에 상관없이 필름 사진 100장만 채우면 졸업시켜 주기로 한 것이다. 당연히 한 해 동안 첫 번째 그룹 학생들은 구도와 색감에 대해 고민하고 다른 좋은 작품들을 연구하는 등 작품성 있는 사진을 찍는데 공을 들였고, 두 번째 그룹은 사진 수를 채우려고 막 찍어대었다.


1년이 지난 후 두 그룹의 작품들을 비교해 본 결과, 의외로 작품성이 높은 건 두 번째 그룹이었다고 한다. 반복적으로 무언갈 계속 꾸준히 해나가는 게 완벽을 추구하며 겨우 하나 해보는 것보다 더 큰 성과를 가지고 오는 것이다.


극완벽주의인 나에게 많은 위로가 되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다음 달도 일단은 쓰고 보기로 한다. 오늘도 내일도, 이번 주도 다음 주도. 내 글이 아무리 쓰레기 같아도 말이다. 어차피 초고는 쓰레기니까.


#글루틴 #팀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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